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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 년 동안 자리를 지킨 지하군대 ‘병마용’


2024-06-17      

병마용 사진/VCG

 

‘시안(西安)’이라고 하면 지하철 건설이 제일 더딘 도시라고 놀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곳 지하에 고대 유적이 많이 매장돼 있어 삽질을 하는 곳마다 유물이 나와 지하철 공사를 멈추고 유적 발굴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8호선을 건설할 때는 고분 1356개가 발굴됐고, 2호선 시도서관역 한 곳에서만 고분 500여 개가 발굴됐다. 종루(鐘樓)역은 지하철역 자체를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어 지하철 건설 중 출토된 유물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보호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리(驪)산 자락에 위치한 진시황릉은 ‘천 년에 한 분 밖에 없는 황제’라는 칭호에 걸맞게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후세에 신비한 상상거리를 많이 남겨주었다. 그 가운데 제일 유명한 유물이 병마용이다.


산시성 시안시 린퉁구의 진시황릉박물관에서 직원이 병마용을 복원하고 있다. 사진/CNSPHOTO


올해는 마침 병마용 발굴 50주년의 해다. 1974년 3월 29일 시안시 린퉁(臨潼)구 양자(楊家)촌 농민 여러 명이 우물을 파다가 사람 머리의 도제와 벽돌을 발견했다. 비로소 2천여 년 동안 땅속에서만 묻혔던 비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병마용은 진시황와 함께 묻혀 무덤을 지키는 군대다. 거대한 배장갱에 사람과 말 형태의 도제가 마치 진짜 군대처럼 대오를 딱 맞춰 조용히 서서 주군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각 병마용은 복장과 자세, 표정이 모두 다르다. 앉아 있거나 무릎 꿇고 있거나 활을 쏘고 있거나 말을 타고 있으며 위엄 있거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 그저 시간만이 멈춘 듯하다. 병마용이 출토된 갱 위 관람 통로에서 묵묵히 서 있는 강인한 군대를 내려다 보면 마치 진나라 군대가 포효하며 적진으로 돌격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병마용갱은 병마용 전시 장소이자 복원 현장이다. 수술실처럼 복원을 기다리는 도용(陶俑, 흙으로 빚은 인형)을 볼 수 있다. 도용 한 개를 복구하는 데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수술용 칼과 가는 솔로 도용에 붙은 흙을 밀리미터 단위로 청소하고 수천 수백 개의 흩어진 도자기 파편을 맞춰 강인한 군인 도상으로 다시 만든다.


작업 중인 자오전

카메라로 문물과 ‘대화’하다

병마용을 관람하다 보면 DSLR카메라로 도용의 사진을 찍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다. 그는 문물 촬영가 자오전(趙震)으로 병마용에게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25년 동안 그는 병마용 발굴 현장과 박물관 소장 유물을 촬영했다. 카메라로 각 도용의 모습을 남겨 일련번호를 기록하고 등록한다.


자오전은 매일 출근 전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 작은 도구들이 가득 걸린 앞치마를 두른 뒤 DSLR카메라를 메고 병마용 갱으로 입장한다. “병마용은 모두 전포(戰袍)를 입는데, 이게 내 전포다.” 자오전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최적의 촬영 각도를 찾기 위해 자오전은 하루에도 앉았다 일어났다를 수백 번씩 반복한다. 검은색 티셔츠에 먼지가 잔뜩 묻어 퇴근할 때면 병마용의 일원이 된 듯하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병마용의 눈을 보면 그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면 내 앞에 있는 게 차가운 도용이 아니라 감정이 있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우리의 조상 같다.” 자오전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자오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도용의 얼굴을 찍다가 도용의 입술에 사람의 지문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다. “2200년 전 도용을 만든 장인의 지문이었다. 그 순간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오전은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느꼈던 전율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듯했다.


자오전의 아버지는 병마용박물관 직원이었다. 어릴 적 그는 1호갱에서 아버지와 동료들이 병마용을 둘러싸고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몇 년 뒤 자오전도 그 일원이 됐다. 이는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작업으로 고고학자들이 대대로 끊임없이 탐구하며 신념을 굳게 갖고 용감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이다.

글 | 위안수(袁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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