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한 소비자가 매장 앞에 비치된 소비쿠폰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3월 26일 저녁, 항저우 시정부는 디지털 방식을 통한 경기 진작을 위해 항저우 시민들이 즈푸바오로 신청할 수 있는 16억8000만 위안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사진/상저양(商澤陽)
4월 10일 중국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에서는 시민들에게 외식, 통신, 관광과 숙박, 도서구매비 등으로 쓸 수 있는 2600만 위안(약 44억7000만원) 규모의 3차 소비쿠폰 55만장을 지급했다. 쿠폰 지급 당일 저녁, 한 시민은 자싱 시내의 완다(萬達)플라자 쇼핑몰 내 화웨이(華爲)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5G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소비쿠폰 200위안을 차감시켰다. 특히 외식쿠폰 지급량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모처럼 가족과 외식에 나서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 뿐 아니라 이웃나라 한국에서도 내수 소비지출 진작을 위해 지역정부 차원에서 소비쿠폰이나 선불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소비쿠폰은 단기간 내 소비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소비쿠폰은 작은 금액으로 소비시장을 열어젖히는 ‘승수효과’를 일으켜 더 많은 소비지출을 유도할 수 있고, 빠른 소비 진작 효과는 소비심리 개선과 시장 활력 회복에 핵심 지렛대 역할을 한다.
4월 11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의 쑤닝(蘇寧) 브랜드샵 직원이 손님에게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윈난성 상무청과 윈난 쑤닝 이거우(易購)리테일유한회사는 얼마 전 공동 소비지원사업을 통해 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가정용 전자제품 구매에 쓸 수 있는 3000만 위안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유통시장을 활성화시켜 경제의 빠른 회복과 국민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사진/류란양(劉冉陽)
소비쿠폰의 ‘승수 효과’
4월 20일 우한(武漢) 시민들은 시내 까르푸 마트에서 소비쿠폰을 이용해 일용품을 구매했다. 우한시는 4월 19일부터 소비시장 활성화와 상업, 무역, 문화관광 산업 정상화를 돕기 위해 모든 우한 시민을 대상으로 5억 위안 상당의 ‘우한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우한 봉쇄’가 풀린 이후 소비쿠폰 지급을 계기로 시장은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고, 시민들도 점점 거리로 나와 오랜간만에 활기찬 일상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2013년 이후 중국 경제에서 소비의 기여도는 꾸준히 60%대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의 ‘일등공신’ 역할을 담당해 왔다.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중국 경제성장에서 최종 소비지출의 기여도는 57.8%에 달해 소비가 중국 경제발전에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산층을 보유하고 있고 소비시장 규모도 세계 상위권이다. 2019년 중국의 관광·문화·체육·노인요양·건강·교육 등 6대 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소비 잠재력도 한층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치면서 오프라인 매장, 요식업, 문화관광, 숙박 등 서비스 산업이 두루 타격을 입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한 7만858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내수 소비와 소비시장 진작을 위해 소비쿠폰 지급이라는 대안을 내놓게 됐다.
난징(南京)대학교 경제대학 창장(長江)산업경제연구원 류즈뱌오(劉誌彪) 교수는 “쿠폰 지급을 통한 소비 진작에는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특정 기간 안에 수요를 빠르게 소비로 전환시켜 가시적인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 정부 차원의 생활보조가 필요한 중·저소득층에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다. 셋째, 소비쿠폰 특성상 생활과 밀접한 특정 산업에 소비가 몰리는 현상 때문에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업계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월 중순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중앙선전부, 재정부, 상무부 등 23개 정부부처는 <튼튼한 내수시장 조성을 위한 소비 규모 확대 및 질적 개선에 관한 실시 의견>을 통해 소비환경 개선, 제도적 걸림돌 타파, 소비관리 시스템 향상에 초점을 맞춘 19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부터 각 지역별로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급하기 시작한 소비쿠폰은 산업 생산재개와 일상생활 복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3월 2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서는 문화관광 소비 진작을 위해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관광지, 여행사, 영화관, 공연장, 서점 등에서 쓸 수 있는 2000만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3월 18일 난징(南京)시에서도 음식, 도서, 정보통신, 스포츠, 지역관광 및 소외계층과 노동조합을 위한 3억1800만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주민들이 ‘마이 난징(My Nanjing)’ 앱을 통해 추첨 번호를 예약하면 당첨된 소비쿠폰이 자동으로 즈푸바오(支付寶) 개인계정에 충전되고, 구매 시 이를 제시하면 자동으로 금액이 차감되는 방식이다.
3월 26일, 항저우(杭州)시에서는 항저우 내 외식, 쇼핑 등 오프라인 매장 600만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16억8000만 위안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4월 1일에는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에서 4억 위안 규모의 ‘혜택형 쿠폰’과 ‘소비형 쿠폰’을 지급했다. 혜택형 쿠폰은 정저우시 내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 저소득층, 극빈층, 보훈우대계층 등 4대 지원 대상에게 인당 500위안씩 지급된다. 소비형 쿠폰은 백화점, 음식점, 자동차 등 특정 영역에서 쓸 수 있는 3억2000만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이다.
우한시는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5억 위안에 달하는 ‘우한 소비쿠폰’과 함께 18억 위안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 공동 발행 쿠폰’을 지급했다. 이 밖에도 소외계층의 사정을 감안하여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과 극빈층 및 행정 등록된 빈곤층을 위해 1800만 위안 규모의 맞춤형 특별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4월 중순 현재 중국 40여 개 도시에서 총 40억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는 수백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소비 진작 효과가 가장 뚜렷한 산업은 외식, 일용품, 관광과 숙박 산업 등 3대 영역이며 수혜 업체의 90%는 중소·영세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연구원 국제무역연구부의 자오핑(趙萍) 주임은 “소비쿠폰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통해 수요를 자극하고 소비를 활성화하는 형태로서,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런 정책은 단기간 내에 소비 증가를 이끌었으며 간혹 소비지출 규모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며 “소비쿠폰 집중 지원 분야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소비가 증폭될 것이고, 코로나19로 억눌려 온 소비 수요도 회복되면서 소비 성장률이 점차적으로 정상화 곡선을 그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난징, 항저우, 정저우, 광시(廣西) 등 앞장서 소비쿠폰을 발행했던 지역에서는 이미 승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항저우 상무국 통계에 따르면, 4월 14일 기준 항저우에서는 소비쿠폰을 통해 3억300만 위안에 상당하는 지방정부 보조금 지급 효과가 나타났고, 32억5000만 위안 규모의 소비지출이 발생했다. 소비쿠폰 지급 이후 항저우 시내 30곳의 대형 마트와 쇼핑몰 매출액은 일 평균 4000만 위안에서 6000만 위안으로 뛰며 지난해 동기 대비 85% 수준을 회복했다. 정저우시가 지급한 최초 5000만 위안 규모의 일반 소비쿠폰은 4월 7일 기준 총 1427만 위안이 차감되며 1억8700만 위안의 소비지출을 일으켰다. 무려 13배에 달하는 승수 효과를 거둔 셈이다.
4월 25일, 톈진 샤오페이제(消費節, 소비의 날) 행사가 정식으로 열려 500만 위안 값어치에 달하는 쿠폰을 첫 발행했다. 생방송 MC가 ‘생방송 소개’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쇼핑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런민스쥐에(人民視覺)
각국 현금 보조금 지급, 한국 온라인 쇼핑 호황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들이 생산 중단과 감원에 들어가면서 실업과 빈곤이 교차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과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경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 미국,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호주, 일본, 한국, 인도, 미얀마 등 여러 나라에서 경제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3월 12일,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는 3월 31일부터 약 650만명을 대상으로 인당 750호주 달러의 일시적 현금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3월 2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과 개인을 위한 긴급자금 마련을 위해 상·하원을 통과한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법안에 서명했다. 이 가운데 250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직접 지급되는데 1인당 연 소득 7만5000 달러 미만인 가구를 대상으로 성인 1200달러, 어린이 500달러의 일회성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3월 28일,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는 기업과 개인의 경제 지원을 위해 43억 유로의 정책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 4월 16일, 일본 정부는 소득과 연령에 관계 없이 모든 일본 국민에게 10만엔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공급사슬 단절로 인해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에 비해 18.5포인트나 하락한 78.4를 기록했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100 보다 크면 소비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78.4는 금융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09년 3월(72.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비심리 하락으로 내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의 관광, 요식, 숙박, 소매 등 서비스 업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 가장 일찍 코로나19의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다.하지만 발 빠른 검사와 추적 등 대응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4월 16일에는 국무회의를 열고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78만 가구에 지급할 긴급재난자금 마련을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긴급재난자금 지급에 소요되는 9조7000억원 가운데 정부가 80%(7억6000만원)를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20%(2억1000만 원)를 부담하는 구조다. 4인 가구에는 100만원, 3인 가구에는 80만원, 2인 가구에는 60만원, 1인 가구에는 40만원이 지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중순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발표한 재난지원금 규모는 2차 추경예산까지 포함해 총 150조원에 달한다.
지방정부에서도 각 가구의 경제적 곤란 해결과 내수 진작 및 소비 활성화를 통해 주민생활 안정과 조속한 지역경제 회복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울산시는 4월 17일부터 2만6421가구의 기초생활수급자 및 저소득층 3만4619명을 대상으로 온누리상품권과 선불카드 형태의 ‘한시적 생활지원 쿠폰’ 146억원을 지급했다. 소비쿠폰은 지급된 날부터 7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인천시는 저소득층 11만 가구를 대상으로 611억원 규모의 생활지원 소비쿠폰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4월 25일, 구이저우(貴州)성에서 열린 관광소비진흥행사 현장에서 단자이(丹寨) 완다（萬達）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만위안 어치 관광소비쿠폰’을 발행해 관광업의 회복에 힘을 보탰다. 사진/XINHUA
한편, 코로나19로 변화된 한국의 소비지출 패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2월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했다. 2016년 6월 주요 소매업체 판매지수 통계 방식 조정 이후 온라인 판매 부문 최대 증가폭이다. 품목별로는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실천에 따라 외출이나 외식을 삼가면서 온라인 음식 주문이 폭증해 식품 판매액이 92.5%이나 늘어났다. 마스크 등 위생용품 소비 증가로 생활가구 등의 판매액도 44.5%가 증가했고, 어린이·유아용품 판매는 40.6%, 도서·문구·화장품 판매도 각각 37.5%, 가전·전자제품 판매도 26% 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액 하락세를 보인 반면, 온라인 쇼핑몰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소비 패턴의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14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공중보건위기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미치면서 각국은 내수 진작과 외부 수요 급감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기의 건전한 회복을 목표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다방면의 공조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