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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족 부상’, 변하고 있는 중국 Z세대 소비방식


2023-04-28      



중국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에서 ‘30세에 퇴직했어요(三十歲退休了)’ 채널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약 11만명이 구독하는 이 채널의 UP주(유튜버 상당)는 30세에 100만 위안(약 2억원) 넘게 모으고는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이 채널에는 그의 재테크와 절약 비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매회 수백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청년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다. 한때 비리비리에서 영상 인기순위 39위에 올랐을 정도다.


대학교 졸업 전까지만 해도 부모가 주는 용돈을 펑펑 쓰고, 직장인이 돼서도 월급을 받자마자 다 써버려 ‘웨광쭈(月光族)’라 불렸던 중국 청년들. 하지만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언제든 갑자기 실직해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는 미래 불안감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 불확실성 속 돈을 은행에 쌓아 두려는 청년들이 늘었다. 2022년 중국인의 총 저축액은 전년 대비 6.59% 증가한 26조2600억 위안에 달했다. 특히 18~34세 청년들의 노후 대비 연금저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월 청년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가 비상시에 대비해 예금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중국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는 ‘커우커우쭈(扣扣族)’모임도 활성화됐다. 커우커우쭈, 우리나라 말로 짠테크족이다.


회원 수 40만명을 자랑하는 ‘미니멀라이프(중국명 極簡生活)’를 비롯해 ‘소비주의 역행자(消費主義逆行者, 회원수 35만명)’‘저소비 연구소(低消費研究所, 15만명)’‘소비 없이도 즐겁게 사는 법(如果我們可以不通過消費獲得快樂, 20만명)’ 등과 같은 소모임에서 이들은 서로 돈을 아끼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예를 들면, 한 여성은 주기적으로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미용실에 가서 ‘부징윈(步驚雲)’ 파마를 하라고 제안한다. 부징윈은 중국 무협만화 ‘풍운’에 나오는 뽀글 머리 남자 주인공이다. 부징윈 파마는 한 번 하면 1년씩 오래 가는 데다가, 몇 달에 한번씩 머리만 잘라주면 적은 돈으로도 머리 스타일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중국 청년 짠테크족에겐 공통점이 있다. 무작정 싸구려만 사서 돈을 아끼는 게 아닌,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소비로 돈을 모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떨이식품’이나 ‘자투리 식품’을 적극 애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떨이식품, 중국어로는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린치(臨期)’식품이라 불린다. 그동안 마트에서 싼값에 떨이로 파는 식품은 ‘다마(大媽)’, 즉 아줌마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소비생활에서 가성비와 자기만족을 중요시하는 청년들은 값비싼 수입식품을 떨이로 저렴한 가격에 사고 있다.


샘플도 짠테크족 사이에서 인기다. 과거 화장품 브랜드 업체에서 비매품으로 고객에게 증정하던 소량 포장된 샘플을 중국인들은 돈을 주고 산다. 값비싼 대용량 제품을 구매하기 전 100~200위안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고가의 명품 화장품을 체험할 수 있어서 합리적인 가성비 소비를 추구하는 청년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중고품 경제도 활황을 띠고 있다. 요새 중국 청년들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중국판 당근마켓’이라 불리는 셴위(閑魚)같은 중고 사이트부터 뒤진다. 의류, 책, 액세서리부터 가구, 디지털제품까지 없는 게 없다.


그러고 보면 중국 소비 ‘큰손’으로 부상하는 Z세대가 지갑을 닫아 중국서 물건이 안 팔릴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개성과 자기만족, 가성비의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Z세대의 소비 습관을 꿰뚫고 빠르게 적응한다면 중국 시장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배인선,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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