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이저우는 한국과 경제무역 분야에서 오랫동안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도시 중 하나다. 사진 / VCG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후이저우(惠州)는 한국과 중국 기업 간 교류에서 큰 역할을 한 중요한 도시 중 하나다.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를 한중 협력의 시범지구로 키워야 한다.” 2020년 7월 17일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소개교류회에서 배한진 주 광저우(廣州) 한국영사관 부영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비즈니스맨에게 후이저우는 낯선 도시가 아니다. 후이저우와 한국은 경제무역 분야에서 오랫동안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1992년 8월 중국과 한국이 공식 수교협정을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 한국의 삼성그룹이 후이저우에 후이저우삼성전자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현재 한국의 3대 기업이자 세계 500대 다국적 기업인 삼성, LG, SK그룹이 모두 후이저우에 투자한 상태다. 2019년 후이저우의 대(對) 한국 수출입액은 335억4000만 위안(약 5조7678억원)이었고, 한국 기업의 후이저우 신규 프로젝트는 12건이었다. 현재 후이저우에는 200여 개의 한국기업이 자리잡고 있고 만명이 넘은 한국인이 장기 거주 중이다. 이는 후이저우가 중한 무역 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두터운 ‘자본’이다. 이제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건설로 비즈니스맨들의 눈길이 다시 한번 후이저우로 향하고 있다.
2018년 6월 7일,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가 광저우 후이저우시에서 진행된 제7회 중국(광둥)-한국 발전 교류회 개막식에서 공식 출범했다. 사진/ 중신사(中新社)
한국의 산업구도와 맞물리는 천혜의 조건
2017년 12월 중국 국무원은 중한산업단지 3곳을 비준했다. 광둥(廣東)성 후이저우에 위치한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는 그중 하나다. 또한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는 광둥성에서 유일하게 국무원이 비준해 설립하고 중국과 외국이 공동 건설하는 산업단지다. 중한 지방 경제 협력 및 첨단산업 협력의 새 지평을 열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과 무역 및 투자 협력 심화의 선행지구로 자리매김한 단지다.
특히 이 3개 산업단지는 각각 환보하이(環渤海) 경제권, 창장삼각주(長江三角洲) 경제권, 주장(珠江)삼각주 경제권에 위치해 대외 경제 협력, 특히 대 한국 경제무역 협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3개 도시에서 건설 중인 중한산업단지는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고 지역별 균형 있는 대 한국 협력 구도 형성에 유리하고 북, 중, 남의 상호 작용과 협력 발전을 이뤄 파급효과를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옌청(鹽城)과 옌타이(煙台)에 비해 후이저우는 중한산업단지 건설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독특한 발전 기반과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자산업과 석유화학산업,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의료보건분야 등은 한국이 우세를 보이는 산업과 고도로 맞물리고 상호 보완성이 강하다. 최규룡 회장은 후이저우의 발전 전망을 밝게 본 ‘중국통’이다. 그는 2005년 해외 주재원으로 후이저우에 왔다가 2007년 임기가 끝나자 후이저우에 남아 무역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후이저우에서 오랫동안 경영 활동을 하고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후이저우 한국인 사회에서 인맥이 넓어 현재 후이저우 한인(상공)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최규룡 회장은 중한 경제무역 교류의 파도 속에서 ‘서퍼’가 되어 후이저우 도시 면모의 거대한 변화를 지켜보았다.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의 발전 잠재력에 대해 그는 독특한 견해를 갖고 있다. “후이저우에는 중국의 국가급 전자정보산업기지와 석유화학기지가 있다. 후이저우의 전자정보 분야 총생산액은 성 전체에서 3위이고, 규모 이상 전자정보 기업은 500개 이상으로 디스플레이 장치, 자동차, 전자, 신에너지 전지 분야에서 클러스터 효과를 형성했다. 석유화학 분야를 살펴보면, 후이저우 다야완 석유화학지구는 정유 2200만톤과 에틸렌 220만톤의 산업 규모를 형성해 정유 화학 일체화 규모가 중국 최고로 도약했다. 후이저우는 또한 보건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 한국의 우수 자원과 상호 보완하고 있다. 이것도 후이저우가 옌타이와 옌청과는 다른 중요한 장점이다.”
후이저우가 있는 주장삼각주는 지역 메커니즘 혁신의 분위기가 아주 짙다. 이는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촉진을 위한 중한 경제무역 협력의 새로운 노선,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데 강력한 뒷받침이 된다. 최규룡 회장은 “후이저우가 있는 광둥성은 중국에서 생각이 가장 개방적이고 경제 활동이 제일 활발한 지역이다. 게다가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후이저우는 중국 인구 유입 10위 도시로 인재가 밀집해 혁신과 창업에 유리하다. 이는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건설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제도 혁신
2018년 7월 광둥성 정부는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시행방안>을 비준했다. 계획에 따라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의 공간은 핵심그룹과 연동그룹 두 개 측면으로 나뉜다. 핵심그룹은 총면적 94.1㎢에 다야완 경제기술개발지구, 중카이(仲恺) 첨단기술산업개발지구 등 6개 구역으로 나뉜다.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의 메인 구역은 중카이 첨단지구다. 중카이 첨단지구는 56.9㎢ 면적이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에 포함된 핵심발전지구로 그 가운데 퉁후(潼湖) 생태스마트지구의 국제협력산업단지는 12.7㎢가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의 시작지구다.
후이저우시 상무국 책임자에 따르면 중카이 첨단지구는 산업 발전을 중심으로 선진제조업, 전략적 신흥산업, 첨단기술 산업을 특화하고 거품 없는 고품질 투자유치를 목표로 한다. <시행방안> 비준 후 얼마 뒤 후이저우는 산업단지 투자유치를 시작했다.
입주 기업에게는 제도 혁신과 양질의 서비스가 큰 매력이다. 후이저우시 상무국 책임자는 “중카이 첨단지구는 기업 창립 전과정에 세트 서비스를 제공해 빠르게는 하루 만에 신규기업을 등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중카이 첨단지구를 선두로 매월 최소 1회,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직행차’ 행사를 개최해 기업의 어려움 해결을 도울 것이며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 입주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입주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기업이 안심하고 인재도 만족함을 느끼기 위해, 연구·개발(R&D)기업, 무역 서비스, 공업 제조 등 다양한 수요를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또는 중카이 첨단지구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한국의 우수한 인재에게 후이저우시 관계 부처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맞춤형’ 입주 방안을 제시해준다.
산업단지는 또한 입주 한국 기업과 사업을 대상으로 장려금을 마련했다. 2018년 6월 7일 ‘제7회 중국(광둥)-한국 발전 교류회’에서 위진푸(余金富) 후이저우시 부시장은 <후이저우시 외자 발전 촉진 정책 조치>와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빠른 발전 지원에 관한 약간의 정책 조치>를 소개했다. 여기서 입주 한국 기업에 대한 우대정책 몇 개를 거론했다. 예를 들어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신규 등록 설립, 투자금 1000만 달러 및 법에 따른 납세 한국 기업에게 재정 공헌도에 따라 최고 1000만 위안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투자금 10억 위안 이상의 한국 투자기업에게는 ‘일항목 일심의(一項目一議)’ 방식으로 특별 지원을 한다.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투자유치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입주 한국 기업 외에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합자 생산 사례도 나타났다. 후이저우 이웨이리넝(億緯锂能) 주식유한공사가 한국의 SKI사와 신에너지 자동차 동력 배터리 기술 R&D와 생산을 협력한 것이 좋은 예다.
2019년 3월 28일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의 첫 중한 대형 협력 사업인 이웨이리넝 동력 배터리 사업 준공식이 중카이 첨단지구에서 열렸다. 30억 위안이 투자된 이번 사업은 첨단 신에너지 승용차 시장을 겨냥해 자동차용 배터리, 모듈, 에너지 축적장치 등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며 건설 후 연 생산액 50억 위안 규모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류진청(劉金成) 후이저우 이웨이리넝 주식유한공사 대표이사 겸 총재는 “전세계 선두의 동력 배터리 생산기지가 곧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3월 초에 후이저우 한인(상공)회와 한국기업혁신지원센터가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의 기업들을 총동원해 마스크 등 방역물자를 조달해 경상북도 대구에 기증했다. 사진/ 후이저우 한인(상공)회 제공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발전을 거듭하다
2019년 12월 27일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건설이 중요한 걸음을 내딛었다. 당일 산업단지 시작지구 10개 사업이 동시에 가동됐다. 이에 따라 산업용지 ‘선조후양(先租後讓, 선 임대 후 양도)’ 개혁 시험 작업도 진행됐다.
2020년 초 발표된 <광둥성 정부 업무보고>에선 ‘더 높은 수준의 개방형 경제 신체제 건설에 발차를 가한다’와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 등 플랫폼을 잘 건설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후에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는 고품질 건설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극복해야 했다.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관련 기업의 업무 복귀와 생산 재개를 돕기 위해 후이저우시 관련 부처는 LG전자, 발해전자, 스타리온(Starion), 나노테크(Nanotech) 등 한국 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조사하고 맞춤형 지원을 진행해 기업이 순조롭게 생산을 재개하도록 했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국측이 산업단지 건설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후이저우 한인(상공)회는 그중 하나다. 양국 경제무역 협력의 다리 역할에 주력하던 후이저우 한인(상공)회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새로운 ‘역할’을 했다. 최규룡 회장은 “그전까지 우리는 상공회 회원을 위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주 광둥 한국 영사관 및 후이저우시 정부 각 부서 관계자들을 초청해 관련 정책에 대한 강연회를 열었으며,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수집해 후이저우 정부에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는 한국 기업과 후이저우 시장을 연결하는 ‘다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최규룡 회장은 중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한국에서 KF94 마스크를 긴급 공수해 후이저우 한인 커뮤니티와 양로원, 아동복지시설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마스크 등 방역 물자를 무료로 나눠주었다. 이후 한인(상공)회 회장 자격으로 후이저우시 방역 작업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현지 지역사회 책임자, 기층 민경, 의료 인력에게 협조하고 후이저우의 격리지점과 지역사회 자원봉사 서비스에 협력해 한국 교민이 코로나19 상황과 방역 조치를 알 수 있도록 소통의 다리 역할을 했다.
지역사회 방역에 힘쓰면서 동시에 최규룡 회장은 본업에도 더 충실했다. 올 3월 그는 새로운 위챗 채팅방(微信群)을 개설하고 채팅방에서 한국인이 산업단지 정보를 문의하면 제일 먼저 답변을 해주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중한 양국은 코로나19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경제 회복 작업에 착수했다. 2020년 5월 1일 중한 ‘신속통로’가 개통돼 양국 경제무역 교류 회복과 인적 왕래가 매우 편리해졌다. 6월 3일 후이저우시는 1차로 한국 비즈니스 인사 121명이 전세기를 타고 후이저우로 돌아왔다. 최규룡 회장의 후이저우 한인(상공)회는 ‘신속통로’가 후이저우에 실익이 됐음을 증명했다. 그는 “한중 양국이 ‘신속통로’를 개통한 이후 후이저우시는 한국인 직원이 입국사증(비자)을 빨리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지금까지 후이저우시는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및 가족 1153명의 입국사증 발급을 도왔고 TCL화싱광전(華星光電), 효성금융, EUE에너지 등 기업이 도움을 받았다. 현재 광둥성에서 후이저우시에 한국인과 가족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작업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는 본격적으로 단지 건설과 투자 유치에 나섰다. 2020년 7월 8일 기준, 산업단지 시작지구는 36개 사업을 유치했다. 예상 총투자액이 196억 위안에 달한다.
최규룡 회장은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한산업단지 건설은 양국의 FTA 주요 내용을 실행하고, 지방 협력은 양국 경제무역 협력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분야다. 중한(후이저우)산업단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 한국 기업의 투자와 무역에 보다 많은 편의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산업단지 건설로 양국 지방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마련돼 경제무역 교류의 성과가 양국의 더 많은 지역과 분야로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