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사회·문화 >> 본문

자연이 선물한 도시: 그림 같은 싼밍


2024-10-15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싼밍시 다진후


중국 푸젠(福建)성에 위치한 싼밍(三明)시는 풍부한 역사 문화의 도시이다. 커자(客家) 문화가 시작된 이곳은 빼어난 자연 경관과 특유의 인문 환경을 지니고 있다. 도시의 발전 과정은 천혜의 자연 조건,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와 긴밀히 얽혀 있다. 공업으로 생겨난 도시지만 농업으로 융성한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의 멋을 밝히는 천 년 역사의 거리

전통차인 뇌차(擂茶)를 마시고 매림극(梅林戲)을 감상하며 싼밍시의 타이닝(泰寧)고성을 한가로이 거니는 일에는 특별한 정취가 있다. 천 년 역사의 고성 타이닝현은 예로부터 걸출한 인재들을 두루 배출해 ‘한 개울 건너 두 명의 장원이, 한 사립문 건너 네 명의 진사가, 한 골목 건너 아홉 명의 향시 급제자가 나왔다(隔河兩狀元, 一門四進士, 一巷九舉人)’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시험이 성황을 이뤘다. 타이닝고성은 예로부터 ‘한나라와 당나라의 오래된 마을, 북송과 남송의 이름난 도시(漢唐古鎮, 兩宋名城)’라 불려 왔다. 타이닝고성 내 옛 거리인 상서가(尙書街)는 중국 강남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된 명나라 시기의 민가 군집으로, 명(明)나라 초기부터 청(淸)나라 말기까지 500여 년에 걸쳐 각 시기별 다양한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비오는 날의 타이닝고성


‘80허우(80後, 1980년대 출생자)’ 세대인 리화(李華)는 싼밍시의 무형문화유산인 다룽(大龍) 뇌차의 전승자다. 타이닝고성 상서가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에 매료된 그는 2015년 이곳에 ‘상품원(尙品苑)’이라는 뇌차 찻집을 열었다.


타이닝고성의 오래된 골목 중 하나인 복당항(福堂巷)으로 들어서면 뇌발(擂钵)에 든 찻잎을 뇌곤(擂棍)으로 찧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리화는 가게 안에서 손에 뇌곤을 쥐고 뇌차를 만들며 찻집을 들른 손님들에게 뇌차의 역사와 제조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천 년 넘는 역사를 지닌 타이닝 뇌차는 커자족이 고대 중원(中原) 문화를 계승한 특별한 음료이자 지역색이 뚜렷한 차 문화다. 친절하고 정이 많은 커자족은 주변에 결혼식을 치르거나 친지,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 정성을 담아 뇌차를 대접한다.” 그는 뇌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뇌차는 뇌발에 찻잎과 땅콩, 해바라기씨, 참깨, 붉은 대추 등 기본 재료를 넣고 동백나무로 만든 뇌곤으로 가루를 낸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다. 그리고 음용하기 직전 볶은 쌀을 넣으면 뇌차 한 잔이 완성된다.”


리화의 찻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 가게가 바로 상서제(尙書第) 근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상서제는 상서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온전하게 보존된 명나라 민가로 대저택 전체가 타이닝 고성을 그대로 축소시킨 듯하다. 약 4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곳은 타이닝현 옛 문화가 잘 농축돼 있다. 명나라의 병부상서이자 태자의 스승이었던 이춘엽(李春燁)의 사저로 다섯가지 복을 상징하는 ‘오복당(五福堂)’이라고도 불린다. 건축물의 총 면적은 5400m2로 타이닝의 전통적인 삼청구동(三廳九棟) 구조로 후원이 있고 안뜰과 바깥뜰로 나뉜다. 정원에는 다양한 수풀이 울창하다. 전형적인 명나라식 고대 건축물인 상서제는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필수 명승지로 손꼽힌다.


단샤(丹霞)지형을 품고 있는 타이닝현 전원마을



타이닝은 매우 깊고 다채로운 문화적 토대를 간직하고 있다. 타이닝 매림극, 타이닝 다위안(大源)촌의 눠(儺, 굿)춤, 타이닝 차둥컹(茶東坑)촌의 어자등(魚子燈), 타이닝 다톈(大田)향의 구인등(蚯蚓燈) 등 다양한 등급의 무형문화유산만도 43개에 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타이닝시 지방정부는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전승을 위해 상서가에 ‘무형유산 박람원’을 설립했다. 이곳은 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정기적으로 다양한 전수 및 계승 활동을 펼치고 있어 늘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와 관람하거나 체험한다.


이밖에도 타이닝현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도시 문화 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상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을을 순회하며 타악기로 밤에 시간을 알리는 타경(打更), 어자등, 용등(龍燈) 등 거리 공연를 비롯해 장원취친(狀元娶親, 장원급제자의 장가들기) 행사 등 야간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무형문화유산이 전시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문화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땅거미가 지면 타이닝현 중심부의 고성에서 거리를 순찰 중인 야경꾼들과 마주칠 수 있다. 두향상청관(豆香上靑館)에서 콩국으로 만든 유장두부(游漿豆腐)를 먹거나 타이닝의 전통음악인 상청고악(上靑古樂)을 들으며 상품원에서 친한 벗들과 뇌차를 마실 수 있다. 왕운각(望蕓閣) 한푸(漢服) 체험관에서 고대 전통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옛 거리를 거닐어도 된다. 타이닝현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생기가 돌며 빛이 난다.


작은 마을 ‘장러현’ 수상 스포츠의 메카로

싼밍시의 산림녹화율은 78.73%, 임목축적량은 1억 8200만 m3에 이르며 산림에서 생성되는 평균 산소음이온 농도가 1500개/cm3에 달하는 명실상부 ‘중국의 녹색수도’라 불린다. 이 지역은 ‘깊은 숲, 아름다운 자연, 장수 마을’로 대표된다.


진시허(金溪河)는 무이산(武夷山) 동쪽에서 발원해 젠닝(建寧), 타이닝, 장러(將樂)를 지나 푸툰시(富屯溪)로 흘러 들어가는 민장(閩江)의 주요 지류 중 하나다. 진시허의 장러 구간은 다진후(大金湖)의 하류에 위치해 수량이 풍부하고 유속이 안정적이다. 특히 장러현에서 가오탕(高唐)진 창커우(常口)촌에 이르는 구간은 하천 폭이 넓고 양쪽 연안으로 식생이 우거져 있다.


지난 2023년 11월 25일에서 26일까지 장러에서 ‘진썬(金森)배 제8회 중국 장러 카누·카약·스탠드업 패들보드(SUP) 마라톤 오픈 대회’와 ‘백리선기(百里船渏)-금계화랑(金溪畫廊) 슈퍼 수상 마라톤 챌린저 대회’가 열렸다. 조각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과 푸른 산, 맑은 물을 배경으로 카누·카약 선수들과 애호가들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보팅을 즐기고 진시허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타이닝고성을 축소해 놓은 듯한 상서제


최근 장러현은 ‘녹수청산(綠水靑山)’의 수려한 자연 환경을 무기로 특색 있는 수상·레저 스포츠 산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여러 수상 스포츠팀이 전지훈련을 위해 장러현을 찾고 있으며 카누·카약·패들보드 등의 대중화된 체험 프로그램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장러현 수이난(水南)진 첸탄(乾灘)촌의 주민 탕둥제(湯冬傑) 는 진시허 강변에서 자란 마을 토박이로,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대나무 뗏목을 타고 고기를 잡으며 살림을 거들었다. 고향인 장러현이 카누·카약 경기의 개최지였던 까닭에 전기 기술자 출신인 그도 이 종목에 빠져들었고, 부단한 훈련 끝에 마침내 코치가 됐다. 탕둥제는 벌써 8년째 고향에서 열리는 카누·카약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과 함께해 온 이 강을 전 세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장러현은 스포츠 인프라를 한층 강화했다. 수역의 평균 너비를 200m 이상으로 넓혀 수상 스포츠 발전을 위한 든든한 여건을 조성했고, 수상 경기 현장도 ‘아름다운 중국, 숨 쉬고 싶은 청정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쾌적하고 깨끗한 자연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중국의 천연 산소카페’라는 별칭답게 우수한 생태 환경을 자랑하며 활기찬 스포츠 도시로 끊임없이 도약하고 있다.


장러현의 ‘수미경제(水美經濟, 물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는 싼밍시가 추진 중인 생태환경 보호를 통한 경제·사회 활성화를 대표하는 사례다. 싼밍시에서는 밍시(明溪)현의 탐조와 숲속 힐링여행부터 타이닝현의 구룡담(九龍潭) 밤 산책과 뱃놀이, 강과 바위를 너울대는 화려한 조명, 과학기술과 대자연의 어우러짐, 젠닝현 수이시(濉溪)의 일출과 연꽃 구경, 낚시 체험과 저녁 노을 감상까지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싼밍시의 바탕색은 ‘녹색’이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곳곳에서 생기를 뿜어내는 ‘다채로운 푸른 빛’이다.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인 타이닝 매림극


푸른 도시를 만드는 생태 농업

싼밍시 젠닝현은 ‘연자(蓮子)’, ‘종자(種子)’, ‘이자(梨子·배)’, ‘도자(桃子·복숭아)’, ‘무환자(無患子)’ 등 ‘오자(五子)’로 유명하다. 젠닝현은 오랜 연꽃 재배의 역사가 있다. 오대(五代) 시기 양나라 용덕(龍德) 초기 921년, 금요산(金鐃山)의 사찰 보국사(報國寺) 앞에는 이미 백련지(白蓮池)가 조성돼 있었다. 젠닝현의 연을 뜻하는 ‘건련(建蓮)’은 청나라 때 이미 명성을 널리 떨쳤고, 특히 서문(西門) 바깥 연못에서 나는 ‘서문련(西門蓮)’은 연 중에서도 상등품으로 취급돼 조정에 공물로 바쳐왔다. 젠닝현은 ‘중국 황화배(黃花梨)의 고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젠닝현의 옥배(玉梨)는 시원하고 달콤하며 껍질이 얇고 씨가 작다. 과육은 하얗고 아삭아삭하며 재배 면적은 10만 무(畝, 1무는 약 666.67㎡)에 달한다. 젠닝현은 복숭아 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발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크며 수질이 좋고 오염이 없는데다 셀레늄까지 풍부한 지역적 특성은 독보적인 ‘젠닝 황도(黃桃)’를 만들었다. 무환자나무는 천연 계면활성제인 사포닌이 들어 있어 친환경 비누로도 활용된다. 무환자나무로 만든 나무막대기는 악귀와 음기를 쫓는다고 전해져 이 나무에 근심 걱정이 없다는 뜻의 ‘무환(無患)’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젠닝현은 중국 최대의 무환자나무 인공 재배지이다.


타이닝현 세계지질공원 모얼산(貓兒山)


‘젠닝 오자’ 가운데 ‘종자’는 가장 특별한 존재이다. 중국의 벼 종자 10알 가운데 1알은 젠닝산이다. 젠닝현은 해발 290m~1858m 사이의 구릉 지대에 속하는데, 주변이 높고 중심부가 낮아 자연스럽게 외부와 격리된 환경이 형성됐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해 벼 재배에 좋은 여건을 갖췄다.


1976년 젠닝현에 교잡벼 종자 생산 기술이 뿌리내린 이후 현재 이곳에서 생산되는 교잡벼 종자의 품종은 400여 종에 달한다. 생산 면적과 생산량 비중은 전국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현지에서는 ‘기업+중개인+기지+농가’가 결합된 생산 방식을 개발해 종자 생산의 산업화 발전을 실현했다.


1991년생 후훙(胡宏)의 아버지는 젠닝현의 1세대 종자 생산 중개인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논에서 자란 그는 벼 종자가 농가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2008년 학업을 마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종자 중개인 일을 시작했다. 이후 최신 종자 생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2년 간 하이난(海南)으로 자비 연수를 떠났고 공부를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종자 전문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는 “아버지는 경험에 의존해 안정을 추구하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해 기계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며 “실질적인 효과를 통해 이전 세대의 종자 생산 사고 방식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감로암사(甘露巖寺)는 ‘기와를 사용하지 않고 기둥 하나만 땅에 박혀 있는’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로 85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후훙이 속한 팀은 매년 최소 6000명 이상의 농민들에게 종자 생산 기술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후훙과 같은 신세대 농업인들의 잇따른 활약으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젠닝현의 종자 생산 전 과정 기계화 수준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기계화율은 60.1%에서 82.5%, 볍씨 건조율은 0%에서 90% 이상으로 급증했고 정보화 서비스도 질적 향상을 이뤄 적용 범위가 25%에서 87%로 확대됐다.

현재 젠닝현의 로컬 종자기업 21곳에는 모두 2만 3500호의 지역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벼 종자 생산 전문가다. 게다가 싼밍시의 종자 산업은 주변 지역으로 확산돼 생산 면적이 20만 무까지 늘어났다. 자그마한 종자 한 알이 젠닝현에 엄청난 활력을 가져다줬고 지역 농민들의 생활을 넉넉하게 하는 ‘확실한 성공 비결’이 된 것이다.


현재 젠닝현은 국가급 현대농업산업단지를 건설해 기업들의 종자 가공·선별·저장 등의 인프라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 기관이나 대학교와 연계한 육종 기술 연구와 과학기술 혁신 인재 육성뿐 아니라, 푸젠성 최초로 ‘찾아가는 법정’ 서비스를 통해 종자 산업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보호 등 법률적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선도기업 육성과 기계화율 향상, 산업 간 융합과 종자 산업 과학인재 역량 제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40년 넘게 이어진 노력 끝에 중국 최대 교잡벼 종자 생산기지로 성장한 젠닝현은 2022년 종자 생산 면적 15만 5000무, 생산량 3만 5500t, 직접적인 경제가치 창출 규모는 6억 9백만 위안(약 1조 1570억 원)을 기록했다.


다양한 종류의 특색 먹거리


싼밍은 산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흐르고 사람은 장수하며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워 마을 전반에 천년 고풍(古風)이 흐른다. 청록색 개울과 붉은 노을, 젠닝현의 연꽃, 사(沙)현의 먹거리 등 많은 아름다움과 색채를 가진 보물 같은 도시 싼밍. 이곳에 발을 들이는 사람 누구라도 이 매력적인 도시에 반하게 될 것이다. 


글 | 톈샤오(田瀟)

사진 | 싼밍시·타이닝현·장러현·젠닝현 융합미디어센터 제공

240

< >
lianghui-002.jpg

중추절 ‘월병’ 이야기

한국에서 추석에 송편을 먹듯, 중국의 중추절(中秋節)엔 웨빙(月餅, 월병)을 먹는다.

읽기 원문>>

‘전통다과’ K-디저트의 우아한 변신

추석이 되면 중국에서는 웨빙(月餅, 월병)을 먹고 한국에서는 ‘송편’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