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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에서 만나는 천년의 아름다움, 한푸 축제


2025-04-18      


시탕(西塘)고진은 장쑤(江蘇), 저장, 상하이(上海) 세 곳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 천년의 마을은 깊은 역사적 유산을 지녔고 수상 마을 특유의 풍치가 살아있는 곳이다. 이곳은 명·청 시대 고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어 중국 한족의 전통 복식 한푸(漢服) 애호가들의 마음속 성지로 여겨진다. 매년 11월이 되면 중국 각지와 해외에서 한푸 애호가들이 전부 이곳으로 모인다. 그들이 전통 복식 차림으로 고색창연한 낭붕 아래를 거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하다. 오늘날 ‘시탕 한푸 위크’의 영향력은 점점 더 확대돼 세계에 중국 전통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국제적 문화 행사로 발돋움했다.


한푸 애호가들의 대축제

자싱시 자산(嘉善)현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시탕고진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묘사할 때 ‘춘추전국시대의 강물, 당·송(宋) 시기의 마을, 명·청 때의 건축, 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말한다. 시탕고진은 장쑤, 저장, 상하이 세 지역의 접경지에 위치하며, 몇 갈래의 지류를 통해 대운하와 연결된다. 시탕고진의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물길을 따라 1km에 걸쳐 조성된 긴 낭붕이다. 낭붕 뒤편으로 잘 보존된 명·청 시기 고건축물이 있으며 그 위에 붉은 초롱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어둠이 내리면, 아른대는 은은한 빛이 수면 위를 비추며 꿈결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탕고진은 11월이 되어도 에메랄드빛 강물이 흐르고 수양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화사한 꽃으로 장식된 작은 배들이 천천히 다가오자 강변의 사람들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배를 구경하기 시작한다. 배 위 서생은 책을 손에 들고 예를 갖춰 공손히 인사하고 비단 옷을 걸친 ‘공자’는 살랑살랑 부채질한다. 머리에 봉관(鳳冠)을 쓴 ‘귀비’가 조용히 눈웃음 짓고 비파를 품에 안은 ‘악사’는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한푸 애호가들이 시대별로 다양한 복식의 한푸를 입고 시공간을 초월한 듯 축제의 장을 수놓았다.


2013년 유명 작사가 팡원산(方文山)은 시탕에서 ‘제1회 한푸 위크’를 개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푸는 소수의 마니아들만 즐기던 문화였다. 거리에서 한푸를 입고 지나가면 주변의 시선이 한몸에 쏟아졌다. 하지만 시탕에서 열린 첫 한푸 위크는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전통 향음주례(鄉飲酒禮, 예의를 차려 술을 마시며 벌이는 잔치)’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 매년 11월 시탕에서 정기적으로 한푸 위크가 열리면서 한푸는 점점 더 사람들에게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시탕 한푸 위크 기간, 전국 각지에서 온 한푸문화 동아리와 전통문화 애호가들이 시탕에 모였다. 사진/루신(陸欣)


세계로 뻗어가는 마을

“어서오세요! 들어와서 한번 입어보세요! 요즘 셔츠와 마몐췬(馬面裙)을 조합한 코디가 아주 인기랍니다.” 시탕고진의 한푸 체험점에 들어서니 예멘 출신의 점주 나빌이 서툰 중국어로 손님들에게 한푸 종류와 스타일링을 추천하고 있었다.


1986년, 20세의 나이로 홀로 중국에 유학을 왔던 나빌 사장은 30년 후 아내와 함께 시탕 한푸 위크 행사에 초청받았다. 한푸를 입고 고진을 거니는 것이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라 여기고 시탕에 한푸 가게를 열기로 결심했다.


“자산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이곳은 매일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자산현에서 9년째 살고 있는 나빌 사장은 날로 발전하는 시탕고진의 모습과 매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한푸 위크를 꾸준히 지켜본 당사자다.


제1회 한푸 위크는 참가자가 1만 명이 채 안됐지만 지금은 한국, 말레이시아, 남아공 등 20여 개국에서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며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한푸 애호가들은 ‘같은 옷을 입는다’는 뜻에서 서로를 ‘동포(同袍)’라고 부른다. 천년의 고읍인 시탕에서 중국과 해외의 ‘동포’들이 함께 모여 거리를 산책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다.


외국인들은 평일에도 나빌 씨의 한푸점을 찾는다. 그때마다 나빌 씨는 그들에게 영어와 아랍어로 중국 한푸 문화를 소개한다.


“여러분이 한푸로 갈아입는 순간 조상들이 살았던 ‘과거’로 되돌아간다. 시탕에 오면 반드시 해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중국 전통 복장을 입고 민속 문화를 체험 해 보는 것이다.” 이탈리아 유학생 리즈 마르타(Rizzi Marta)는 작년 춘절(春節, 음력 설) 때 친구들과 이 가게를 방문해 마음에 드는 한푸를 입고 예쁘게 치장하며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여행을 했다.


“시탕고진을 걷다 보면 주변에서 ‘어려워 말고 편하게 즐기라’고 말을 건넨다.” 리즈 마르타는 시탕 이곳저곳에서 용춤과 중국식 전통 혼례를 구경하고 복룡(福龍) 모양의 반고(盤扣, 중국식 전통 매듭단추) 만들기를 체험했다. “이런 우수한 전통문화는 세계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자싱의 가장 큰 지역적 특징은 바로 고진이 많다는 점이다. 자싱에는 강을 따라 도시 전체에 크고 작은 18개의 고진이 흩어져 있다. ‘시탕 한푸 위크’ 외에도 매년 10월 중하순 1300년의 역사를 가진 퉁샹(桐鄉) 우전(烏鎮)을 무대로 열리는 연극제는 전 세계 연극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끄는 행사다. 이 시즌이 되면 높은 장대에 발을 묶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빨간 코의 ‘피에로’, 한푸를 입은 ‘판다맨’, 과장된 헤어스타일의 트럼프 카드 ‘하트 퀸’, 가면을 쓴 채 나무(儺舞, 역귀를 좇는 춤)를 추는 ‘제사장’, 절을 하고 차를 우려내는 ‘마리오네트’까지. 중국 국내외 다양한 예술공연단이 각자 개성을 뽐내며 거리와 골목을 따라 퍼레이드를 펼치면 고진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동화 속 세계로 탈바꿈된다.


퉁샹의 ‘푸위안 패션 고진(濮院时尚古镇)’은 대운하 지류가 자싱시를 통과한 뒤 처음으로 지나는 고진이다. 지난해 12월 초 ‘2024 국풍대전(國風大典)’도 이곳에서 열렸다. 국풍 시장에서는 취당인(吹糖人, 설탕덩어리를 입으로 불어 각종 형상을 만드는 전통기예)과 유지우산(油紙傘, 기름종이로 만든 전통 우산) 만들기, 투호와 전지(剪紙, 종이를 오려 형상을 만드는 기예)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배 위에서는 송나라식 ‘수상 혼례’가 진행되고 무대 아래에서는 아름답고 화려한 ‘한푸 패션쇼’와 무술 공연이 펼쳐진다. 자싱의 각 구전에는 언제나 새롭고 놀라운 경험들이 숨어 있다.


최근 몇 년간 자싱의 고진들은 중국 소셜미디어에도 자주 등장하며 젊은이들의 인기 휴양지로 떠올랐다. 어쩌면 고진의 진정한 매력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古)’에만 있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새로운 힘을 발휘하는 ‘신(新)’에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자싱에서는 어디서나 한푸를 입고 고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옛 문화는 지금의 한푸처럼 자연스레 현대인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새로운 활력과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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