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8
물가는 치솟고 월급은 오르지 않는 최근 몇 년간의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를 좋아하던 한국 청년들도 점점 알뜰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돈을 절약하고 잘 모으는 사람에 대해서도, 더이상 인색하다는 시선보다는 ‘생활의 고수’로 존경하는 분위기다.
대충 먹어도 한 끼에 만원이 넘는 요즘, 곽지현이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은 ‘매월 밥값 8천원’의 기적을 이뤄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 전설적 인물로 떠올랐다. 평범한 가정 출신인 그는 각종 쿠폰이나 포인트 등을 기가 막히게 활용해 평소 필요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모두 충당했다. 곽지현은 영양 상태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일상 지출을 최소화했다. 쿠폰을 통해 받아온 증정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할인가에 인터넷에 올려 팔았다. 그외에도 생활에서 아낄 수 있는 건 모두 아꼈다. 한국의 지하철 비용은 편도 1천원이 넘는데 매일 사용하는 요금을 다 합치면 교통비 지출 역시 적지 않다. 곽지현은 이동할 일이 생기면 우선적으로 걷는 방법을 택한다. 이렇게 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동도 할 수 있어 헬스장 등록비도 아낄 수 있다. 또한 지출을 아끼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 출근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절약을 통해 1억원의 예금을 모았고, 아파트 청약에도 당첨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박유진이라는 이름의 22세 여성 역시 절약을 통해 단 3년 만에 1억원을 모았다. 이처럼 ‘절약의 달인들’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자 사람들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줄곧 신랄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던 네티즌들은 ‘고생을 사서 했다’고 비웃는 대신, 그들을 향한 부러움을 표현하고 절약 팁들을 배웠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지출 0원’에 도전하고 절약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필자 역시 작은 시도들을 해봤다. 버스를 탈 때 환승 노선과 시간을 계산하고 마일리지 혜택을 꾸준히 정리하며, 수도·전기·가스를 계획대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기간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생활의 고수는 정말 고수로구나,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행동들도 습관이 되고 나니 쉽게 지속할 수 있었다.
예로부터 근검절약은 동양의 전통적인 미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의 경제 발전은 소비주의 풍조를 확산시켜 한 세대 사람들의 소비관념에 영향을 미쳤다. 한때는 청년들이 명품 옷을 사고 성형을 하기 위해 과소비를 하다가 거액의 빚을 진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보도됐다. 하지만 오늘날 곽지현과 같은 절약의 달인이 인기를 끌게 된 점만 보더라도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겉만 번지르르한 헛된 명성을 좇지 않으며 더 착실한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도 이와 같이 부지런하고 실속을 챙기는 한국인들의 뚝심이 있다면 본격적인 경기 회복도 머지않아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