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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맛있는 국수


2022-08-31      글|천헝청(陳亨成)

아추이(阿翠)의 국숫집은 병원 맞은편에 있다. 매일 정오, 한 남자가 국숫집에 와 제일 저렴한 특가 국수를 시키고 포장해 병원으로 향했다. 남자는 허름한 차림이었다. 옷에 흙과 시멘트 자국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얼굴은 약간 우울한 표정에 웃는 경우가 드물었다.


어느 날, 남자는 여느 때처럼 특가 국수를 시키면서 아추이에게 “사장님, 제가 직접 국수를 만들어도 될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침 아추이는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하고 옆으로 물러나 앉았다. 남자는 때때로 불의 강약을 조절하고 각종 양념을 넣었고 가끔 맛을 보았다. 얼마 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국수가 완성됐다. 남자는 국수 값을 치르고 늘 그랬듯이 포장해서 갔다.


남자는 날마다 가게를 찾아왔다. 한번 하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며칠 동안 계속 직접 하면 안 되겠냐고 청했다. 아추이는 흔쾌히 허락하고 남자에게 호기심이 생겨 대화를 몇 마디 나누었다. 남자는 60km 떨어진 산간지역에 살고 있고, 부인이 병에 걸려 1만 여 위안(약 200여 만원)의 병원비가 밀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인을 간호하면서 돈을 벌어야 해서 근처 공사장에서 일을 구했고, 그래서 늘 피곤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아, 같은 고향 사람이네요.” 아추이는 동정심도 생기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남자의 얼굴에 드물게 흥분한 표정이 떠올랐다. “제가 가난해서 아내와 연애할 때 아내의 집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그런데도 아내는 저와 결혼했지요. 예전에 국숫집 주방장으로 일했는데 아내는 제가 만든 국수를 제일 좋아했어요.”


다음 날, 12시가 가까워지자 어김없이 남자가 왔고, 또 직접 국수를 만들었다. 다른 점이라면, 아추이가 국수에 두부 튀김 두 개를 얹어주었다는 것이다. 남자는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이건, 괜찮습니다.” 아추이는 “고향 두부예요. 환자 식욕을 돌게 해줘야죠. 돈은 필요 없어요” 라고 말했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그래도 안 됩니다. 장사하시는 건데요. 내일 값을 치를게요” 라고 말하고 떠났다. 그 순간 아추이는 준비해둔 봉투를 남자에게 건네며 “1만 위안이에요. 일단 급한 병원비부터 해결하고, 나중에 돈 생기면 그때 갚아요” 라고 말했다. 남자는 멈칫하면서 “이건, 이건……” 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추이는 다짜고짜 남자의 주머니에 봉투를 쑤셔 넣었다.


남자가 떠나자 아추이의 행동에 깜짝 놀란 아추이의 남편이 “말 끝 마다 돈 모아서 인터넷 상점 개설해야 한다더니 뭘 믿고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 그러고도 괜찮아?” 라고 물었다. 아추이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어떻게 그냥 놔둬, 일단 먼저 쓰라고 해야지. 게다가 고향 사람인데”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뒤로 남자는 실종이라도 된 것처럼 국숫집에 다시 오지 않았다. 아추이의 남편은 “거 봐, 그 남자 안 오잖아! 빌려준 돈은 어떻게 받을 거야?”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아추이는 웃으며 “병든 아내 곁을 한결같이 지키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사람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고, 아추이 부부는 장사에 바빠 이 일을 조금씩 잊었다.


가을이 됐다. 어느 날 저녁, 아추이가 국숫집 일로 바쁠 때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나 아추이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제 아내는 두 달 전에 퇴원했어요. 사장님이 병원비를 빌려주지 않았으면 아내가 이렇게 빨리 회복하지 못했을 거예요.” 남자는 예전보다 더 남루해졌지만 마른 뺨에서는 오히려 빛이 났다. “오늘 임금을 받아서 이제야 갚습니다.” 남자는 종이 봉투를 아추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추이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재빨리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아추이는 은행으로 가 남자가 준 봉투에서 100위안짜리 지폐를 꺼내 현금입출금기에 넣었다. 그런데, 현금입출금기에 표시된 숫자는 110장이었다. 잠시 멍하다 정신을 차린 아추이는 가슴이 따뜻해졌다.  

 

글|천헝청(陳亨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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