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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네가 제일 좋아(還是覺得你最好)> 그리워하기보다는 현실 직시해야


2022-12-27      글|랴오슈팡(廖秀芳)

영화 <그래도 네가 제일 좋아>의 영어 제목 ‘Table for six’에서는‘여섯 명’과 ‘식탁’이라는 이 영화의 핵심요소가 잘 나타난다. 여섯 명 중 세 명은 재혼 가정의 삼형제이고, 다른 세 명은 그들의 여자친구다. 식탁은 삼형제가 귀가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모이는 곳이자 여섯 사람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는 곳이다. 가족 소재의 따뜻한 코미디 장르인 이 홍콩 영화에서 식탁은 등장인물의 관계와 갈등을 보여주는 배경이다.


이 영화에서 갈등의 시작과 끝에 있는 사람은 바로 첫째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 진중한 성격의 그는 옛정이 많은 동시에 보수적인 편이다. 사진가로서 그는 거의 창작하지 않고 항상 다른 사람의 구도를 모방한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그는 ‘집이 있어야 아궁이도 있고 아버지도 있다’라는 생전 어머니의 가르침을 지키며 아버지가 차사오(叉燒)공장을 개조하여 만든 집을 절대 팔려 하지 않는다. 연인으로서 그는 유일한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한다. 심지어 그의 전 여자친구 역시 추억이 담긴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이라 홍콩의 낡은 간판 등과 같은 ‘유물’ 모으기를 좋아하고 낡은 휴대폰이나 침대가구도 절대 버리지 못한다.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첫째가 어떻게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관계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과 온 가족을 위한 새 삶의 문을 여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에 대한 첫째의 그리움이 깨져버린 건 전 여자친구 모니카(Monica)가 돌연 둘째의 현 여자친구로 등장하여 집에 입주하면서부터다. 충격을 받은 첫째는 모델 먀오먀오(喵喵)의 호의를 황급히 받아들이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젊고 아름다운 먀오먀오는 다정다감한 성격에 관찰력이 좋아 첫째의 아픔과 어려움을 파악하여 창의성을 북돋아주고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 셋째의 여자친구인 조세핀(Josephine)의 요리솜씨를 칭찬하며 3대째 남자를 위해 밥을 하는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게 한다. 원래 결혼이 싫었던 조세핀은 먀오먀오의 영향으로 분명한 자의식을 갖게 되고 셋째의 프러포즈를 거절한다. 바로 이 프러포즈 파티 장소에서 온 가족의 갈등이 불거진다. 둘째는 첫째와 모니카의 스킨십 영상에 폭발하고, 프러포즈를 거절당한 셋째는 목놓아 우는가 하면, 첫째 역시 결국 평소와 같은 평정심을 지키지 못한다. 대혼란 속에서 3명의 여성은 말없이 자리를 뜬다.


어쩌면 폭발 후에야 비로소 회복될 수 있고, 과거의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모른다. 큰 깨달음을 얻고 평정을 되찾은 첫째는 둘째 동생을 위해 모니카를 찾아 데려오고, 셋째 동생을 위해 조세핀을 초청한다. 그리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집을 팔기로 했다는 내용을 발표한 뒤 먀오먀오와 함께 떠난다. 이후 그는 상상 속에서 어머니와의 대화를 완성한다. 집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라고.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장쉐유(張學友)가 1992년 발매한 같은 제목의 노래에서 그대로 따왔다. ‘그래도 네가 제일 좋아, 네가 떠난다 해도 나의 열정은 변하지 않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네가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릴게’라는 가사다. 도시든 인생이든,  화려하든 남루하든,  과거는 항상 애틋하고 사람들은 이를 잊지 못해 그리워한다. 하지만 과거의 것은 되돌아오지 않으며 그리워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눈을 뜨고 보면  강산은 여전한데 사람은 이미 달라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성과 감정의 엇갈림 속에 결국 ‘그래도 네가 제일 좋아’의 ‘너’는 꼭 과거가 아니라 현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글|랴오슈팡(廖秀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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