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6
최근 한 친구가 전라남도 보성군으로 여행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필자에게 많은 독특한 물건들을 선물했다. 보성 녹차, 녹차 비스켓, 수제 다기, 심지어 녹차 찻잎 모양의 문구까지 있었다.
보성군은 예로부터 녹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최초로 녹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지역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10년 전쯤 보성 차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잊을 수 없는 한 가지는 기념품이나 선물을 구매할 때, 차 이외에는 거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현지의 관광 시스템도 부족해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차밭에서 사진만 찍고 바로 떠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친구가 다녀온 소식을 들으니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다. 4월 말부터 5월 초에는 오랜만에 ‘세계 차(茶) 엑스포’가 보성에서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각지의 명차를 맛보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험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외에도 관련 도예와 핸드페인팅, 차 테마의 장식품 제작 등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차밭 문화는 주변 음식점과 숙소 등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기도 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필자 역시 보성을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지방도시들은 각자의 독특한 매력을 찾아내고 나름의 ‘셀링 포인트’를 찾아내어 특색 있는 발전의 길을 걷고 있다. 보성은 녹차가 있으니 녹차 산업을 핵심으로 제품을 개발하여 1차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3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겨울이 길고 추운 강원도는 본래 여러 면에서 유리하지 않은 조건들이 많았으나, 스키 산업을 개발함으로써 길고 긴 겨울은 한 해 중 가장 활기찬 성수기가 되었다. 더욱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자원적 특색이 부족하면 혁신이나 문화 등 다른 요소를 활용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경기도의 소도시인 부천 역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천국제만화축제를 개최해 도시 인지도를 높였다. 한국만화박물관이 부천에 만들어진 것도 부천을 평범한 소도시에서 만화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또 경기도 양평군의 유명한 ‘소나기 마을’은 창작 문학의 덕을 톡톡히 본 곳이다. 소설 <소나기>는 한국에서 매우 유명한 문학작품이다. <소나기> 이야기의 배경이 양평군은 아니지만, 고향의 풍경과 이곳의 풍경이 비슷하다고 여겼던 황순원 작가의 묘역이 이곳에 있다. 소나기마을은 소설 속의 풍경을 현실로 재현한 공간이다. 문학 테마파크와 같은 소나기마을은 이제 수많은 사람들의 순례지가 되었고, 이 작은 도시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과거 사람이 많고 땅이 좁은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자원은 대도시에 편중되어, 이로 인해 도농간 격차가 벌어지며 지역 발전 불균형 등 문제가 발생했다. 지방도시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 가진 특색을 내세워야 한다. 각자 독특한 발전의 길을 찾은 지방도시는 나아가 한국을 더욱 다양하고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