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8
서양에서 유래된 커피 문화는 오늘날 한국 사회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00여 년 전 수입품이었던 ‘양탕(洋湯)’부터 지금 한국인의 혈관 속을 흐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한국인의 일상에서 커피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가정과 일터 외에 사람들은 카페에서 쉬고, 만나고, 공공 행사에 참여한다. 어디서 만나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카페를 가는 것은 항상 옳은 선택이다. 이때 커피를 마시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 된다. 쇼핑몰에서 쇼핑하면 쇼핑몰에 있는 카페에 가고, 영화를 보러 가면 영화관에 있는 카페에 가야 한다. 오랜 시일이 지나면서 다양해 보였던 선택이 동질화의 결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고 있는 북카페 붐은 아마 또 다른 가능성을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서점에서 커피를 파는 것이 신선한 일은 아니다. 커피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많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고객을 머무르게 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출판사가 운영하는 각종 북카페는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공공공간에 가깝다. 카페이자 서점, 도서관, 소규모 전시장이며 오프라인 독서클럽이다.
필자는 최근 자못 특색 있는 북카페를 방문했다. ‘카페창비’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 ‘창비’ 본사 건물 내에 자리잡고 있다. <창작과 비평>은 1966년 창간된 한국 최고의 문예지이며, 그 뒤에 있는 출판사 ‘창비’는 한국 출판계의 풍향계이다. 창비 카페에 들어서자 짙은 책 향기가 마치 도서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카페에는 창비가 지난 60년 동안 출판한 각종 잡지와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신간 도서도 판매한다.
매장 한쪽 구석에는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 이곳에 유명한 작가이자 학자인 유홍준의 서재를 실제 크기로 복원해놨다. 이는 ‘창비’가 최근 집중 홍보하고 있는 유홍준 시리즈 작품과 관련 있다. 독자는 책상 앞에 앉아 같은 등불 아래서 자신의 시각으로 창작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신비한 문학 창작과 도서 출판은 이 작은 세상에서는 더 이상 아득히 높아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창비’라는 두 글자는 문학의 품격을 대표하며 많은 사람들이 3대째 ‘창비’의 애독자이다. 업계 선두기업이 ‘속세로 내려와’ 카페의 문을 연 것도 한국 전통 출판업계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반영한다. 카페창비는 책뿐만 아니라 창비 로고의 티코스터, 캔버스백 등의 문화 창의 상품도 판매한다. 매장에서 독서클럽의 책 읽기, 강좌 등의 행사를 개최해 온라인 도서 구입, 전자책 독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책 향기와 커피 향이 있는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처음부터 독자를 유치하고 조직해 카페를 중심으로 선순환의 준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점점 저물어가고 있는 종이책과 오프라인 도서 소매에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