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7
현재 중국에서 ‘국풍 스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인터뷰이 제공
최근 ‘국풍(國風) 스키’라는 단어가 중국 인터넷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키 달인들이 한푸(漢服)를 입고 설원에서 바람을 가르며 스키를 타는 모습은 중국 무협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검을 타고 날아다니는(어검비행, 御劍飛行)’ 협객 같다. 중화 문화의 아름다움과 낭만이 자유로운 건강 스포츠인 스키와 만나 독특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우수한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빙설이라는 ‘차가운 천연자원’을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뜨거운 경제적 효과’로 전환해 여행업 발전을 견인했다.
‘빙설 퍼포먼스’가 일으킨 열풍
한푸를 입고 붉은색 망토를 걸친 90허우(後, 1990년대 출생자) 스키 달인 샤오메이(小美)가 신장(新疆) 아러타이(阿勒泰) 천연 스키장에서 촬영한 ‘국풍 스키’ 영상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쌩쌩한 바람 소리와 옷자락을 펄럭이며, 샤오메이는 눈부신 설원 위에서 고난도 동작을 선보였다. 순백의 눈과 대비되는 붉은 망토는 바람에 나부끼며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 모습이 마치 무협소설 속 카리스마 넘치는 협녀 같다. 수많은 누리꾼이 “정말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선녀 같다”라고 입을 모으며 ‘좋아요’를 눌렀다. 유튜브 등 해외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샤오메이의 스키 퍼포먼스는 호평을 받았다. 그녀의 영상을 본 해외 누리꾼들은 “정말 환상적인 중국의 빙설 퍼포먼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샤오메이와 스키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놀러가 즐기는 정도였지만, 점차 스키 탈 때의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에 빠져 열렬한 팬이 됐다. 지금은 스키장을 마음껏 누비지만 처음 배울 때는 매우 힘들었다. “어릴 때는 체력도 약하고 병도 달고 사는 아이였다.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다. 스키를 배우면서 스키장에서 수도 없이 넘어졌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눈밭을 굴렀다. 한 번은 고글이 깨질 정도로 정말 심하게 넘어져 눈이 일주일 넘도록 퉁퉁 부은 적도 있었다.” 샤오메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한푸’와 ‘스키’는 어떻게 접목하게 됐을까. 샤오메이는 “어릴 때부터 무협 판타지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칼을 타고 나는 어검비행 장면을 특히 좋아했다. 스키의 속도감과 한푸의 우아함을 결합하면 진짜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국풍과 스키를 결합하면 사람들에게 빙설 스포츠와 중국 전통 의상의 매력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담한 생각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스키 초보자가 이러한 퍼포먼스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스키는 전문 장비를 갖춰야 한다. 한푸를 입으면 전문 방풍 재킷을 걸칠 수 없고 고글도 쓸 수 없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쉽게 눈물이 나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얼굴이랑 귀, 손이 꽁꽁 언다. 게다가 영상을 촬영할 때면 헬멧마저 착용할 수 없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초보들은 반드시 각종 장비를 철저히 착용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스키 고수가 된 다음, 샤오메이는 자신의 경험을 애호가들과 나누는 것을 즐긴다. 더우인(抖音), 샤오훙수(小紅書), 웨이신(微信)비디오 채널(視頻號) 등 플랫폼에 계정을 만들어 스키 애호가들에게 안전과 장비, 스키장 리뷰 등 자세한 팁을 공유한다. 자신이 블로거로서 활동할 때 겪었던 훈훈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팬이 있었다. 내 영상을 보고 스키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스키를 배우고 사랑하면서 그는 스스로 갇혀있던 암울한 세계에서 벗어나 야외로, 대자연으로 나왔다.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제 마음이 매우 건강해졌다고 하면서 매우 고맙다고 하는데 정말 감동이었다. 내 영상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에게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됐다.”
샤오메이는 중국 내 여러 스키장을 다녔다. “제 마지막 선택은 자연 그대로의 스키장인 ‘산악 스키장’이었다. 중국에서 산악 스키를 가장 즐기기 좋은 곳은 신장 아러타이다. 2019년 2월 아러타이에서 두 달 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스키 가이드를 했다. 그때 산악 스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신장 아러타이 스키장은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스키를 타기 전 전문가들이 스키어들에게 스키 코스 계획을 세워 준다. 물론 스키어들 스스로 산에 올라가 스키를 탈 수도 있지만 안전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니 초보자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극한의 운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블로거로서 누리꾼에게 스키 지식을 알리는 샤오메이는 자신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신장 아러타이 지역 빙설 홍보 대사가 됐다. 그녀는 자신의 영상을 통해 신장의 아름다운 천연 스키장을 알게 된 사람이 늘어나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이제는 매년 겨울마다 아러타이에 머무른다. 스포츠를 즐기기에 매우 뛰어난 설원이 있는 신장은 그야말로 스키 천국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와 스키를 즐겼으면 좋겠다.”
열기를 더하는 빙설관광업
‘국풍+스키’는 국내 스키장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영 모델을 제시하며 현지 관광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땅을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황금의 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지린(吉林)시의 쑹화(松花)호 스키장은 더 많은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최근 야간 개장 때 ‘빙설 쇼’ 등 국풍 공연을 선보였다. 화려한 경극(京劇)과 천극(川劇) 의상을 입은 스키 클럽 회원들이 눈부신 설원을 가로지르며 전통문화와 스키 기술이 융합된 특별한 장면을 연출, 스키장에 색다른 문화적 감성을 더했다.
지린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빙설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네이멍구(內蒙古) 후룬베이얼(呼倫貝爾)시 천바얼후(陳巴爾虎)기의 모르거러(莫日格勒) 강변에서는 ‘일일 빙설 나다무(那達慕) 페스티벌’가 진행된다. 여행객은 이곳에서 몽골족 민속 문화에 대해 몰입식 체험을 할 수 있다. 베이징 스차하이(什剎海), 베이하이(北海), 위안밍위안(圓明園) 등 관광지에서는 청(清)나라 팔기(八旗)군 장병 복장을 한 연기자가 눈과 얼음의 고풍스러운 선율을 재현해 여행객은 빙설을 즐기고 문화 창작품을 구입하는 등 다양하게 놀 수 있다. 창춘(長春) 난시(南溪)리 문화 여행 마을은 <검은 신화: 오공(黑神話: 悟空)> 빙설 테마파크 건설에 주력해 빙설로 게임 속 웅장한 신화 장면을 재현했다.
현재 ‘중국풍’을 타고 빙설 문화관광 산업이 왕성한 활기를 띄고 있다. 2024년 10월 11일 발표된 <중국 빙설산업 발전 연구 보고서(2024)(中國冰雪產業發展研究報告)>에 따르면, 중국의 빙설산업은 빠른 발전 단계에 놓여 있고 시장 규모 확대, 소비자 수요 다양화, 산업사슬 개선, 빙설 장비 수출 청신호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중국 빙설산업 규모가 1조 위안(약 202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북방과 남방 도시 모두에서 빙설 관광 발전 추세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 스포츠+대중 오락’과 ‘북상남진+주객공유’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 하얼빈(哈爾濱) 등의 성공 사례가 전국적으로 빙설 관광 열기를 크게 고취시켜 특색 있는 겨울 관광 체험을 창출시켰다. 특히 남쪽 지역 여행객이 북쪽 지역을 방문해 빙설의 즐거움을 만끽했고 빙설 여행 소비 열기를 높였다. 샤오메이도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스키의 매력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글 | 왕루잉(王如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