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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서 활약하고 있는 ‘생방송 마케팅’


2020-05-07      

4월 7일, 쓰촨(四川)성 단렁(丹)현 황슈항(黃秀航) 현장(오른쪽)이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코로나19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렁현의 특산물 ‘부지화(不知火) 감귤’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XINHUA

 

“여러분들의 귀여운 악마가 왔어요!” “오늘은 많은 분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파지(扒雞·삶은 닭 요리) 요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800년만 더 있으면 저희도 1000 년 넘은 가게가 됩니다!” “오, 마이 갓! 너무 맛있어요! 놓치면 후회하실 거예요!” 중국에서 소위 ‘다이훠(帶貨)’라 불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1인자 리자치(李佳琦)의 생방송에 나오는 잘 알려진 멘트다. 하지만 오늘 이 멘트의 주인공은 리자치가 아니다.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상허(商河)현의 부현장은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상허현 특산물인 파지를 맛있게 먹으며 시청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멘트를 날렸다. 파지는 방송 3시간 만에 6000 마리가 넘게 팔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마케팅 방식이 바뀌고 있다. 갑작스러운 감염증 확산으로 수많은 업계가 피해를 입었지만 동시에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마케팅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 중인 온라인 생방송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역 시장과 현장은 물론 아나운서, CEO, 무형문화재 전승인까지 많은 이들이 온라인 생방송에 뛰어들어 ‘화려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릴 참신한 해결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4 월 20 일 , 장쑤 ( 江蘇 ) 성 전장 ( 鎭江 ) 시 단투 ( 丹徒 ) 구의 중국 식초 ( 醋 ) 문화박물관에서 직원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식초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 /VCG

 

후베이(湖北) 특산물 판매 나선 CCTV 아나운서

“둥후(東湖) 강변을 거닐며 황학루(黃鶴樓)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굽어보고 형초(荊楚)문화를 느끼자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러깐몐(熱乾麪·우한지역 특산 국수)을 먹어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하실 겁니다” “차디찬 강물 위로 안개가 넘실거리고 달빛 은모래 톱을 슬며시 덮는군요. 둥후 강변을 걸으며 벚꽃을 즐기시다 연근어묵, 옥로차(玉露茶)와 함께 문간 앞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세요” “기수(奇數·홀수)는 변하지만 우수(偶數·짝수)는 변하지 않습니다. 우한 특산 연근(藕)을 먹으면 절대 변심하지 않습니다” 4월 6일 밤, 리자치의 생방송 채널에 접속한 시청자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또렷한 발음’에 깜짝 놀랐다. 리자치와 함께 열심히 상품을 홍보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중국 관영매체 CCTV의 뉴스 앵커 주광취안(朱廣權)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은 지역경제 대부분이 전례 없는 타격을 입었다. 우한(武漢)대학교 신(新)민경제연구센터  뤄즈(羅知) 주임은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후베이성의 GDP하락폭은 15.74%에서 21.2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 특히 우수 농산물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역사회의 경제 질서 회복과 취업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있.

 

후베이성의 지역경제 회복을 돕기 위해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4월 1일부터 ‘후베이 지역업체 공동구매 : 고맙습니다 여러분!’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후베이성의 신선제품과 농산물 등을 구입함으로써 지역경제 회복에 보탬이 되자는 취지에서다. 4월 6일, 주광취안과 리자치가 생방송으로 후베이성 특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하자 네티즌들은 영국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페파피그(Peppa Pig·小豬佩奇)’에 빗대 이들에게 ‘주&치 콤비(小朱配琦)’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웨이보(微博) 인기 검색어 순위에 등장했다. 이번 생방송이 진행된 130분 동안 총 1091만명의 시청자가 접속했고 누적 조회수는 1억2200만뷰, 상품 누적 판매액은 4014만 위안(약 69억원)으로 집계됐다.

 

CCTV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 네트워크(新聞聯播·신원롄보)’의 앵커 어우양샤단(歐陽夏丹)도 인기 연예인들을 동원해 러깐몐, 샤오화구(小花·표고버섯), 고구마 당면 등 12가지 후베이 특산물을 놓고 ‘열정적인’ 방송을 펼쳤다. 생방송 중간에 왕쭈란(王祖藍), 차이밍(蔡明) 등 연예인은 물론 후베이성 스옌(十堰)시 왕샤오(王曉) 부시장과 온라인 클립 영상사이트 콰이서우(快手)의 각종 달인들까지 초청하기도 했다.

 

생방송 효과는 놀라웠다. 콰이서우의 누적 시청자수는 1억2700만명, ‘좋아요’ 횟수는 1억4100만개를 기록했고 ‘후베이 공동 구매’ 연계상품 판매 이벤트가 열린 당일 밤에는6100만 위안 어치의 농산물이 팔렸다. 여타 온라인 생방송 플랫폼에서도 후베이성의 시장과 현장 등을 초청해 지역상품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후베이성의 경제 회복을 돕고 있다.

 

4 월 14 일 , 장쑤성 롄윈강 ( 連雲港 ) 시에 위치한 간위 ( 贛榆 ) 해양경제개발구 직원이 라이브 방송으로 김 생산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사진 / VCG

 

인플루언서로 변신한 CEO

2월 14일 밤 7시 반, 쑨라이춘(孫來春) 씨는 생애 첫 온라인 생방송을 위해 휴대전화 카메라 앞에 앉았다.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은 여유만만했지만 사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긴장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 쑨 씨는 먼저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고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한 스킨케어 제품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쑨 씨는 상하이(上海) 칭쉬안(軒)바이오테크놀로지유한회사의 창업자 겸 CEO이다. 2003년 ‘린칭쉬안(林軒)’이라는 스킨케어 브랜드를 출시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매출의 75%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했다. “생방송도 제품을 알리는 좋은 채널이 될 수 있지만, 온라인 방송으로는 매장에서의 소비자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을 중시하지만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로 매장 157곳이 임시 폐업되고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강제 휴업에 들어가자 어쩔 수가 없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춘제(春節·설날) 때6일의 연휴 기간에만 회사 전체 매출이 90%나 급감했다.

 

쑨 씨는 활로를 찾기 위해 관심조차 없던 온라인 생방송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방송에 자신이 직접 출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출연 이유에 대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라고 털어놓았다. 방송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밸런타인데이에 진행된 방송은 2시간 만에 6만명이 넘는 접속자 수를 기록했고, 매출액은 과거 4곳의 오프라인 매장 실적을 합친 40만 위안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활로를 찾은 사람은 쑨 씨뿐만이 아니다. 인타이(銀泰)상사의 CEO 천샤오둥(陳曉東) 씨의 방송은 4시간 만에 22만명의 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그의 채널 인기도 순식간에 1위로 급상승했다. 유명 가구업체 훙싱메이카이룽(紅星美凱龍)의 5대 계열사 사장들이 나선 첫 생방송은 무려 112만7200 명이라는 경이로운 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淘寶)의 생방송 시청률 순위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여행전문업체 셰청(程·씨트립)의 이사회 의장 량젠장(梁建章)과 후저우(湖州)시 부시장 창민윈(長閔雲)이 후저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방송은 1시간 동안 접속자 수 171만명, 매출액 2691만 위안에 달했다.

 

대기업 CEO와 임원들이 온라인 홍보 방송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이처럼 ‘거물급’ 인사들의 방송이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출연진 자체의 화제성도 한몫 하지만, 제품 기능에 대한 이해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좋은 홍보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생방송은 기업들의 디지털 마케팅 전환을 위한 시험대 역할도 한다. 쑨 씨는 “제가 계속해서 방송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중에는 전문 인플루언서에게 맡겨야겠죠. 회사가 디지털 마케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 더 많은 ‘’들을 키워 방송하게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4월 6일, 루이푸샹의 직원들이 온라인 생방송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XINHUA

 

‘라오쯔하오’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

중국에서는 오랜 명성과 전통을 지닌 기업이나 브랜드를 ‘라오쯔하오(老字號)’라고 부른다. 베이징(北京) 네이롄성(內聯升)신발유한회사 부사장 청쉬(程旭) 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판매원이 많아야 두세 명의 고객을 응대할 수 있지만, 방송에서는 수만 명의 고객이 지켜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도 온라인 생방송을 아예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롄성은 수백 년 역사의 신발 제조업체이다. 그간 전통적인 오프라인 방식을 고수해온 ‘라오쯔하오’ 기업들에 코로나19가 안긴 충격은 상당했다. 녜이롄성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각종 정보화 솔루션을 찾던 중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생방송이 눈에 띄었다. 2월 말, 네이롄성의 5대 계승자이자 베이징 시청(西城)구 무형문화재 전승인 런천양(任晨陽) 씨는90여 차례의 순수 수공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천층저(千層底)’ 신발 제조기법을 소개하는 시험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총 매출액은 3000위안, 매장 한 곳의 비수기 반나절 매출과 맞먹는 수치였다. 청 씨는 온라인 생방송의 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온라인 생방송에 뛰어든 라오쯔하오 기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찻잎으로 유명한 기업 우위타이(吳裕泰) 역시 2019년 하반기부터 생방송 마케팅을 모색해 왔다. 초기에는 반응이 시원치 않고 구독자 수도 적었다. 우타이 온라인사업 총괄사장 정옌(鄭) 씨는 “처음에는 고객들이 채널에 머무는 시간이 몇 초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후 직원들에게 생방송 교육을 시키며 단점 보완에 나섰다.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기 시작한 시기에는 이미 정기 온라인 생방송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 우타이는 하루에 4시간 이상 방송을 내보냈고, 채널을 통한 매출액 비중도 처음 1%에서 15%까지 뛰어올랐다.

 

1862년 설립된 실크 전문업체 루이푸샹(瑞蚨祥)도 4월 6일 첫 시험방송을 공개했다. 소비자들에게 전통 자수와 매듭 단추 등 중국 전통복장의 수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방송을 한 지3시간 만에 12만7000명의 ‘좋아요’가 쏟아졌다.

 

네이롄성과 우타이에서 제약회사 퉁런탕(同仁堂)과 식품회사 다오샹춘(稻香村)까지 중국의 라오쯔하오 기업들이 잇따라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타오바오 생방송 총괄부장인 쉐쓰위안(薛思源) 씨는 “현재 베이징 라오쯔하오 기업의 절반 가량이 타오바오에서 생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생방송은 기업의 판로 확장뿐 아니라 젊은 고객층을 유인하기 때문에 라오쯔하오의 타깃 고객 설정 전략에도 유리하다. 전자상거래 거래기술 국가사업실험실 연구원 자오쩐잉(趙振營) 씨는 “온라인 생방송이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서브 브랜드의 고객 수요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여 고객 도달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롄성의 청쉬 부사장은 “앞으로는 매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생방송이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온라인 생방송은 굉장히 획기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향후 라오쯔하오 기업은 구독자 관리와 고객 도달률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좀 더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 월 9 일 , 허펑 ( 鶴峰 ) 현 신농 ( 新農 ) 차업유한공사 직원들이 라이브 방송으로 찻잎 수확 과정을 중계하고 있다 . 후베이성 허펑 생태 다원의 찻잎 판매 촉진을 위해 최근 현지 여러 차회사가 전자 상거래 플랫폼과 협력하여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찻잎 수확 및 생산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차농의 수입을 증대시켰다 . 사진 /XINHUA

글/차오멍웨(曹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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