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4 글|장리췬(張立群)
지난달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는 ‘높은 수준의 질적 성장 추구’, ‘경제 성장의 안정 유지와 질적 수준의 동반 향상’이 언급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5년 간 복잡한 국내외 정세에 직면해 일련의 경제정책 방향 전환에 나서기 시작했다. 강력한 부양책에서 시기별 조정으로, 대량의 유동성 공급에서 수요에 근거한 부분 공급으로, 투자 일변도에서 투자와 소비를 병행하는 쪽으로 각각 선회했다. 아울러 일자리 보장, 소득 안정성, 소비 촉진 등 국민 중심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민생을 개선하고 소비의 성장 기여도를 높여 왔다. 일방적인 소비 확대 위주에서 소비 안정과 구조조정, 성장모델 전환, 개혁 강화 등 부수적 노력을 첨가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성장을 제약하던 문제점이 하나씩 해결되고 신형(新型) 도시화가 큰 진전을 이뤘다. 한편으로는 시장경쟁체제 역할이 부각되고 기업의 성장모델 전환 발걸음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때맞춰 외부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세계 경제의 뚜렷한 회복세가 가시화되며 중국의 수출 경기도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사를 돌아보면, 1978년 이후 상당 기간 소비와 투자 수요는 빠르게 확대된 반면 공급의 안정성은 떨어졌다. 이 역시 한동안 지속된 경제의 고속 성장이라는 시장 측면에 원인이 있었다.
현재 공급에 대한 시장 수요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비 부문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브랜드·신뢰성·안전성·환경성 등의 지표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투자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며 투자 효과와 사업 수준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에서는 글로벌 시장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수출품의 품질 기준이 보다 엄격해지고 있다.
공급 부문에서는 오랜 시간 고속의 양적 팽창에 주력한 결과 중국의 여러 제품이 생산능력 면에서 세계 상위권을 점하고 있고, 시장 수요 대응력도 크게 향상됐다. 과거 대체적인 물량 부족과 수요 초과 상태였던 수급 관계는 이제 상대적인 잉여와 공급 초과 상태로 변모했다. 수적 공급 부족의 양상을 보이던 수급 불균형도 이제 양질의 공급 부족으로 옮겨갔다.
시장에서는 더 이상 재화나 서비스의 ‘유무(有無)’가 아닌 ‘호불호(好不好)’의 문제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생산 방식과 기업 모델의 전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과거 조방형·저품질로 대표되는 양적 확대에서 집약형·효율성·친환경성을 중시하는 질적 성장의 길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 보고서에는 ‘중국 사회에 내재된 모순은 이제 나날이 높아지는 인민들의 이상적인 삶(美好生活)에 대한 열망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으로 바뀌었다’고 기술된 바 있다. 중국 경제는 고속 성장에서 고도의 질적 성장 단계로의 과도기를 겪으며 성장모델 전환과 경제구조 개선, 성장동력 전환에 매진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
중국은 국내외 정세 분석과 경기 하방 압력 감소 및 성장 안정세 가시화라는 판단에 기반하여 정부업무보고에서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과 동일한 6.5%대로 제시했다. 2년 연속 목표치 안정을 통해 시장 전망과 성장 안정화를 유도하고 경제 성장의 질을 높이는 데 각 부문이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성장 불균형과 불충분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동시에 선진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품질 제일, 성과 우선, 경제구조의 질적 개선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경제법칙에 근거하여 장단기 경기를 고려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경제가 운용되도록 함으로써 경제 성장의 안정성 유지와 질적 수준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글|장리췬(張立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