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칼럼 >> 본문

안거락업(安居樂業), 가장 소박한 정신적 이상(理想)


2023-05-26      글| 칭산(青山)

어느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안거락업’은 늘 중국인의 가장 소박한 삶의 바람이자 이상이었다. ‘안거락업’은 백성의 생활이 행복하고 원만함을 말하며, 안정된 생활을 하며 즐겁게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인은 예부터 풍속에 만족해 하고 일을 즐기며, 해가 뜨면 일하고 저물면 휴식을 취하는 문화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전통 농업 사회에서 이는 단순한 생활이자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삶의 방식이었다.


‘안거락업’ 유래와 의미

안거락업은 <노자(老子)>의 제80장 ‘백성들은 맛있게 먹고, 풍속에 만족하며, 즐겁게 일하고 늙어 죽을 때까지 왕래하지 않는다.(民各甘其食, 美其服, 安其俗, 樂其業, 至老死不相往來)>’는 말에서 유래했다. 이후 <한서·화식열전(漢書·貨殖列傳)>에서도 ‘각자 삶이 안정되고 즐겁게 일하며, 맛있게 먹고 편하게 입는다(各安其居而樂其業, 甘其食而美其服)’고 언급했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인 노자는 태어날 때부터 흰 머리, 흰 수염의 어린 노인이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노자’라 불렸다고 한다. 노자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당시 사회에 나타난 혁신의 풍조를 반대하고, 옛 것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는 먼 옛날의 원시사회를 그리워하며, 물질의 진보와 문화의 발전이 백성의 순박함을 훼손하고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해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이상사회를 갈망했다. 노자는 그가 생각하는 ‘소국과민’ 사회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국가는 매우 작고 백성은 적으며, 설령 많은 기구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백성이 목숨을 걸고 모험하거나 멀리 이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차와 배가 있어도 타는 이가 없다. 무기와 장비가 있어도 그것들을 사용할 곳이 없다. 백성들은 다시금 고대 새끼줄 매듭을 기록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며, 음식을 맛있게 먹고, 편하게 입으며, 편안히 거주하고, 원래의 풍습에 만족해야 한다.” 훗날, 노자의 묘사에 따라 ‘안거락업’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중용지도(中庸之道)’의 신앙을 가진 옛 사람들은 탐험에 열심이기 보다는, 그저 집 한 채에 조그마한 밭이면 지내기에 부족할 것 없다고 여겼다. 오래도록 살면서 평안히 살고 즐겁게 일했다. 이는 중국 옛 사람들의 생활 태도를 가장 잘 묘사한 것이다. 옛 사람들은 흔히 ‘부모님이 계시니 멀리 떠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고향에서 번성하고 일상 생활의 평범함에 만족하며 봄 파종과 가을 수확의 성취를 즐기며 평온하게 일생을 보내는 것이 행복이었다. 이 전통은 1000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이는 중국인의 소박하고 신중하며 의연하고 진중한 민족적 성격을 형성했다.


‘안거락업’의 시대적 함의

21세기인 오늘날, ‘안거락업’의 의미는 이미 크게 변했다. 오늘날 사회에서 분투하고 용감하게 싸우는 것은 이 시대만의 독특한 모습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안거락업’은 더이상 시골 전원생활의 안락함이 아니다. 이는 우리들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며, 아직도 수천 년 전의 ‘소국과민’ 사회에 머물러 있는 것 같고, 우리 교과서 본문 속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거락업’의 이상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사람들은 한 곳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시대는 새로운 과제와 도전을 제시하지만, 사람들은 더이상 ‘중용’의 사상에 만족하지 않고, 대도시에 들어가 자신의 노력과 분투로 아름다운 미래를 쟁취하려고 한다. 삶에 대한 사람들의 정의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대의 ‘안거락업’은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수입을 얻고 대도시에서 번듯한 생활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샤오전쭤티자(小鎮做題家, 시골 출신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까지 나왔지만, 시야나 배경이 부족하다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와 ‘네이쥐안(內卷, 무한경쟁 사회를 일컫는 신조어)’이 지난 2년 동안 핫한 키워드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대학원, 박사과정, 공무원 시험에 전력을 다하면서 그래야만 만족스러운 미래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시대의 이류(泥流)에 휩쓸리지 않고 망연자실한 나 자신이 되지 않을 수 있는지 멈춰 서서 한 번 생각해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분명하게 자신의 선택을 이해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따라가거나 대중의 흐름을 따르지 말고, 자신의 생활 리듬에 따라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시대마다 나름의 걱정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시대 속에서 삶의 방향을 균형 있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사회를 연구하고 있으며, 우리는 삶에서 선택을 마주할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이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초심에 맞는 것인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배우고,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책을 읽으며 자신을 진정시키고, 외부의 소리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길을 확고히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안거락업’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온히 자신의 생활을 자세히 음미하며 자신의 전원 속에서 전과 다름없이 나풀나풀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시대는 사람들의 ‘안거락업’에 많은 도전을 가져왔고, 사람들의 선택에 많은 기회를 가져왔다. ‘안거’는 어렵지 않고 ‘낙업’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아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우석(劉禹錫)이 <누실명(陋室銘)>에서 “이곳은 누추하지만 나의 덕이 있어 향기가 난다”라고 읊은 것처럼, 덕이 있는 사람은 능동적으로 이 사회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바꿀 수 있다. 이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대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부단히 자신을 풍요롭게 하고, 충실하게 하고, 수양할 때 사회에서 근심에 떨지 않을 것이며, ‘안거락업’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글| 칭산(青山)

240

< >

‘짠테크족 부상’, 변하고 있는 중국 Z세대 소비방식

중국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에서 ‘30세에 퇴직했어요(三十歲退休了)’ 채널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읽기 원문>>

“절약 고수가 생활 고수”, 한국 청년들의 소비관 변화

물가는 치솟고 월급은 오르지 않는 최근 몇 년간의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를 좋아하던 한국 청년들도 점점 알뜰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