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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다시 보는 불후의 명작


2020-07-07      글|친스웨(秦時月)

유명 감독 천카이거(陳凱歌)의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가 한국에서 재개봉했다. 한국에서 1993년 첫 상영되고 2017년 재개봉 한 이후 세 번째 상영이다. 중화권 영화계의 대표작이자 세계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꼽히는 <패왕별희>는 서사시적 구조와 함께 문화적 함의를 갖고 있다. 심오한 경극 예술을 바탕으로 엇갈린 관계 속 위기를 앞에 둔 인물들의 다면성과 다양성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극 중 인물의 역량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수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극 배우 청뎨이(程蝶衣, 장궈룽(張國榮) 역)와 돤샤오러우(段小樓, 장펑이(張豐毅) 역)의 50년 에 걸친 슬픔과 기쁨, 만남과 이별을 이 영화에서 크게 세 개 막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막에서는 샤오더우쯔(小豆子, 유년시절의 청뎨이)에게 일어난 변화가 주로 이야기 되고, 뎨이와 샤오러우의 감정에 관한 복선도 깔린다. 또한,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인물의 성격이 보다 확실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2막에서는 소년 청뎨이와 돤샤오러우가 화려한 한 때를 보내지만 이후 연기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이견이 생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샤오러우가 쥐셴(菊仙, 궁리(鞏俐) 역)과 결혼하면서 뎨이와 샤오러우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제3막에서는 해방 이후 외부 세계에서 비롯된 압력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고 쥐셴은 자살한다. 수 년이 흘러 청뎨이와 돤샤오러우는 재회하지만 청뎨이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는 경극에 입문하여 배우가 되고 무대에 목숨을 바치기까지의 또렷한 서사 구조, 연관된 서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청뎨이ㆍ돤샤오러우ㆍ쥐셴 세 인물의 감정적 갈등을 중심으로 뎨이와 샤오러우의 만남과 헤어짐이 그려지는 가운데, 역사적 흐름과 ‘패왕별희’라는 경극이 보조를 맞춘다. 
 
영화의 배경이 된 당시의 중국 역사 역시 눈길을 끈다. 청뎨이가 성장함에 따라 관객은 근대 중국의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경험할 수 있다. 청 왕조, 북양정부 시대,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 등 영화는 각 시대별 다양한 사건들을 세밀하게 배치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정권 교체로 어지러웠던 당시 중국의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영화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경극문화를 통해 당시 중국의 모습을 훌륭하게 재현해 냈다. 또한, 인물의 운명으로써 현상에서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한 국가의 흥망성쇠, 영욕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사회 엘리트나 민족의 영웅이 아니다. 서민 연기를 배우는 가난한 학생, 기녀 등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증인이자 서술자이며 정의자(定義者)다. 천카이거 감독은 이제껏 역사의 무대에 선 적 없던 인물들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 주었다. 
 
<패왕별희>가 청뎨이를 동성애자로 설정함으로써 매우 큰 성공을 거둬들였음은 의심할 바 없는 부분이다. 청뎨이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병적 상태에서 벗어나고 특수화에서 탈피해 가는 존재로서, 우리가 보게 되는 청뎨이는 연기에 삶을 바친 공연예술가이자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가난한 연극 배우이며, 우리 모두처럼 행복과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완벽과 자유로움을 갈구하는 보통의 사람이다. 이러한 점에서 청뎨이를 연기한 장궈룽을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장궈룽은 혼신을 바친 연기로 ‘미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청뎨이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는 <패왕별희>가 성공을 거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반 세기에 달하는 시간적 배경은 거대한 역사적 서사를 만들어 냈지만, 천카이거는 그 전개 과정을 정해진 틀에 가둬 두지 않았다. 무대와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일본인, 국민당, 해방군 등 관객과 배우의 상호작용)ㆍ무대 위 배우 간의 상호작용(샤오쓰(小四)와 청뎨이 사이의 갈등)ㆍ무대와 스크린 밖 관객 간의 결합은 영화 관람에 있어 세 가지 관점을 갖게 했고, 세 가지의 각기 다른 권력 관계를 탄생시켰다. 국가의 전통극을 사랑하며 청뎨이와 우정을 나누는 위안쓰예(袁四爺)와 일본군 장교, 경극이 겪은 풍파와 쇠락ㆍ회생을 보여주는 샤오쓰와 뎨이의 투쟁,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비판을 하기도 하고 감상을 하기도 하는 관객들. 이처럼 이야기를 하는 방식은 조예가 깊은 연극 배우와 연극광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고, 동시에 역사 연구가들까지 사로잡았다. 또한,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은 보통의 관객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할 만 했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저마다의 경상(鏡像)을 찾았으며, 마치 역사가 스크린으로 옮겨진 듯한 느낌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영화 속 역사가 바뀐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글|친스웨(秦時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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