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중한 양국이 수교한 지도 어느덧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양국 관계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성원에 힘입어 각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고, 외교계와 학술계로부터 “외교의 새로운 역사를 쓴 평화와 공존의 모범 사례”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비록 몇 차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양국은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며 안정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각계에서는 그간의 눈부신 성과와 발자취를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즈음하여 필자는 지난 27년 간 중한 관계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교훈은 무엇인지 되짚어보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비전과 디딤돌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27년 간 양국 사이에 일어난 일들과 현재의 이슈에 비춰봤을 때,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3자로부터의 간섭과 압박을 방어하고 극복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정치, 역사, 경제, 군사, 외교, 전략안보 등 다방면에 걸친 각종 ‘이해관계’가 뒤섞여 있다. 따라서 양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제3자로부터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인 간섭과 영향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 같은 요소는 앞으로도 쉽게 없어지지 않고 한동안 지속되거나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은 함께 제3자의 간섭과 압박을 방어하고 대항력을 키움으로써 중한 관계를 비롯해 양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둘째, 상대국의 안보와 관련한 중대 사안에 대해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상호 인접하여 지정학적 안보 문제와 관련해 견해차보다는 공동의 이익이 더 크다. 특히 상대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에 관계되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합리적인 설명과 함께 사전에 통지를 하고 즉각적으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자칫 오해나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크게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과거 큰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양국 간에 운영 중인 각종 연락채널이 제대로 역할을 발휘하도록 필요한 순간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각종 민감한 사안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조선반도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주변 지역평화 환경 조성 및 번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게다가 조선반도 문제는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안이기 때문에 한두 개 나라의 ‘고군분투’만으로는 역부족이며 각 당사자가 합심해서 노력해야만 사안의 해결을 촉진할 수 있다. 중한 양국은 소위 ‘성과’에 연연하여 협력을 주저하지 말고, 조선반도와 핵 문제에서의 공동 이익을 바탕으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서로 간의 인식 차를 좁혀나가야 한다. 중한 양국은 현재 경제는 물론 인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각국에서는 ‘한풍(漢風)’과 ‘한류(韓流)’가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양국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중국과 한국은 친숙해 보이지만 사실상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전히 상대에 대한 오해나 왜곡된 이미지, 잘못된 정보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현상의 해결을 위한 양국의 중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한 관계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서로가 보여준 상호 존중과 배움의 태도, 호혜 상생과 동반 발전은 향후 전개될 중한 관계에서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철학이자 원칙이다. 앞으로 양국이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면, 양국 국민들에게 크나큰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물론 동북아 지역의 번영과 발전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글|퍄오광하이(朴光海),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조선반도(한반도)문제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