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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 만발하는 얼음꽃


2023-02-27      글|위안수(袁舒)

우쑹다오의 해돋이 절경 사진/IC


사람들이 흔히 광활한 둥베이(東北)의 도시들은 호탕하고 시원시원하면서 약간의 거친 느낌이 섞여 있다고 말한다. 단, 지린(吉林)시는 제외하고 말이다. 지린시는 지린성 중부에 위치해 있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삼면이 물로 이루어져 있어 전체가 산간 도시 풍경이지만 도시의 절반은 강이 차지한다는’ 이곳에는 창바이산(長白山) 여맥의 울창함이 있고, 쑹화장(松花江)이 굽이쳐 흐르는 부드러움이 있으며, 탁 트인 가운데 수려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런 수려함은 길가의 건축물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지린시(吉林西)역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뾰족한 지붕의 고딕 양식건축물은 1928년에 건축된 것으로, 저명한 건축가 린후이인(林徽因), 량스청(梁思成) 부부가 함께 설계한 것이다. 작으면서 정교한 기차역의 외관은 복고풍과 우아한 문예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중화민국(中華民國)을 시대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 작품들도 이곳에서 촬영한 바가 있다.


이 작은 도시는 조용하지만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지린에서는 굳이 관광지를 방문하지 않고 쑹화장 강변만 거닐어도 황홀한 길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겨울철의 설경은 눈의 고장에 대한 모든 아름다운 로망을 만족시킬 것이다.


지린에 가면 놓칠 수 없는 겨울철 절경이 바로 무송이다. 지린의 무송은 윈난(雲南)의 스린(石林), 창장(長江)의 싼샤(三峽), 구이린(桂林)의 산수와 함께 중국 4대 자연경관으로 불린다. 무송은 얼음도 눈도 아닌 서리의 일종이다. 0℃ 이하의 온도에서 아직 승화되지 않은 수증기가 나뭇가지 등의 물체에 무수히 달라붙어 계속 얼면서 생겨난 것이다. 이런 수증기가 계속 한데 모이면 맑고 투명한 백색 입자가 형성되는데, 나뭇가지를 겹겹이 감싸고 있어 마치 하얀색의 눈꽃 뭉치처럼 보인다. 경관이 웅장하고 매혹적인 무송은 최고의 중국 북부 풍경으로 꼽힌다. 역대 문인과 시인들은 무송을 빌어 고아한 흥취를 표현하면서, 무송을 ‘설류(雪柳)’라 부르기도 했다.


지린시에서 북쪽으로 35km 떨어진 곳, 쑹화장 한 가운데 자연적으로 형성된 작은 섬이 있다. 이곳의 겨울철 무송은 두터워 오래 지속되고 수형(樹形)이 아름다워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쑹다오(霧凇島, 무송의 섬)라는 이름이 붙었다. 추운 겨울이 되면 강에서 솟아오른 짙은 안개가 6km2에 가까운 이 작은 섬에 자주 끼는데, 물안개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 나무에 서리꽃이 맺혀 거대한 무송의 경관을 형성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무송이 만발한 우쑹다오는 신비롭고 부드러운 정취로 가득하며, 마치 얼음과 눈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아 많은 사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섬의 쩡퉁(曾通)마을은 무송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무송을 감상하려면 쩡퉁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매년 12월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광경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관광객들은 마을에서 머물며 현지 팜스테이에서 다인용 온돌 침대를 체험하고, 버드나무의 은빛 가지가 흐드러지게 늘어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송은 이른 아침에 형성되기 때문에 무송을 보고 싶다면 해가 뜨기 전에 가야 한다. 운이 좋으면 새벽 5시쯤 가지에 서리가 맺히고,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면서 붉은 아침노을이 하얀 무송을 물들이는 절경을 볼 수 있다. 만약 바람이 세면 무송은 서너 시간도 안 돼 사라지지만, 바람이 없을 때는 정오까지 유지된다.


“우쑹다오에 와도 무조건 무송의 경관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에 맡겨야 해요.” 여러 해 동안 우쑹다오에서 팜스테이를 운영해온 자오(趙) 씨가 손에 든 얼린 배(둥베이 지역에서 겨울철 얼려서 먹는 별미 배)를 깨물며 말했다. 무송의 형성 조건은 까다로워 낮은 기온, 높은 습도, 맑은 날씨, 바람이 없는 상태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날이 맑으면 보통 바람이 많이 불어요. 기온이 낮으면 수증기는 얼음이 되지 무송이 되지 않죠. 때문에 무송을 볼 수 있다는 건 하늘의 선물입니다.” 자오 씨는 아침 일찍 차로 투숙객을 무송을 볼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곤 하는데, 날씨가 나빠 허탕을 치기도 하지만, 운이 좋으면 하루 종일 무송을 볼 수 있다. 무송을 볼 수 있든 없든 자오 씨의 세심한 준비와 환대는 관광객들에게 고향집에 온 듯한 친근함을 준다.

  

글|위안수(袁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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