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비롯하여 음식 주문, 사무실 출입에서 쇼핑, 은행, 공항, 호텔, 백화점 출입체크까지, 언제부터인가 안면인식 기술이 중국인들의 생활 곳곳에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휴대전화 잠금 해제만 하더라도 매일 수십번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한다. 

첨단 인공기능(AI) 기술의 도입으로 중국인들의 일상이 점점 편리해지고 있는 반면 안면 데이터 등 개인정보 남용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두 건의 안면인식 관련 소송은 현대인들의 이런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안면인식 관련 첫 소송사건

안면 인식과 관련된 중국 첫 소송 사건은 저장(浙江)이공대학교 법학부 궈빙(郭兵) 부교수가 제기했다. 2019년 4월 27일 궈 교수는 항저우(杭州) 야생동물세계(사파리) 연간회원권을 구매하면서 지문과 얼굴 정보를 입력했는데 이는 지문 스캔 후 입장 시 연간회원권 정보를 통해 본인 입장 여부를 조회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야생동물세계에서는 연간 회원의 입장 방식을 지문인식에서 안면인식 방식으로 변경하였고, 궈 교수에게 문자로 얼굴정보 활성화를 요청하였다. 궈 교수는 얼굴 정보가 민감한 개인 프라이버시에 해당된다며 안면인식 활성화에 반대하며 사파리측에게 회원권 환불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었고 궈 교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 20일 1심 판결과 2021년 4월 9일 2심 최종심 판결 모두 항저우 야생동물세계가 입장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계약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법원은 사파리 측은 궈 교수에게 계약이익손실 및 교통비용 총 1038위안(약 19만원)을 배상하고, 궈 교수가 연간회원 가입 시 제공한 사진을 포함하여 안면특징 정보 일체를 삭제할 것을 명령하였다.

본 사건에서 야생동물세계 측은 안면인식 기술 적용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궈 교수는 얼굴인식을 유일한 인증방식으로 지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그렇게 될 경우 관련한 불편이 생긴다고 판단했다.

거동을 할 수 없었던 후베이(湖北)성의 94세 노인이 사회보장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은행에 들려 가서 타인의 도움으로 겨우 얼굴인식을 진행할 수 있었던 사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은 단순하게 이용자 편의를 목적으로 하는 것 외에도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다 포괄적으로 파악해 타깃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상업적인 목적도 있다.

홍채 등 생물학적 특징은 사람마다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 고유 특성이다. 이런 특징을 이용하여 신원을 확인하는 생체인식 기술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심 법원은 이런 점을 들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생체인식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자연인의 생리적·행동적 특징을 나타내며, 인격적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유출되거나 불법적으로 사용될 경우 개인에 대한 차별이나 신병 및 재산 안전에 불의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으므로 더욱 신중하고 엄격하게 보호해야 한다.”

‘편의성’과 ‘프라이버시’ 사이

2021년 8월 26일, 주택관리회사가 개인정보 처리규정을 공개하지 않고 ‘안면인식’을 강제한 것에 불만을 가진 후난(湖南)성 톈룬런허(天潤人合)법률사무소 린이예(林宜燁) 인턴변호사는 창사(長沙)시 중신(中新)주택관리회사(이하 ‘중신관리’)를 상대로 안면정보 보호관련 소송을 제기하였고, 해당 사건은 법원에 입건됐다.

린이예는 2021년 6월부터 창사시 톈신(天心)구 중신인터내셔널에 위치한 톈룬런허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린이예는 중신관리에서 안면인식 방식을 건물 내 직원 출입을 위한 유일한 검증방식으로 채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처리규정 관련 사항을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사무실 건물 출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린이예는 중신관리에 이름, 신분증번호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제공하였다. 린이예는 이와 관련하여 여러 차례 중신관리의 담당자에게 문의하였으나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다. 

중신관리는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한 신분확인 방식은 다른 방식에 비해 안전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린이예는 보다 합리적인 검증방식에 비용을 지출하기 싫은 주택관리회사의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하였다.

린이예는 얼굴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유일성, 불변성 등 특징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앱(APP)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유출될 경우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물 내 직원이 아니더라도 얼굴 정보를 기록하고 건물을 출입할 수 있는데 현재 주택관리회사가 채택한 검증방식으로는 건물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의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관리회사와 사용자 모두에게 마이너스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린이예는 “사무실 건물은 공공안전 보장이라는 공공의 이익과 연결되기 어렵고, 실제로 연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수집과 처리규정을 충분히 고지해야 하지만 중신관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린이예는 주택관리회사의 합법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안면정보 보호를 위한 입법

안면인식 등 신기술의 빠른 확산과 광범위한 활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를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익숙하게 생각한다. 또 적지 않은 기업과 부처도 효율성을 내세워 국민의 개인정보를 의도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두 사건은 중요한 의미와 시사점을 가진다. 사람들은 안면정보 남용에 대해 용감하게 “아니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취급자는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에 있어 ‘적법∙정당∙필요성’ 의 원칙을 준수하고 생체인식 정보 수집에 있어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개인도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 본인의 권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안면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도도 시대와 더불어 발전하고 있다. 2021년 11월 1일부터 시행된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에는 민감한 개인정보 처리 관련 별도 조항을 두고 있으며 안면인식 기술 및 장비에 초점을 맞춘 규정도 신설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6조 규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 이미지 캡처, 신분 식별장비를 설치할 경우, 공공안전 필요에 의한 목적으로 국가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식별가능한 안내사항을 고지해야 한다. 수집된 개인 이미지, 신분 정보는 공공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개인의 동의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2021년 7월,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개인정보 관련 민사사건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 관련 몇 가지 문제에 관한 규정>을 발표하고 실제 상황에서 반영된 중요한 문제와 관련하여 안면인식 기술 적용을 법적으로 규제하였다.

상기 조치들을 통해 안면정보 등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법률 시스템이 점차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글｜바오룽전(鮑榮振), 베이징(北京)시 국제법률사무소의 공동창업자이자 변호사,

중국정법대학교 국제환경법연구소 연구원, 중국정법대학교 법률석사학원 객원교수,

중국법학회 변호사법연구회 이사, 중일민상(民商)법연구회 부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