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
잔더빈(詹德斌) 상하이대외경제무역대학 조선반도(한반도)연구센터 주임·교수, 상하이시 조선반도연구회 부회장
최근 트럼프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소위 ‘상호관세’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의 핵심 내용은 세 가지다. 모든 무역 상대국에 ‘최저 기준 관세’ 10%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 적자가 가장 큰 59개 국가에 10~49%의 ‘국가별 고관세’를 차등 산정하고 중국과 한국은 각각 34%,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전면 징수하고 중국 및 홍콩발 800달러 이하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정책 폐지도 예고했다.
지난 4월 10일, ‘상호관세’ 정책이 발효된 지 채 13시간도 되지 않아 트럼프는 갑자기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펜타닐 원료를 문제 삼아 중국에 두 차례 걸쳐 부과한 총 20%의 관세를 합산하면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의 누적 세율은 145%에 달한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는 여러 국가(한국 포함)에 부과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이 기간 소위 최저 기준 관세 10%만 적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관세는 유예 범위에 속하지 않으며 기존 계획대로 시행한다.
현재 발효 중인 ‘트럼프 관세’와 90일 유예 기간에 존재하는 여러 변수 때문에 글로벌 무역과 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이 연장됐다. 이 역시 중한 양국이 자국 경제 정책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상호관세’ 중·한 공동 이익 위협
전 세계 제조업의 중심인 아시아가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의 주요 타깃이 됐다.
현재 한국 경제는 산업망 의존과 수출 노선 제약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 등 한국의 핵심 산업은 대(對)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25% 관세 인상 후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고관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면 한국은 2025년 수출 성장률이 5~8%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자동차 산업이 입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베트남과 멕시코 등 소위 ‘무역 우회 거점’을 겨냥한 규제 정책을 함께 펼쳐 한국이 제3국을 통해 관세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좁아졌다. 한덕수 한국 대통령 권한 대행은 최근 긴급 경제안보전략TF회의를 소집하고 영향을 받는 산업을 위해 지원 정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러한 단독 대응 조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수출 구조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이 직면한 관세 압박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대(對)중 누적 관세율이 이미 145%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5년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15% 이하로 감소했고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시장 다원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중국 제조업의 전체 산업망 우위와 ‘신삼양(新三樣, 신에너지차·리튬 배터리·태양광 산업)’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완충 공간을 마련해 줬다. 그러나 미국이 동아시아 산업망을 겨냥한 공격은 여전히 중·한 양국의 공동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한국에서 고성능 반도체칩을 수입해야 하고 한국은 중국의 희토류 등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 전쟁이 이어진다면 지역 내 공급망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중·한 공동 타개의 기반: 경제 상호보완성 및 지역 통합
지난 3월 30일, 중일한 경제장관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됐다. 3국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중일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을 명확히 했다. 비록 중국과 한국 두 나라 기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지만 산업망의 상호 보완성은 여전히 높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첨단 전자 부품, 화학 공업 제품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희토류와 같은 핵심 원자재, 중급 기술 수준의 부품, 방대한 소비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은 ‘공급망 안전 대화 메커니즘’ 구축을 통해 무역 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한국에서 칩 수입을 확대하고 한국은 대미 원자재 의존을 줄여 공동으로 외부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다.
2015년 중한 FTA가 발효된 이후 상품 관세가 90% 이상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감축했지만 2단계 협상에 있어서는 여전히 중대한 돌파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녹색 에너지, 크로스 보더 전자상거래 등 분야에서 새로운 공감대를 도출해 낼 수 있다면 양국의 무역 규모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한국은 중국의 크로스 보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재 수출을 확대할 수 있고 중국은 한국의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지역 다자간 메커니즘도 양국 협력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중일한 FTA와 RCEP의 시너지 효과로 양국은 더 넓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RCEP 틀에서의 원산지 누적기준 허용은 중국과 한국 기업이 지역 내 중간재를 활용해 비용 절감을 허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최상목 한국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9일 개최된 경제 분야 장관회의 및 산업 경쟁력 강화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중일한 FTA 협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응 전략: 단기 긴급 대책에서 장기 전환까지
미국의 관세 인상 충격에 직면해 두 나라는 단기적인 리스크 관리와 장기적인 경쟁력 재편을 함께 고려하며 단계적으로 대응 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단기적으로 양국은 금융 안정 정책을 우선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 메커니즘을 통해 자국 통화 환율을 안정시켜 자본의 비정상적인 유출입을 방지할 수 있다. 중한 양국의 중앙은행은 통화 스와프 규모를 확대해 국경 간 무역에 유동성 지원을 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산업망 재편과 시장 다각화 전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첫째, 지역 공급망 허브를 공동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한 양국은 산둥(山東), 랴오닝(遼寧) 등 연해지역에 산업단지를 건설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 생산하고 중국-유럽 화물열차(中歐班列)를 이용해 유럽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둘째, 제3자 시장을 확대한다. ‘일대일로’를 통해 아세안 협력을 강화하고 대미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은 중국과 협력해 동남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
장기적인 돌파구의 핵심은 기술 혁신과 제도적 개방에 있다. 첫째, 핵심 기술의 공동 연구 개발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중한 공동 연구실을 설립해 기술 장벽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제도형 개방을 추진한다. 세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술 표준을 통일해 수입품이 입경된 뒤에도 규제 및 표준을 일체화하는 것이다.
장애물을 넘어, 협력 심화의 최적기
글로벌 무역 규칙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오늘날, 동아시아 경제의 양대 엔진인 중국과 한국은 협력의 지평을 넓힐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동시에 양국이 공동으로 극복해야 할 다층적인 장벽 또한 엄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양국은 내부 이익 조정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 농업과 서비스업은 시장을 한층 더 개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농산물 관세 삭감은 자국 산업에 일정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면 중국은 국유기업 개혁과 외자 진입 문제의 균형을 이뤄야 하고 서비스업 개방 압박도 있다. 대외 개방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는 양국 정책 수립의 전략적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시험하는 중대한 잣대가 되고 있다.
둘째, 세계화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미국의 금융 시장이 요동치거나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면 관세 정책이 완화될 수 있지만, 중한 양국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며 일시적인 변화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은 위기와 동시에 중한 양국 협력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두 나라는 공급망 안보를 연결 고리로, FTA를 프레임으로 삼아 보다 회복탄력성 높은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대중국 관계의 축소는 단기적 편익을 능가하는 막대한 기회비용 지불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도 시장 개방과 기술 공유 등 더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처럼 상호 노력이 뒷밤침될 때 비로소 중한 양국은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격랑 속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동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글 | 잔더빈(詹德斌), 상하이대외경제무역대학 조선반도(한반도)연구센터 주임·교수, 상하이시 조선반도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