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후치무(胡麒牧), 디지털경제싱크탱크 수석연구원, 중강(中鋼)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 화웨이(華爲)의 실험실에서 5G 기지국 설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VCG
‘디지털 이코노미(Digital Economy)’는 디지털 신기술로 생겨나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은 물론 전통산업의 디지털화와 스마트화로의 전환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기존 경제의 운용 방식과 산업의 조직 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손꼽힌다.
디지털 경제는 차세대 과학기술 혁명의 물결 중에서도 가장 활력 넘치는 경제 모델이다. 또한 세계 경제 회복을 지속시키는 동력이자 새로운 경제 번영을 주도할 엔진이기도 하다. 특히 디지털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운영 방식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고 각종 리스크에 대처하며 놀라운 발전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2020년 세계 디지털 경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한 32조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7%이다. 이 가운데 독일, 영국, 미국의 국민경제에서 디지털 경제의 비중은 60% 이상, 중국의 해당 비율은 38.6%에 달한다. 디지털 경제는 산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시장, 나아가 국민들의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며 우리의 행동 패턴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고 주변 인프라 시스템도 부족하다. 새로운 경제 양식을 지원할 제품과 모델은 빠른 속도로 교체되는 중이고, 무엇보다 디지털 경제의 국가 간 거래 호환성이 떨어져 전 세계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로막고 있다.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려면 기술적 난관을 극복할 연구가 강화되고 시장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인프라가 검증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R&D 자원과 제조업 생산능력, 소비시장 분포의 불균형성을 고려할 때 디지털 경제의 빠른 안정화를 위하여 국가 간 통상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전 세계 자원 배분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년 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성행하고 기존 다자무역 체제가 쇠퇴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를 개최함으로써 각국의 투자자와 기업가들이 만나 서로 교류하며 디지털 경제의 고품질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첫째, CIIE는 새로운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전시장이다. 매회 CIIE에서는 각국의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제품 외에도 최신 기술이 반영된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참가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CIIE를 통해 디지털 경제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들은 더욱 쉽게 수요자들과 만나고, 특히 해외에서 점유율이 크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도 중국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이 기술 혁신만으로는 창출할 수 없는 960만km2의 국토 면적과 14억 인구, 인당 1만 달러의 GDP를 보유한 거대 시장인 만큼, 최신 기술이 있지만 시장을 찾지 못한 기업들은 여기서 실험실 속의 디지털 경제를 실제 상품과 상업 모델로 만들어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CIIE는 디지털 경제를 위한 국가 간 정책 소통 회의장이다. CIIE 개최 기간 각국 정부와 관련 국제기구는 포럼과 컨퍼런스를 통해 디지털 경제의 국가 간 호환 문제를 논의한다. 각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은 올해 CIIE 기간 부대행사로 열릴 <2021 글로벌 무역 편의 제고·글로벌 전자상거래 발전 포럼> 등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예정이다. CIIE는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정책 조율과 관련 국제표준 일원화를 촉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한편, 중국은 개최국으로서 CIIE를 계기로 여러 가지 무역 편의 제고 조치를 마련하고 CIIE 폐막 후 이를 상설 기제화함으로써 선도적인 무역정책을 제시하는 한편 다른 나라의 글로벌 개방 정책을 유도해 나갈 것이다.
셋째, CIIE는 디지털 경제 모델의 실험장이다. CIIE 기간에도 소규모의 신제품 발표회와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지만 사실상 이번 CIIE는 개최 형식 자체만으로도 ‘디지털 컨퍼런스’의 특성을 띠고 있다. 제4회 CIIE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 중소기업들이 직접 중국에 오지 않고도 중국 시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처음으로 디지털 방식의 ‘온라인 국가 전시부스’를 설치한다. 참가국들은 3D 모델링과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등의 기술을 이용해 정교하게 만든 온라인 전시부스에서 사진과 영상, 3D 모형 등을 통해 발전 성과와 우위산업, 문화관광, 대표기업 등을 홍보할 수 있다.
넷째, CIIE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의 교역장이다.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기능은 CIIE 개최의 가장 근본적인 취지이자 참가자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 몇년 간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취급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거래 규모가 빠르게 늘며 글로벌 창고·물류·AS 시장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중국의 경우 작년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어난 1조6900억 위안을 기록했다. 5년 전에 비해 10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10년 후에는 무려 14조4000억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의 시장 규모가 세계 상품무역량의 30% 이상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 차원의 무역 협력 플랫폼인 CIIE를 통해 더 많은 글로벌 기업가들이 중국 시장에 참여해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의 번영을 추진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업 기지이자 두 번째로 큰 소비 시장이다. 세계에서 산업 규모가 가장 크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특히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이중순환 상호 발전을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욱이 최근 산업 탄소배출 저감과 소비 수준 향상 추세에 따라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도 막대한 투자 기회와 디지털 제품·서비스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자본시장을 점점 개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글로벌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중국의 디지털 경제 전환 과정에서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CIIE는 이처럼 기존의 국제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하면서도 디지털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