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8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중국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3월 4일에 개최되었다. 특히 올해 중국정부의 경제정책과 목표성장률을 발표하는 ‘정부업무보고’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3월 5일 발표된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정부는 주요 발전 목표로 경제성장률 5% 안팎, 도시 신규 취업자수 1200만명 이상, 소비자물가 증가폭 3% 안팎 등을 제시하였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작년 양회에서 제시된 것과 거의 동일한 목표치가 제시되었다.
경제성장률 5%의 의미
많은 전문가와 기관은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5%대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실제로 이번 양회에서 5%의 경제성장률이 제시되었다. 사실 시장에서는 2023년 중국경제가 수요위축과 공급 충격, 기대심리 약화라는 3중 압력과 불안정한 대외여건 가운데서도 5.2% 성장이라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5%보다 높은 도전적인 목표치가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반대로 2023년의 5.2% 성장률은 2022년의 3%라는 낮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므로 ‘5%보다 낮은 보수적인 목표치가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혼재해 있었다. 아마도 중국 정부가 많은 긍정적 요인들과 리스크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동시에 그 필요성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연속 2년 동일한 수치의 목표성장률을 제시했어도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할 것 같다. 즉 2023년에는 안정에 무게를 둔 보수적인 목표치로 5%가 제시되었다면 2024년에는 성장에 중점을 둔 적극적인 목표치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2023년 중국경제는 기저효과로 인해 시장에서 6%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중국 정부는 2023년의 정책기조 키워드로 ‘온중구진(穩中求進, 안정 속 성장), 온자당두(穩字當頭, 안정 최우선)’를 제시했었다. 반면에 올해는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이 중국의 성장률을 4.5~4.6%로 전망했음에도 중국 정부는 ‘온중구진, 이진촉온(穩中求進, 以進促穩·안정 속 성장 추구,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 선립후파(先立後破·먼저 새로운 것을 확립한 뒤 낡은 것을 타파)’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전년보다 성장에 더 초점을 맞췄다. 성장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작년과 동일한 목표성장률을 제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올해 중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중국경제는 지금도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고금리와 고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성장의 3대 견인차로 여겨지는 소비와 투자, 수출이 2023년 연간 기준으로 각각 7.2%, 3%, –5.1%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소비와 투자의 증가율이 각각 8%와 5.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보면 내수가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부진과 정부 부채, 디플레이션, 미중 전략적 경쟁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지속이라는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므로 보다 적극적인 거시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에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 정부가 구조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혁신과 신질(新質) 생산력의 발전으로 고품질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변함없이 천명한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성장모델도 생산요소 투입에 의존하는 외연적 성장보다 과학기술의 진보와 효율성 향상에 기반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이번 양회에서도 이러한 의지가 분명히 강조되고 있다.
대외개방정책의 추진으로 세계의 시장으로 발돋움
해외의 일부 전문가들은 외연적 성장에 관심을 두고 중국의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둔화세에 접어들었다는 이른바 ‘피크차이나(Peak China)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고속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특히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경제가 장기적으로 둔화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것은 중국 정부도 이미 인식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현대화된 산업체계 구축이나 과학기술 혁신능력의 강화, 경제구조 개혁과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 등 고품질 발전을 위한 정책을 중점임무로 제시하였다.
중국경제가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성장을 지속하면서 매년 대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약 126조 위안(2경3232조원)으로 전년대비 5조5800억 위안(약 1027조원)이 증가하였다. 지난해 증가분은 환율을 고려할 때 대략 8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2022년 세계 GDP 20위(IMF 기준)인 스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경제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 중국이지만 이제는 중국의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시장을 세계를 향해 공정한 규범에 따라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정책이 실시된 이후 대외개방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도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확대함으로써 호혜공영을 촉진하겠다는 정책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중국의 대외투자도 확대하지만 글로벌기업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고 다양한 진입장벽도 제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대외개방정책을 확고하게 추진한다면 대중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낮추게 되고 더 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외국인투자의 증대는 중국 내 시장에서의 상호 경쟁을 통해 중국 기업들의 혁신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선진적인 글로벌 통상규범의 도입과 구축을 위한 노력과 신통상규범 구축과 지역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는 중국 내 개혁과제의 추진을 가속화시킬 수 있으며, 글로벌 통상협력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해 발표한 ‘정부업무보고’가 국내 정책에 머물지 않고 매년 대규모의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고 있는 중국이 세계 인재와 기술, 자본과 혁신요소가 집중되는 ‘세계의 시장’으로 발전하는 첫 해임을 선포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이상훈,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