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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두목설(竹頭木屑)’에 담긴 인생의 지혜


2022-06-13      



점차 복잡다단해지는 현대 사회의 시간과 공간은 매우 잘게 쪼개져 있다. 수천  , 중국의 유명 군사가 도간(陶侃) ‘죽두목설이라는 비유로, 사용할  있는 모든 물건을 이용하여 장점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투리 시간이나 물건이라도  활용한다면 충분히  역할을 발휘할  있다는 의미이다.


‘죽두목설’과 도간의 이야기

죽두목설 글자 그대로 버려진 대나무 끄트머리와 나무조각이라는 뜻이다. 비유적 표현으로, 보잘것없지만 아직은 사용 가능한 것을 지칭한다. 죽두목설과 관련된 고사의 출처는 <세설신어·정사(世說新語·政事)>이며, 훗날 다시 정리를 거쳐 <진서·도간전(晉書·陶侃傳)> 수록되어 정사(正史) 기록된 중요 자료가 되었다.


도간은 (字) 사행(士行) 또는 사형(士衡)이며, 동진(東晉)시대 강서(江西) 파양(鄱陽) 사람으로 후에 로강(廬江) 심양(潯陽)으로 이주하였다. 도간은 중국의 유명한 전원파(田園派) 시인 도연명(陶淵明) 증조부이기도 하다. 도간은 출신이 가난하여 문벌제도가 성행하던 동진시기 벼슬길이 요원했음에도 근면성실함과 뛰어난 군사  관리 능력으로 서진(西晉)왕실에 “변함없는 충성을 다하여(一貫盡忠)” 일개 현관에서 무창태수(武昌太守), 형주자사(荊州刺史), 도독팔주제군사(都督八州諸軍事)까지 올랐으며, 장사군공(長沙郡公) 봉해졌다. 도간은 당시 실력이 가장 뛰어났던 군사가  하나로 손꼽힌다.


다년간 군생활을  도간은 안정적인 사회 질서와 농업 생산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며, 꾸준히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였다. 그는 부하들에게   포기, 나무  조각이라도 자원을 소중히 생각해야 하며, 이를 이용해 국가와 사람들에게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죽두목설이라는 단어에 그의 검소함과 국가와 사람을 위하는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도간이 형주자사로 있던 어느 , 전쟁에 쓰일 전함 여러 척을 만들어야 했다. 그는 종종 건조현장을 시찰했는데 수많은 나무조각이 낭비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담당관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나무조각이라도 그냥 버릴  없던 도간은 이를  모아서 재산으로 등록하라고 지시했다. 쓰레기나 다름없는 물건을 등록하라는 지시에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비웃었다. 그러던 어느 , 폭설  개인 날씨에 마당 길이 진흙탕이 되어 질척이자 도간은 모아두었던 나무조각을 가져다 바닥에 뿌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진흙투성이 길이 금세 다니기 수월한 길로 바뀌었다. 도간은 나무조각 뿐만 아니라 버려진 대나무 끄트머리도 모아서 산처럼 쌓아 두었는데, 후에 환온(桓溫) 사천(四川) 징벌을 위해 급히 배를 만드는데 대나무 못이 모자라 조립이 불가능해지자 도간은 보관하고 있던 대나무 조각을 기꺼이 내주었고 환온은 때에 맞춰 배를 완성할  있었다. 보잘것없어 보이던 나무조각과 대나무 끄트머리가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한 것이다.


죽두목설 ‘무창잉죽(武昌剩竹)’

<세설신어(世說新語)> 위진(魏晉)시기 명사들의 일화를 엮은 소설이다.  책에 담긴 일화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용을 거쳐 중요한 문학  사학 고전이 되었다. 도간의 일화에서 비롯된 ‘죽두목설이라는 단어 또한 후세의 각종 시문, 심지어 소설에 등장한다.


송나라의 유명시인 진량(陳亮) ‘제매부주영백(祭妹夫周英伯)’에서 “때마다 안부를 물어주고 어려울  도와주며 죽두목설이지만 내가 필요한 것이니 나에 대한 동생의 정을 한층  두터이 하였네(時節相存問, 緩急相周致, 雖竹頭木屑, 亦有以應吾之須者, 篤吾妹之分義于我也)”라고 하였으며, 송나라의 유명학자 정초(鄭樵) ‘상재상서(上宰相書)’에서 “어떤 사람은 죽두목설이 쌓이는 것이 필요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정작 사용할 때가 되면 이의 가치를 알게 된다(竹頭木屑之積, 亦云多矣, 將欲一旦而用之可也)” 하였다. 명나라 관리 오관(吳寬) ‘예부시의송이범중엄위추밀부사사표(禮部試擬宋以范仲淹爲樞密副使謝表)’에서 “인재를 고르는 것이 마치 목재를 고르는 것과 같으니 죽두목설을 포기할 것인가?(取士若取材, 肯棄竹頭木屑?)”라고 하였다. 진량과 정초는 ‘죽두목설이라는 단어로 작지만 매우 쓸모 있는 것을 표현했고, 오관은 이를 아직 발굴되지 않은 인재를 설명하는데 사용했다. 문자의  그대도 사용했든, 확장된 의미로 사용했든 모두 사물 자체에 대한 화자의  기대를 담고 있다.


죽두목설은 훗날 ‘무창잉죽(武昌剩竹)’으로 변형되어 자잘하지만 활용 가능한 진귀한 자원을 뜻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명나라 소설가 능몽초(凌濛初) <이각박안경기서·소인(二刻拍案驚奇敍·小引)>에서 “일화나 새로운 이야기  이러한 이야깃거리를 말하자면, 이미 전에  수집은 했으나 미처 글로 정리하지 않은 것들로 이들은 백량여재, 무창잉죽이고 양도 적지 않다(顧逸事新語可佐談資者, 乃先是所羅而未及傅之于墨, 其爲柏梁餘材, 武昌剩竹, 頗亦不少)” 적었다. 능몽초는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와 설화를 수집하여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였는데, 이를 ‘백량여재(柏梁餘材)’, ‘무창잉죽(武昌剩竹)’ 빗댔다.   단어 모두 죽두목설의 유의어로서 자투리이지만  쓸모가 있는 물건을 가리킨다. 무창잉죽은 죽두목설에서 변형된 단어이다. 동진시기 무창은 형주에 속한 지역으로 여기서는 도간이 형주자사를 지낼 때의 이야기를 지칭한다.  도간의 죽두목설 이야기가 후대까지 널리 전파되었다는 것을   있다.


현대 사회에 주는 시사점

죽두목설은 인생의 지혜가 담긴 단어이기도 하다. 가난한 가문 출신인 도간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승승장구하며 국가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있었던 중요한 이유  하나는 기회를  포착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힘을 키웠기 때문이다.  또한 죽두목설을  이용한 사례라   있으며,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 우선, 자투리 시간과 물건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효율과 이용도를 높인다면 아무리 작은 사물이라도 분명 쓰일 데가 있는 법이다.  나아가 절약을 실천하여 작은 것을 모아 질의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밖에도, 모든 사물은  존재 가치가 있다는 교훈을 얻을  있다. 우리는 사물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사소한 일에서도 인생의 이치를 깨닫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두목설은 활용 가치가 있는 사소한 물건을 가리키는 단어이지만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발굴하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눈에 띄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굴하고, 보잘것없는 사물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의외의 효과를 얻을  있다. 잡다한 일들로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금  세심하게 무심히 지나치던 주변 사물을 다시 돌아보고 효용가치를 찾아  의미를 살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자투리 시간이든 별볼일 없어 보이는 물건이든 놀라운 활용도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다면 자신의 종합역량을 키워 끊임없는 발전을 이룰  있을 것이다.


 우한(吳晗),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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