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이 상하이(上海)에서 국가급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름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수입박람회? 수출박람회가 아니고?”
중국 상무부와 상하이시 정부가 주최하는 국가급 박람회, 지난 해 11월 5일 상하이 훙차오(虹橋)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박람회의 이름은 분명히 ‘국제수입박람회’였다. 세상 모든 박람회에 통달한 식견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익숙치 않은 형태의 박람회임에는 분명했다. 수입박람회라면 중국으로 물건을 팔고 싶은 나라들을 초청해 중국 땅에서 마음껏 판매를 해보라는 박람회일 터였다. 통상 어느 나라나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무역 박람회라면 자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전시하고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하는 ‘수출 박람회’가 일반적이다. 자국에 전 세계 셀러(Seller)들을 불러 모아 물건을 팔아보라며 직접 판을 깔아주는 박람회라니 신기한 박람회였다. 우리가 사줄테니 상품 들고 와서 팔아보라는 발상도 신기했지만 박람회 규모마저 ‘신기’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처음으로 열리는 박람회임에도 불구하고 130개 국가와 지역에서 온 총 30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만 대기업 10개사와 중소·중견기업 176개사 등 총 186개사가 참여했다. 한 마디로 전 세계 기업들이 상하이로 총출동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큰 행사가 뜸한 11월이었지만 지난해 상하이에 만큼은 이 기간 동안 호텔방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각국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신기’했던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가 올해 두 번째 개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참여가 저조했던 서방국가 기업들의 참여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박람회 주최 측은 올해 150개국 3700여 기업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각 부처 차원에서 600여 개 구매팀을 꾸려 손 큰 손님 역할을 자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수입박람회 기간 상하이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비록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기업들이 중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참여가 저조할 수 있겠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장만한 화려한 무대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수입박람회는 이제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의 ‘리더’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켜주는 상징과도 같다. 중국의 경제력은 이제 세계 경제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만큼 거대하게 성장했다.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세계 총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으며(10.7%)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세계 1위의 교역국이라는 위치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수출액은 2조876억 달러, 수입액은 1조5879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의 국제수입박람회는 마치 한 국가의 정부가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금을 풀고 부양정책을 추진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미 전 세계 제품들 대부분이 ‘made in China’일 정도로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는 중국이기에 다른 나라 제품의 수입이 단순히 ‘적자’나 ‘국부유출’로 취급할 수 없다. 중국이 외국 제품의 수입량을 늘릴수록 해당 기업들의 이익과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고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나 원료, 완성품의 수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다른 나라 기업들의 제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중국의 수출도 늘어나게 된다는 이유다.
수입의 증대가 수출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개방과 자유무역이라는 기초 위에서 비로소 가능해 진다. 올해 국제수입박람회 기간 함께 진행될 고위급 경제 포럼인 ‘훙차오 포럼’의 주제가 ‘개방과 혁신, 협력과 공영’으로 정해진 것은 중국이 이런 사실을 그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중국이 일관되게 개방과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국제수입박람회가 중국과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에 기여하는 행사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