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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R&D센터, 중한 산업협력의 새 모델

2020-09-18 글|톈샤오(田瀟)

현대자동차 R&D센터 자동차 성능 시험장 사진/ 현대자동차 중국 R&D센터 제공

“업무 중에 애로사항이 생기면 가장 먼저 중한산업단지에 알립니다.” 현대자동차 중국 연구개발(R&D)센터(이하 R&D센터)의 엔지니어 박연미 씨의 말이다. 
 
R&D센터는 옌타이(煙臺) 중한산업단지 중에서도 37.5km2 규모의 핵심지구 서부에 자리잡고 있다. 대우조선,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여러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옌타이 중한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전에 이 일대는 이미 중국, 한국, 일본 기업들이 입주한 시가지였다. 사실상 포화 상태였던 이곳에 중한산업단지가 조성된 이유는 무엇일까?
 
“옌타이 중한산업단지 조성은 옌타이시와 한국 간의 끈끈한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중한산업단지에 많은 한국계, 외국계 기업들이 입주해 산업단지만의 편의·우대 정책이 옌타이에 있는 다른 기업에까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에 옌타이에 진출해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곳들입니다.” 옌타이시 국제상무촉진센터 쉬자후이(徐家慧) 부주임의 말이다.
 
‘기업 고충 해결’에서 출발하는 정책
2013년 2월 설립된 R&D센터는 테스트용 차량의 수입 제한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중국의 국가 규정상 테스트를 위한 수입 차량은 모델당 2대 이하로 수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마다 엔진 규격과 변속기 종류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2대는 테스트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래서 R&D센터는 한번에 테스트 차량 2대를 수입하고 테스트가 완료되면 돌려보낸 뒤 다시 수입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한다.
 
한편, 테스트용 수입차의 보관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되어 있는 것도 큰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 테스트용 차량은 내구성 평가를 위해 몹시 춥거나 더운 지대에서 30만km의 시험주행을 거쳐야 하는데, 여름에 차량을 수입하면 고온 환경 주행이 가능하지만 저온 환경 주행을 위해서는 겨울이 올 때까지 7-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해 왔다.
 
“중한산업단지와 중한자유무역구에서는 창조적인 혁신이 요구됩니다. 사실 관련 부서로서 어느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혁신의 동력이 되기도 하죠. 시스템의 혁신은 어디서 올까요? 저는 기업의 고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쉬자후이(徐家慧) 부주임의 말이다. R&D센터는 옌타이에서 테스트용 차량 수입이 필요한 유일한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었다. 옌타이 중한산업단지가 중국 정부의 사업 인가를 받은 후 사내 관련 부서는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 적극 협조하며 창의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작년 말 테스트용 차량의 수입 제한 대수를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정하고, 수출입 보관 기간도 임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동일한 모델의 테스트용 차량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수입 제한을 받지 않고 중국 세관에 테스트용 차량의 보관 기한 연장 신청서를 제출하면, 중국 내에 차량이 최장 24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게 되어 테스트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R&D센터에서 수입한 테스트용 차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혜택이 돌아가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중한산업단지와 중한자유무역실험구라는 두 플랫폼 안에서 자동차 R&D와 수입 편의 제고를 위한 업무 프로세스 혁신안이 적절히 실현된 사례다. 지난 4월 21일 중국 해관총서는 <테스트용 차량 임시 수출입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R&D 목적의 테스트용 차량에 대해 모델당 2대의 수입 제한을 해제했다. 아울러 테스트용 차량과 관련해 임시 수출입 화물의 보관 기한을 규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현대자동차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를 해결한 동시에 여타 외국계 기업 R&D센터의 중국 진출에도 유리한 제도적 환경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R&D센터 설계동 사진/ 현대자동차 중국 R&D센터 제공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신뢰 상승
“예전에는 매달 한국 본부의 기술인력과 협력사들이 자동차 부품 마찰 테스트를 위해 R&D센터로 출장을 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세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우리 측 기술자들이 중국으로 출장을 오고, 중한산업단지의 관계자들이 격리 조치나 시험장 심사를 담당합니다.” 박 씨의 말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인적 왕래가 제약을 받게 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양국 간 ‘신속통로’가 생겨났다. 7월 R&D센터 소속의 한국 국적 인원이 중국에 입국하려 할 당시 산둥(山東)성 인민정부 외사판공실은 신속히 관련 서류를 보냈고 곧 주한중국대사관에 초청장이 전달됐다. 이에 따라 빠르게 비자를 받은 한국의 기술자와 R&D센터 직원 가족 100명은 7월 15일 전세기를 타고 무사히 중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이어 8월과 9월 중국으로 출장 온 현대자동차 소속 기술자들 역시 신속통로를 통해 간편하게 수속을 마쳤다.
 
“중한산업단지는 기업과 정부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합니다. 저희가 중국에서 업무상 만나 뵙는 분들 중에는 한국에 유학한 경험이 있거나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어도 유창하고 한국 기업의 사정도 상세히 파악하고 계시죠. 저희가 문제에 부딪히면 가장 먼저 달려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 주실 분들입니다. 또 구(區)나 시(市) 단위에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저희 대신 상부에 보고를 올리기도 합니다.” 박 씨의 말이다.
 
2019년 4월 1일부로 <제품 강제인증 증명 면제>, 일명 ‘3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중국강제인증) 면제’의 접수·발급·후속 관리 업무가 중국 지방시장감독관리 당국으로 이관됨에 따라 더 이상 각 지역 세관에서는 3C 면제 업무를 담당하지 않게 됐다. 3C 면제 절차가 길어져 난처해진 R&D센터는 중한산업단지의 제안으로 ‘산둥성 해외 무역·투자 안정화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3C 면제 증명 절차 단축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의견을 접수한 산둥성 시장감독관리국이 이를 즉각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보고한 뒤 심사 절차 간소화 방안 마련을 위한 특별팀이 꾸려졌다. 논의 끝에 현재 3C 면제 증명 처리 기간은 업무일 기준 5일에서 1일로 단축됐고, 하역항에 도착한 테스트용 차량을 곧바로 인수해 갈 수 있어 무역의 편의성이 증대됐다.
 
“자유무역구와 보세구 제도 등장 이후 기업이 체감하는 정책 혜택이 더욱 커졌습니다. R&D 기업인 동시에 중국 정부가 장려하는 서비스 무역과 서비스 아웃소싱 기업으로서 이런 쪽에 더 많은 지원책이 나와 기업들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중한자유무역협정 시행으로 양국 자동차 부품 관세가 인하되면서 R&D센터도 설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면세 또는 세금 환급 정책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산 수입 품목 외에 미국에서 들여오는 일부 품목에는 여전히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R&D센터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중한산업단지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에 추가 관세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에 따라 R&D센터는 8월 하순 중국 재정부에 9월부터 수입할 예정인 미국산 알루미늄 허니콤에 대한 부품 추가 관세 면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산 자동차의 빠른 성장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사슬의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R&D센터로서는 경쟁마저 기회가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시장에 줄곧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R&D센터는 한국 R&D본부를 제외하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겨냥한 유일한 기관이자 소비자 연구와 외관 디자인, 부품 및 완성차의 개발·테스트·인증 등 자동차 개발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중국 유일의 종합형 자동차 R&D센터이다. R&D센터를 설립한 이유 역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소비자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R&D센터는 현재 차량설계동, 외관설계동, 충돌실험동 등 테스트를 위한 별도 건물과 전용 시운전 코스를 갖추고 있다. 향후 R&D 기능과 규모 확장을 위해 전자파실험동, 성능실험동 등 2기 사업지를 증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한국 현대자동차그룹 R&D 본부와 함께 글로벌 시장 출시용 차량 개발에 착수해 R&D 설계, 차종 테스트, 연구 성과 적용 및 상업화, 위탁서비스 등이 결합된 R&D 산업 가치사슬과 글로벌 자동차 종합 R&D 기지를 만들 예정이다. 나아가 옌타이시를 비롯해 산둥성이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고 중국의 친환경차 산업을 선도하며 중한 간 산업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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