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국인투자 관련 법은 개혁개방 직후에 만들어진, 이른바 ‘3법’이라고 일컬어지는 ‘중외합자경영기업법(中外合資經營企業法, 1979년)’, ‘외자기업법(外資企業法, 1986년)’, ‘중외합작경영기업법(中外合作經營企業法, 1988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투자 전 인허가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 외국자본에 의한 자국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산업기술이 유출되는 등 국가이익 침해 우려, 중·미 및 중·유럽연합(EU) 양자 간 투자협정 협상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이 내국인대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등 대내외 환경적 변화로 중국은 외국인투자 관련 법률·법규를 지속적으로 개정해 시행해 왔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내국인대우, 네거티브 리스트 등을 적용한 외상투자법(外商投資法)이 4년간의 토론과 개정과정을 거쳐 2019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되면서 대(對)중국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혜 유치에서 선별 유치로, 다시 무차별화 유치로
중국은 3법 제정 이후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대체적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펼치는 방식으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여 왔다. 이 시기 중국은 외국자본을 활용하여 가공무역산업으로 지칭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경공업과 조립가공업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숫자로 보자면, 1993년 중국 전체 수출에서 가공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8.6%로, 부가가치가 낮은 수출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 수치는 2000년 53.3%, 2005년 54.7%까지 높아졌다. 그러다가 2008년에 ‘기업소득세’를 발효하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우대정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였다. 이는 외국자본에 대한 적극적 유치에서 선별적 유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2013년에는 상하이(上海)자유무역시험구를 개설하여 최초로 외국인투자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를 반포했으며, 2015년 외국인투자법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내 투자는 네거티브 리스트에서 규정한 항목 이외의 모든 부문에서 내국인대우를 누릴 수 있다고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자국기업들과 동일한 기준, 동일한 혜택 하에서 동일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기업 주체로 바뀌게 되었다.
중국의 외국인투자 관련 법률·법규의 발전 과정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던 것은 네거티브 리스트 도입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상하이에서 처음 시범 도입된 네거티브 리스트는 2017년에 전국 단위로 확산 실행되었으며 2018년에 들어오면서 대폭 수정되어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물론, 농업과 에너지자원 부문으로 확대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네거티브 리스트는 ‘외상투자산업 지도목록’ 중의 한 부분으로만 존재하였는데, 2018년 12월 ‘시장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를 공표하면서 외국인(홍콩, 마카오, 대만 포함) 투자에 대해 금지되지 않는 것은 모두 허용한다는 투자원칙을 확실히 하였다. 거기에 올해 양회(兩會)에서 통과된 외상투자법에도 내국인 대우 및 네거티브 리스트 기준을 명시하면서 향후 중국의 외국인 투자 관리체계는 외상투자산업 지도목록, 시장진입 네거티브 리스트, 외상투자법 등 3개의 기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네거티브 리스트 이슈 외에도 강제기술이전에 관련된 내용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EU 등으로부터 특허침해, 강제기술양도 등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외상투자법에는 외상투자 과정 중 기술 합작의 조건에 대해 투자자 각자가 협상 하에 이를 정하고 행정수단으로 강제기술양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 강제기술양도는 앞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정서’, ‘한중투자협정’, ‘한중자유무역협정’ 등에도 명시해 금지하였으나, 외상투자법은 특정 상대 국가가 아닌 모든 외상투자자들에게 널리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외자유치 환경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분위기다.
개방은 기술발전에 대한 자신감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외상투자법은 미국에 대한 화해의 표시라고 하는데 이것은 국제정치의 진영논리에 불과하다. 중국을 투자해야 할 대상국, 파트너 국가로 바라볼 거면 이런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외상투자법’은 올해 통과됐지만,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률·법규는 지난 40년간 진화해 왔다. 우리가 더 큰 의미를 두고 봐야 할 것은 바로 중국의 투자 개방은 제조업 기술발전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앞서 기술했던 외국인 투자 관련 법률·법규의 개정 과정으로부터 나타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우대하는 방식의 변화와 거기로부터 드러나는 중국의 의도 등으로 봤을 때, 외상투자법을 통한 중국의 투자 개방 가속화의 원인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달한 제조기술 및 서비스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압도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만 보더라도 2018년 기준 한국의 전체 제조업 분야 해외직접투자 중 26.7%는 중국 제조업에 투자되었고, 2000~2018년 누적 금액 기준으로는 36.1%에 달했다. 한국은 그동안 이러한 투자를 통해 중국을 생산공장으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대 중국 수출도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이 글로벌 생산공장의 이름으로 가공무역을 전담하던 시기에나 통했던 가치사슬이다. 중국의 산업은 이제 고도화의 길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더 이상 글로벌 가치사슬의 하위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으므로 기존의 한국과 중국 간의 중간재 분업 구조도 중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UNIDO(유엔산업개발기구)에 의하면,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2005년 세계 16위에서 2010년 6위로 급상승했으며 2016년에는 한국(5위)과 미국(4위)을 제치고 3위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 경쟁력 순위 격차가 2005년에는 한국보다 9단계, 미국보다는 13단계 각각 뒤처졌으나 2016년에는 두 국가를 모두 따라잡아 한국보다 2단계, 미국보다는 1단계 앞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왜 USTR(미국무역대표부) 보고서에 ‘중국제조2025’에 대한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는지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데이터이다. 낮은 부가가치나 낙후된 기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중국은 기존의 가치사슬 하위단계에서 언제든지 탈출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그동안 점진적으로 그래 왔었다는 것을 일련의 데이터들은 조용하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사슬에서 먹거리 찾아야
중국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기술수준도 변하고 있고 관련 법규도 변화하면서 뒷받침하고 있다. 이젠 대 중국 투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변화할 차례이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투자가 과거에는 분업을 위한 투자였다면 향후에는 기술개발에서 제조, 판매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동등하게 협력하고 나아가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곧 새로운 가치사슬의 형성을 의미하며, 그 속에서 한국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
법률·법규라는 것이 비록 실행되는 과정에서 해석의 차이도 있고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글로벌 최대의 기술추격 국가인 중국이 이젠 많은 분야에서 기술선도 국가로 성장하고 있어 한국은 이를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산업 기술수준, 투자규범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극 참여하려는 만큼 매력적인 기회요인도 상당히 많다.
기존의 3법을 대체하여 외국인 투자의 촉진, 보호, 관리의 기초 법률이 되는 이번 외상투자법의 출시로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투자가능 산업에 대한 제약도 완화되었으며 강제 기술 이전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게 되었다. 외상투자법에는 국가의 기업 발전을 도모하는 모든 정책내용은 외상 투자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됨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내자와 외자기업의 무차별화를 법으로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중국내 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기업들이 배제 당했던 것과 같은 문제는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거장치를 설치했다는 의미가 되겠다. 또 2015년 외국인투자법에 비해서 보호의 측면에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적보호를 강화하여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명시하였다. 한편으로는 이번 외상투자법의 실행으로 기존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적용이 될지는 법의 실행과정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참고해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