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5 글|위안수(袁舒)
오리지널 일러스트 잡화점. 가게 주인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다 미술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진/위안수
천 년 동안 후퉁(胡同)은 베이징(北京)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베이징 역사·문화 발전의 축소판이다. 이곳에는 중화 고도(古都)문화와 서민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을 뿐 아니라 베이징 특유의 문화 정신과 정취가 응축되어 있다. 오늘날 옛 후퉁 저잣거리 정취와 최신 유행이 융합돼 새로운 후퉁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는 전통문화의 연속이자 도시의 탈바꿈이다.
우다오잉(五道營)의 주민은 대부분 50~60대 중장년층으로, 이들은 어릴 때부터 후퉁에 살면서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며 평생을 살아왔다. 이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제 이곳에서 창업을 하고 가게를 차리는 젊은이들이 그들에게는 이웃집 아이와 같다. 이 ‘아이들’이 우다오잉으로 대표되는 베이징 후퉁의 정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한 겨울 매우 추울 때 맞은편 아주머니가 뜨거운 물 한 주전자를 가져다 주셨다. 손님을 접대하느라 밥 먹을 겨를도 없을 때면 동네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장 보러 나가서 우리 점심까지 챙겨 오신다.” 우다오잉에서 오리지널 일러스트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사사(張沙沙)는 이처럼 말했다. 그녀는 일반 상가 거리보다 이곳에 가게를 차리는 것이 인간미를 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온정은 이렇게 평범하고 일반적인 일상에서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천쉬안(陈璇) 역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후퉁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주민이나 상점 주인을 막론하고 모두가 나와 도와준다. 어느 날은 혼자 짐을 옮기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이웃이 보고는 ‘어떻게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냐’며 투덜거리며 짐을 다 나를 때까지 도와줬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도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ㅇㅇ집(가게 이름), ㅇㅇ호(후퉁 주택 번호)’ 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다. 사람들은 어떻게 부르는지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가족처럼 서로 돕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천쉬안에게 어린 시절 공장 뜨락에서 살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웃 관계가 소원해진 현대의 대도시에서 이처럼 소박한 인간 교류는 특히 소중하다.
위안전(原震)도 젊은 문화와 전통 문화의 충돌과 융합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원래 드레드락이나 문신 등 같은 마이너한 음지 문화는 기성세대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곳에 사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많이 접해 봐서인지 우리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들은 젊은 문화에 익숙하고 평소에 우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호기심에 ‘드레드락 머리는 어떻게 감느냐’며 물어보곤 한다.” 위안전은 현지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해 한가할 때면 근처 공원에 가서 할아버지들의 머리를 깎아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윗 세대들이 우리에게 소중한 덕목들을 많이 남겨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계승해 나갈 책임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위안전의 말이다.
글|위안수(袁舒)
2023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2023년 6월 14~18일까지 한국 코엑스에서 열렸다. 필자는 도서전 개막일과 폐막일 두 차례 방문해 무더운 여름날 사람들의 독서 열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