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5
중한 양국에서 사용하는 성어와 속담을 연구하는 중에 우리는 두 나라에 비슷한 의미를 가졌지만 해석이 완벽하게 같지 않은 성어와 속담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이도령(掩耳盜鈴)’은 <여씨춘추·자지(呂氏春秋·自知)>의 “범(范) 씨가 망하게 되자 백성 중에 종을 가지려는 자가 나타났는데 종을 지고 가기에는 너무 컸다. 하는 수 없이 망치로 종을 깨트리니 종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도둑은 사람들이 듣고 빼앗을까 두려워 귀를 막았다”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범 씨 일가가 몰락한 뒤 어떤 이가 기회를 틈타 범 씨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갔다가 마당에 청동으로 만든 큰 종 하나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종이 크고 무거워 옮길 수가 없자 생각해낸 방법이 망치로 종을 깨트려 집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결국 그가 종을 한 차례 내려치자 종소리가 너무 커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가 깜짝 놀라 속으로 이래서는 사람들이 내가 종을 훔치고 있는 것을 다 알게 아닌가 생각하고는 귀를 막아보니 소리가 작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그는 솜 뭉치를 가져다 귀를 막고는 이제 사람들이 종소리를 듣지 못하겠다 싶어 종을 깨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와 그 자리에서 도둑을 잡았다.
‘엄이도령’은 재주를 부려 자신을 속이려다가 도리어 일을 망친 격이 된 것을 가리키는데, 이 뜻은 중국에서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엄이도령’과 의미가 비슷한 한국의 속담이다. 둘의 의미가 서로 비슷하지만, 중국어에서 ‘엄이도령’은 얕은 수로 스스로를 기만하고 남을 속이는 것을 가리키며, 자신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의 ‘눈 가리고 아웅하다’는 얕은 수로 남을 속이는 것을 가리키며, 남을 속이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중한의 성어와 속담의 사례는 드문 것이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계명구도(雞鳴狗盜)’ 역시 중한 양국에서 모두 사용하며, 의미도 비슷한 성어이다. 중국어에서 ‘계명구도’는 비천한 재주나 이런 재주를 가진 사람을 비유한다. 한국어에서 ‘계명구도’는 보잘것없는 재주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중한 양국은 아주 가까워 예로부터 교류가 빈번했다. 성어와 속담은 역사와 문화의 산물로, 고정된 구조와 특정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중한 성어와 속담의 비교 분석을 통해 우리는 규칙을 발견하고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더욱 증진시킬 수 있다.
글| 진산뉘(金善女), 중국 민족어문번역국 중한번역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