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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을 딛고 중국을 제대로 알자


2023-03-28      

최근 사석에서 만난 베이징(北京) 현지 한국기업 주재원이 “중국에서 산 것 중 제일 마음에 드는게 바로 로봇 청소기에요. 이게 없으면 절대 못 살아요.” 라고 중국산 로봇청소기를 극찬했다. 물걸레와 먼지 흡입 청소 기능을 동시에 갖췄는데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거실 바닥에서 물걸레질을 하다가도 카펫 등이 나타나면 물걸레를 스스로 올리니 청소 전 카펫을 치울 번거로움도 없단다.


실제 요새 중국서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한국 주재원들이 하나씩 챙겨가는 게 로봇청소기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로봇청소기 3대 중 1대는 중국기업 제품일 정도다.


로봇청소기 뿐이랴. 필자도 베이징에서 생활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는 품질이 나쁘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게 됐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중국기업 샤오미(小米)의 가전제품이 대표적이다. 대륙의 실수, 본래 중국산 제품의 품질에 대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의외로 좋은 제품이다’는 뜻이다. 중국산은 저질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현재 필자는 집에서 보조배터리, 공기청정기, 전기압력밥솥부터 진공청소기, 프린터기까지 샤오미 제품을 쓴다. 품질은 물론, 간편한 조작과 심플한 디자인까지 마음에 드니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격대 심리적 만족)까지 좋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소설 ‘오만과 편견’이 문득 생각난다. 앙숙이었던 남녀가 오해와 편견을 딛고 서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남녀 사이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편견은 존재한다. 설령 가까운 이웃국가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와 중국 간에도 적지 않은 ‘오만과 편견’이 존재한다. 그래서 중국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중국에 가졌던 편견 또 하나를 예로 들자면, 중국은 ‘스모그 천국’이라는 인식이다. 필자가 베이징에 부임 전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말이 공기청정기를 방마다 1개씩 놓아야 한다는 소리다. 그만큼 베이징 공기질이 안 좋다는 것.


하지만 스모그가 가장 기승을 부린다는 한겨울에도 베이징은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100 이상을 넘어가는 날은 거의 드물다. 이 정도면 서울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한때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재원들에겐 ‘스모그 수당’이 지급될 정도로 스모그가 심각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은 오염공장을 퇴출 시키고, 난방연료를 천연가스로 교체하고, 전기차를 대대적으로 보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수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평균 수치는 30으로, 사상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중국인은 씻는 걸 안 좋아한다는 말도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국은 물부족 국가다. 1인당 담수자원은 2200㎥로 전 세계 109위다. 세계 1인당 평균(9000㎥)의 4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중국 600여 개 도시 중 300여 개는 물부족 도시로, 북부 지역의 9개 성(省)·시(市) 1인당 담수자원은 500㎥도 채 되지 않는다. 북부 지역이 오래 전부터 물이 귀하고 춥고 건조해 사람들이 잘 씻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를 일반화하진 말자. 실제로 수자원이 풍부하고 덥고 습한 남부 지역의 사람들은 땀이 많이 나서 오히려 샤워를 즐겨한다. 중국 대륙은 땅덩어리가 넓고 기후조건도 다양한만큼, 중국인은 씻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볼 수 있겠다.


“편견은 내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타인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소설 ‘오만과 편견’ 속 명대사가 생각난다. 한중 양국도 오만과 편견을 넘어서야 진짜 중국을 직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끊겼던 한중 간 인적 왕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양 국민 간 교류와 소통이 늘어나 서로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차츰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글|배인선,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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