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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치롄(祁連)산 아니라면 강남(江南)지역으로 착각할 장예(張掖)


2023-05-29      글|차이멍야오(蔡夢瑤)

간쑤(甘肅)성 서부에 위치한 장예는 남쪽으로 치롄산맥이 면면히 이어지고 산 정상은 일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다. 봄이 오면 녹은 물이 헤이허(黑河)로 유입돼 도시를 가로지르면서 비옥한 땅을 촉촉하게 적셔 이 도시는 강남 물의 도시 같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신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 덮인 치롄산을 안보고선 강남지역으로 착각할 만한 장예”라고 말한다.


철새 떼가 장예시 가오타이현으로 날아와 헤이허습지에서 먹이를 찾거나 쉬고 있다. 사진/VCG



‘도시 절반이 갈대’인 습지 풍경

‘싸이상강남(塞上江南, 변방 지역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장예는 독특한 지리 환경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있고, 유구한 역사와 진귀한 인문 풍경을 많이 남겨 오늘날 ‘도시 절반은 갈대, 절반은 탑’이라는 말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중 ‘도시 절반이 갈대’인 모습은 장예의 독특한 습지 풍경을 말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중국의 2대 내륙강인 헤이허는 380만무(亩, 1무는 약 666.67㎡)에 달하는 다양한 습지를 탄생시켰다. 매년 가을, 습지에서 자라는 금빛 갈대가 바다를 이뤄 장예 특유의 풍경시(詩)를 이룬다. 장예 역내에 위치한 헤이허 습지에는 수생 식물자원이 매우 풍부해 야생 조류 번식에 천혜의 조건을 마련해주었다. 매년 겨울과 봄이 되면 남쪽으로 날아갔던 철새가 이곳으로 날아온다.


서북쪽 건조한 사막지역에 위치한 장예는 허시(河西)회랑에서 가장 큰 오아시스다. 북쪽은 바단지린(巴丹吉林)사막이다. 사막의 침입으로 장예라는 오아시스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헤이허습지는 수자원 축적, 기후 조절, 수질 정화, 방풍방사, 생물 다양성 보호 등 다양한 생태기능을 가지고 있다. 황사 피해를 줄이고 치롄산 수자원 축적지구의 생태 안전을 보호하는 천연 장벽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곳의 생태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1980~1990년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헤이허습지의 생태가 파괴된 적이 있었다. 하상에서 돌과 모래를 채굴하고, 강가에 공장을 개설해 습지가 침범 당했다. 물 맑고 푸르렀던 풍경선이 회색 시멘트로 대체됐고 조류와 곤충은 생존할 서식지를 잃었다.


1992년, 간쑤성 임업청은 ‘가오타이(高臺)현 헤이허유역 자연보호구’를 설립했다. 수십 년 동안 10억 위안(약 1925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습지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습지 정리, 수계 준설, 식생 보충, 순찰 통로, 공원 건설 등 조치를 취해 헤이허습지 생태 환경 복원에 시 전체의 힘을 쏟았다.


생태 환경이 점차 회복되면서 습지도 되살아났다. 현재 총 25만ha 면적의 광활한 습지 중 인공습지 면적이 1만ha가 넘으며 ‘도시의 폐’, ‘생물 마트’, ‘대자연의 종(種) 유전자 창고’라고 불린다. 철새들도 이곳으로 돌아와 번식하고 서식한다. 데이터에 따르면 해마다 18~25만 마리의 철새가 장예 습지를 포함한 이 지역을 찾아와 머문다.


습지공원 보행도로를 산책하면 신선한 바람에 갈대가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물 위에 떠 있던 고니가 민첩하게 물 속으로 머리를 박았다가 은어를 잡아 올리며, 저 멀리 낮게 나는 기러기 떼가 큰 소리로 울면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갈대 숲 속으로 날아들고, 작은 호수에 물오리 몇 마리가 부지런히 머리를 움직이며 멀리 호숫가에서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살핀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발걸음 소리가 이곳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며 소나타를 만든다.


장예 대불사에 있는 <서유기> 벽화 사진/IC


‘도시 절반이 탑’인 천 년 고도

‘도시 절반이 갈대’인 낭만적인 풍경 외에 수천 년 역사는 이 오래된 도시에 ‘도시 절반이 탑’인 명승고적을 남겼다.


원나라 때 중국을 방문한 마르코 폴로는 1년 동안 장예를 여행했다. 현지 풍토와 사람을 연구한 마르코 폴로는 이후 세계적인 저서 <동방견문록>에서 장예의 ‘대불사(大佛寺)를 기록했다.


장예 고성 남쪽에 위치한 대불사는 서하(西夏) 영안(永安) 원년(1098년)부터 수대에 걸쳐 몇 차례 개축됐다. 역대 황실의 사원으로서 서하, 원, 명, 청 왕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전형적인 궁궐 건축 양식을 보인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절 안에 있는 거대한 석가모니 와불이다. 길이 34.5m, 어깨 너비 7.5m에 달하는 중국 최대 실내 와불상이다. 와불의 손가락에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전신이 채색된 불상의 얼굴 부분은 금박이고 두 눈은 반쯤 감고 있어 신비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와불 뒤에는 눈을 내리깔고 합장하고 있는 제자 열 명이 있다.


장예 대불사에는 전설이 있다. 오래 전, 한 고승이 장예 고성을 방문했다. 어느 날 이 고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는데 갑자기 눈 앞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독경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는 빛과 소리를 따라 지금의 대불 위치로 다가가 땅을 파자 옥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와불이 있었다. 깜짝 놀란 고승은 이 신비한 일을 사람들에게 말했고 소문을 들은 서하의 귀족과 불교 신자들이 찾아와 재물을 바쳤다. 그들의 헌공으로 웅장한 사원을 건설했고 대전에 거대 와불을 모셨다.


당나라 이후 장예는 불경이 전해지는 필수 코스가 돼 불교 사원이 많이 건설됐다. 거대한 와불이 있는 대불사 외에도 절벽에 매달린 마제사(馬蹄寺) 석굴군, 진귀한 서하 벽화가 있는 문수산 석굴군 등이 있다. 수천 년 동안 동과 서를 오가던 승려와 학사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불교 문화를 이곳에 전파했고, 동서양의 문화 예술이 침투해 현지 석굴 벽화와 조각상의 스타일에 영향을 주어 이 고성에 독특한 종교 색채를 더했다.



칠채 단하(丹霞), 대지에 뿌려진 ‘팔레트’

하늘에서 장예를 내려다보면, 순백의 설산, 노란 고비사막, 황금빛 갈대 숲이 산재된 가운데 오색찬란한 색 덩어리가 박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장예의 칠색 단하 여행풍경지구다.


칠색 단하를 처음 본 사람은 “마치 신이 부주의해서 팔레트를 엎은 것 같다”고 말한다. 자홍색, 회녹색, 황녹색, 흑회색 등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져 각양각색의 형태를 지닌 언덕을 이룬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이 아름다운 색채의 언덕에 붉은색 석양이 깔려 반짝반짝 빛나면서 마치 대지가 화염을 내뿜는 것 같다.


이 대자연의 마법은 붉은 사암이 오랜 세월 풍화로 깎이고 물에 침식돼 형성됐다. 수백만 년 동안 햇빛과 비바람을 겪어 마침내 아름다운 자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채로운 지형과 풍부한 자연자원은 장예의 눈부신 명함으로 국내외 여행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루 다 셀 수 없는 인문 경관과 유물 유적은 장예에 역사의 의미를 한층 더 더했다. 수천 년 역사는 장예에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고 이제는 현대의 사람들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글|차이멍야오(蔡夢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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