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집약화·기계화·전기화가 진행 중인 헤이룽장 개간지구농장. (사진설명) 2018년 8월 2일 농작물 관리원이 드론을 이용해 논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VCG
전통적 농업대국인 중국. 전세계 농경지의 7%를 보유한 중국은 신중국 건국 이후 20%의 전세계 인구가 먹는 식량을 담당해 왔다.
최근 수 년 간 도시화 속도가 빨라지고 많은 청장년층의 노동력이 도시로 몰리면서 농업 인력에 고령화·저령화 현상이 나타났다. 청장년층의 노동력은 부족해졌고, 농경지 이용률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은 15년 연속 ‘농업·농촌·농민’을 주제로 한 중앙1호 문건을 발표했고 나아가 향촌(鄕村, 농촌)진흥전략을 제시했다. 인재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고 노동력·자금·기술을 농촌의 농업생산에 유치·활용하기 위함이다.
베이다황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광활한 곡창지대를 말한다. 사실 과거의 베이다황은 인적이 드문 ‘황무지(베이다황은 본래 ‘광대한 황무지’라는 뜻임)’였다. 1950년대에 이르러 인민해방군에서 제대한 군인들과 지식청년, 혁명간부 수 만여 명이 이곳에서 대대적인 개간활동을 벌였다. 당시의 노력으로 베이다황은 중국에서 최고의 현대화 수준과 최고의 상품을 자랑하는 식량생산기지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농촌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베이다황 역시 농업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최근 식물보호를 위한 전문 드론 조종사, 일명 ‘페이서우(飛手)’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다. 현재 이들은 베이다황의 모습을 바꾸어 놓으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중국 농민을 만들고 있다.
힘든 농사일, 드론이 ‘척척’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도시화 수준은 날로 높아졌으나 농촌의 인구 보너스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지난 수 년 간 숙련된 농민에 대한 임금은 2배 이상 뛰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번기 때마다 일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3년 전 자동 농약분무기 설비를 탑재한 식물보호용 드론이 베이다황에 등장했다.
헤이룽장 바오칭(寶清)현의 자오리칭(趙禮清)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업으로 삼아 왔다. 자오리칭은 젊은 시절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일련의 농업우대정책을 보자 사표를 내고 흙으로 돌아와 농부가 되었다. 그는 현재 400여 무(亩, 666.67㎡)의 토지를 하청 받아 벼를 재배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농약을 살포할 때면 자오리칭은 ‘인해전술’에 의지해야 했다. 400무의 논에 농약을 뿌릴려면 7-8명의 일손을 모아도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하루에 나가는 인건비만 일인당 100위안(약 1만6000원). 그래도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았고, 혹시 일손이 부족해 제때 농약을 뿌리지 못하면 병충해 예방 효과가 떨어져 생산량과 품질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드론이 있다. “업체에 예약전화를 했고 드론 두 대가 배치됐다. 400무 땅에 농약 살포를 완료하려면 대략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비용은 1무 당 6위안씩, 전에는 상상 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벼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두 기계화했다. 기계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농사를 크게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오리칭의 말이다. 농업에 도입된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자오리칭은 해마다 최소 80만 위안 이상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농업은 매력적인 유망산업
뜨거운 햇볕 아래, 26세의 장보(張博)는 논두렁에 편히 앉아 손에 든 리모컨으로 아주 능숙하게 각종 비행 계수를 설정하고 있다. 잠시 뒤, 드론 한 대가 등장하더니 거침 없이 논 위로 날아가 설정된 노선에 따라 자동으로 농약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장면은 전문 ‘페이서우’인 장보에게 있어 지극히 평범한 업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장보는 헤이룽장성 쑤이빈(綏濱)현 출신으로, 2017년까지는 톈진(天津)에 살면서 온라인 게임 진행자로 활동하며 웨이보(微博) 상에서 수 많은 ‘팔로워’들을 거느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농기구 및 농기계 상점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와의 상의 끝에 드론을 팔아보기로 했고, 2017년 고향으로 돌아와 드론을 통한 농작물 및 식물 관리 기술을 배우게 됐다. 농작물 및 식물 관리용 드론 조작 방법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특히 프로게이머였던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었다.
게이머 하는 것보다 돈을 더 못벌고 또 힘들지만 그는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다. 그가 ‘페이서우’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드론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다. 농사에서 가장 고생스러운 일 중 하나인 식물 관리를 드론이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는 드론과 같은 신기술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며, 농업 또한 아주 매력적인 유망산업이라고 믿는다.
장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퉁장(同江)현. 이곳에 여성 페이서우가 있다. 바로 리단(李丹)이다. 식물 관리 드론 조종사가 되기 전, 리단은 성(省) 정부 소재지가 있는 하얼빈에서 호텔리어로 일했다. 그러던 중 가족의 소개로 식물 관리 드론 조종사 ‘페이서우’라는 직업의 유망성을 알게 됐다. 이후 드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물론, 8만여 위안을 들여 설비도 구매했다. 농약살포작업이 많을 때면 낮 3시부터 밤 9시가 넘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또한 매일 평균 700무에 달하는 면적을 작업해야 한다. 도시에서 출근하는 것보다 훨씬 고되고 업무환경도 열악하지만, 리단은 충실하게 생활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리단의 집은 300무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그녀는 내년에 수 백 무를 더 임대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점차 그 규모를 넓혀갈 계획이다. “농업 관련 직업교육을 받을 생각이다. 농업기술을 배워서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신 농부가 될 것이다.” 리단의 말이다.
스마트 농업시대를 열어줄‘황금열쇠’
지난 몇 년 간 베이다황에서 유행했던 말이 있다. ‘치링허우(70後·1970년대 출생자)는 농사를 원하지 않고,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는 농사를 지을줄 모르며,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는 농사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 말은 중국 대부분의 농촌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농촌 지역 부모의 대부분은 자녀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며, 특히 농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뒤 농사일을 물려받을 후손이 없다면 중국의 농업인구는 필연적으로 세대간 단절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농업 분야의 이 같은 문제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 바로 드론 기술이다.
정보화시대에서 자란 1980~90년대 생의 중국 젊은이들은 드론 같은 첨단과학기술에 강한 흥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단지 이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스마트 농업·빅데이터 등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우면서도 예민한 감각을 가진 젊은 ‘페이서우’들은 드론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농업 종합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종합적 성격의 농업 플랫폼은 첨단과학기술을 토대로 하고, 상당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993년생인 왕펑(王峰)은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헤이룽장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세운 농자재 판매회사를 물려받았다. 이후 왕펑은 드론 농작물 관리서비스 팀을 꾸렸고, 드론을 통해 축적한 농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가에 정확한 ‘경작·파종·관리·수확·저장’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 왕펑의 회사는 현재 40여 명의 직원을 보유 중이며, 직원들은 80~90년대 출생 현지 농촌 출신이 절대 다수다. “우리가 사용하는 농약은 전부 무공해 농약이다. 또한 드론의 정확한 살포기술로 농약오염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농약 사용량을 최소 50%, 물 사용량을 최소 90%씩 각각 절약할 수 있어 자원비용을 낮추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는 첨단과학기술로 고향의 농가들에게 더욱 우수한 품질의 농작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드론으로 땅의 희망을 지키고 싶다.” 왕펑의 말이다.
2016년 6000여 대였던 중국 국내 식물 관리용 드론은 2017년 1만대를 넘어섰다. 가히 가공할 만한 속도다. 2017년 중국 농업부·재정부·민용항공국은 중국 6개 성·시(市)에서 식물 관리용 드론 보조금을 시범 지급하겠다고 공동 발표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식물 및 농작물 관리용 드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예측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는 드론이 기계화 정도가 낮았던 농업이라는 분야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돌리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더욱 스마트한 방향으로 농업을 이끌어 가게 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