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리밍 사진/친빈(秦斌)
‘리밍(黎明, 여명)’이라는 이름은 그를 빛과 필연적인 인연을 맺게 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일반 전력 노동자에서 업계의 쟁쟁한 ‘블루칼라 촹커(創客, 혁신자)’가 되기까지, 그가 주관하고 참여한 기술 혁신은 400여 건에 달한다. 지식형,기능형, 혁신형 신시대 산업 노동자의 대표적인 인물인 장리밍(張黎明)은 장인 정신으로 전력 노동자의 초심을 굳게 지켰다. 기술학교 졸업생에서 기능 전문가로, 일반 노동자에서 전국 모범으로, 평범해 보이는 일에서 앞서가는 중국 공산당원의 특징을 드러냈다.
긴급수리 일선에 서다
장리밍은 노련하고 기운 넘치는 첫인상과는 달리 웃으니 매우 순박해 보였다. 일을 시작한 날부터 전력 업계를 떠난 적이 없는 장리밍은 일년 사계절 내내 작업복 차림이다. 중국 국가전 톈진 빈하이공전공사(中國國家電網天津濱海供電公司) 배전 긴급 수리 1반 반장인 장리밍은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는 “현장에서 작업할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전력 긴급 수리는 밤낮이 없고, 악천후에는 늘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한다. “나는 휴대전화를 끄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밤에 비오는 소리가 들리면 일어나 작업복으로 갈아 입는다. 제일 먼저 긴급 수리 현장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다.” 긴급 수리 업무지시서를 펼치면 지시서 대부분에 ‘장리밍’의 이름이 적혀있다.
2016년 11월 20일 톈진에 폭설이 내렸다. 장리밍의 담당구역인톈진시 빈하이신구 융쥔리(擁軍里) 지역사회(社區)가 갑자기 정전됐다. 장리밍과 동료들이 폭설을 뚫고 단지에 도착했을 때 20여 가구의 주민들이 단지 입구로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장리밍과 동료들이 재빨리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하에 매립된 케이블 고장으로 밝혀졌다. 수리는 어렵지 않았다. 전신주에 올라가 해당 나이프 스위치를 끄고 고장난 회로를 차단하면 전력 공급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폭설로 전신주 표면이 얼어 전신주에올라갈 때 쓰는 승주기가 고정되지 않아 올라갈 수 없었다.
장리밍과 동료들은 긴급 회의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았다. 얼음층을 깨고 승주기를 장착한 다음 장리밍과 다른 두 동료가 ‘인간 계단’이 되어 어깨로 승주기를 단단히 고정해 다른 동료가 5m 상당의 전신주에 올라가 작업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폭설이 심해 차가운 바람이 뼛속까지 들어왔다. 허리(何麗) 지역사회 당위원회 서기 겸 주민위원회 주임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런 장면은 처음 봐서 깜짝 놀랐다. 이후 그들에게 감사를표하기 위해 우리는 감사의 페넌트를 제작해 전달했다. 그들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또 한번 놀랐다. 사무실이 페넌트와 명예증서, 상패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것들 하나하나에 모두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혁신 작업실
장리밍의 관할지역인 톈진시 빈하이신구는 중국 북부지역 최초의 자유무역지구로 세계 500대 기업 중 200여 곳이 입주했다.지역의 전력 안전과 고장 예방이 그의 첫번째 임무다. 전력 고장 수리를 잘하려면 우선 전기 선로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는 퇴근 후 늘 노트를 들고 선로를 따라 걸으며 기록하면서 주변 환경을 익혔다.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장리밍은 선로 8만여 km를 살피며 긴급 수리 노선도 1500여 장을 직접 그려 사고 진단을 위한 비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정전 범위, 고장 주변 환경, 선로 설비 상태 등에 따라 사고의 기본 성격, 대략적인 위치는 물론 고장 원인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이는 긴급 수리를 효율적으로 완료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살아 있는 지도’라고 불렀다.
장리밍은 또한 긴급 수리 작업 프로세스 최적화에 힘써 ‘신고 접수, 행동, 평가, 분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긴급 수리 관리 모델을 보급해 고압 고장 평균 처리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1시간 심지어 더 짧게 단축했다. 그와 동료들이 시험해 발명한 ‘적취식 저압 나이프 스위치’는 선로 변압기 퓨즈 단락 소실 고장 수리 시간을 기존 45분 내외에서 8분으로 확 줄였다. 현재 이 발명은 중국 국가특허를 받았고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작은 혁신이 매년 300여만 위안(약 5억 여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2011년 ‘장리밍 혁신 작업실’을 개설했다. 이는 국가전망 톈진시 전력공사 최초의 직원 혁신 작업실이다. 작업실 개설 후 장리밍은 동료들과 함께 200여 건의 기술을 혁신했고, 특허 140여 개를 획득했으며, 20여 건의 성과가 스마트 전력망 건설의 공백을 메웠다.
장리밍은 “혁신이 작다고 꺼려선 안 된다. 실제 작업 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혁신이 크다고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생각하고 행동하며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이것 이야말로 신시대 산업 노동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라고 말했다.
대대로 전하다
어린시절 장리밍은 떠돌아다녔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네이멍구(內蒙古)에서 후베이(湖北)로, 다시 톈진으로 옮겨 다녔다. 1984년 장리밍 가족은 톈진 탕구(塘沽)로 이사왔고 그제야 자리를 잡았다. 장리밍의 기억 속 아버지는 조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국가와 지역의 중점 건설 사업에 참여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장리밍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톈진전력기공학교에 입학했다. 1987년 9월 정식으로 전력 업계에 진출했다.
“가장 기쁜 순간은 뭐니뭐니 해도 수많은 집들에 불이 켜질 때다. 이는 역대 전력 노동자의 초심이자 나의 초심이기도 하다.” 장리밍은 앞 세대 전력 노동자의 우수한 전통을 이어받았고 지금은 이런 전통을 동료와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수만 건의 고장을 정리하고 분석해 50여 개의 사례를 추려 ‘리밍긴급 수리 업무 사례집’과 ‘긴급 수리 백과사전’으로 만들고, 오디오와 영상 등 방식으로 주변 직원에게 전했다. 이 가운데 자주 사용하는 경험과 기술, 사례 등을 포켓 북으로 출간해 전력 긴급 수리 효율을 높였다.
“일은 즐겁고 혁신은 일을 더 즐겁게 만든다.” 장리밍은 이 말로 동료와 제자들을 격려한다. 긴 시간이 흘러 과거 기술학교 학생이었던 장리밍은 어느덧 업계에서 유명한 ‘블루칼라 장인’이 됐다. 그의 제자들도 그의 발자취를 따라 전력계의 리더급 인재로 성장했다.
글/ 저우천량(周晨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