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8
2024년 3월 8일, 후난(湖南)성 쯔싱(資興)시에서 여성 전용 채용박람회가 개최됐다. 가사도우미와 영업사원, 사무직 등 ‘마마강’ 맞춤 일자리가 전체 80%를 차지했다. 사진은 여성 구직자가 채용박람회 현장에서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는 모습이다. 사진/CNSPHOTO
중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인구 발전 전략 최적화, 출산 친화형 사회 건설, 출산·양육·교육 비용 절감, 인구 고품질 발전 촉진 등이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시 인력자원·사회보장국은 중국 최초로 ‘마마강(媽媽崗, 엄마 일자리)’ 목록을 발표해 사회 각계의 뜨거운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마마강’은 유연한 업무 시간, 적절한 업무 강도, 직업 발전과 육아 책임을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로 특화돼 있다. 새로운 출산 정책에 대응하고 여성 취업을 지원하는 혁신적 조치로 중국은 현재 출산 여성을 위한 새로운 고용 모델을 부단히 모색하고 있다.
육아와 일의 균형 ‘마마강’
칭다오 KFC 유한회사는 칭다오시 처음으로 공개된 ‘마마강’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하나다. KFC 채용 담당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사는 ‘시간제 근로자’ 50명을 고용할 계획인데 일부 외곽 지역 점포를 제외하고 거의 다 마감됐다”라고 말했다.
“주로 주방 관련 업무를 하고, 급여는 시간당 최저 14위안(약 2800원)에서 최고 18위안 수준이다. 최종 급여는 근무자가 한 달 동안 일한 총 시간으로 계산한다.” 채용 담당자는 또, “근무 교대 시간은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 엄마들이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맞춰 업무 시간을 조정하면 되는데, 대략 근무시간은 4~8시간 사이가 될 것이다. 채용 절차는 주로 전화 면접을 통해 진행되며, 확정되면 보건증과 은행 카드 등 서류 절차를 완료한 뒤 바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입주 가사도우미’를 모집하고 있는 칭다오시 아이신다제(愛心大姐) 서비스 유한회사도 이번 ‘마마강’ 공개 목록에 있는 회사다. 아이신다제 담당자는 지금도 해당 직종을 모집 중이라고 전했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외에 지원자는 개인 상황에 따라 베이비시터, 산후조리사 등에 지원할 수 있지만 이들 직종은 양성과정 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채용 과정은 지원자의 개인 일정 및 구체적인 요구에 따라 쌍방향 매칭으로 이뤄진다.
“‘마마강’은 분명 긍정적이고 장려할 만한 일자리 분야다. 특정 시간대의 취업 수요를 충족시키고 출산 후 경력 단절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여성들에게 해결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웨링(岳玲) 중국 노동관계학원 부교수는 이런 일자리는 진입 문턱이 낮고 기술 요구 사항이 높지 않아 비교적 높은 지식수준과 기술을 가진 엄마들의 일자리 수요는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많은 출산 여성의 복직과 재취업 문제를 해결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웨 교수는 또 “‘마마강’은 임시적 성격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원자의 현실 수요와 현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직책을 배치하고 조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각지서 ‘마마강’ 시행
칭다오 뿐 아니라 산둥(山東)성 린이(臨沂)시 등에서도 ‘마마강’ 일자리 모집과 공고를 발표했다. 이들 일자리는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근무 시간이 유연하다. 고객 서비스 콜센터, 전자상거래 라이브 방송, 수공예품 제작 등 육아맘들이 재택근무하기에 적합한 업무다.
사실 ‘마마강’은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광둥(廣東), 허베이(河北), 헤이룽장(黑龍江)성 등지에서 이미 비슷한 정책이 시도된 바 있다. 이 모델의 선행자인 광둥성은 2019년에 이미 일부 기업이 ‘엄마 직원’을 위한 특수 직책을 혁신적으로 도입했다. 2022년 중산(中山)시는 <‘마마강’ 취업 신 모델 대대적 시행에 관한 여러 조치(關於大力推行“媽媽崗”就業新模式的若干措施)>를 발표하고 취업 지원 정책, 훈련 지원, 세수 감면 등 측면에서 ‘마마강’ 신 모델을 지원했다. 이후 ‘마마강’은 주싼자오(珠三角)’ 여러 지역에서 시행됐고 점차 성(省) 전체로 확산됐다.
이미 광둥에서는 다양한 ‘마마강’ 고용 모델을 형성했다. 제조업 ‘마마강’, 탄력 근무 ‘마마반(班)’, 외주 업무 전문 일자리(아웃소싱), 문서 기획 및 전자상거래 운영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들이 창출됐다. 이런 일자리는 엄마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기업의 고용 수요를 개선하고 엄마들의 잠재력을 발굴하며 직장 내 활기를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밖에 여러 지역 정부도 ‘마마강’을 지원하고 홍보하기 위한 정책을 내놨다. 예를 들어 광저우(廣州)시 인적자원사회보장국은 ‘마마강’ 고용 기업 명단을 공개했고, 주하이(珠海)시는 ‘마마강’ 취업 기지로 선정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2024년 12월 16일, 안후이(安徽)성 화이베이(淮北)시 쑤이시(濉溪)현 린환(臨渙)진 린난(臨南)촌, 한 마을 주민이 ‘마마강’ 생산라인에서 수주받은 패딩을 분주히 제작하고 있다. 사진/VCG
‘마마강’에서 ‘출산 친화강’으로
‘마마강’이 주목을 받고 사회 내 반향을 일으키자 상하이(上海)시는 ‘출산 친화강(生育友好崗)’을 도입했다.
2024년 12월 20일, 상하이시는 <‘출산 친화강’ 취업 모델 시험 작업에 관한 통지(關於開展“生育友好崗”就業模式試點工作的通知)>를 발표했다. 고용 기업이 탄력적 근무 시간과 유연한 근무 방식, 친화적 근무 환경을 골자로 한 ‘출산 친화강’을 지정토록 지원하고, 원칙적으로 만 12세 이하 아동의 양육 의무가 있는 근로자에게 제공한다.
상하이시는 성별 제한을 깨고, 직무를 ‘엄마’의 역할로만 국한하지 않았다. 웨 교수는 ‘남녀 모두 육아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시는 또, 업무 환경 최적화와 취업 서비스 개선, 직업 훈련 강화 등 여러 분야에서 ‘출산 친화강’을 전면 추진하고, 고용 기업이 ‘출산 친화강’을 개발하고 과학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직무 기준을 마련토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숙박 및 외식업, 주민 서비스 등 산업과 플랫폼 경제, 디지털 경제, 문화 콘텐츠 경제, 실버 경제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 분야에서 출산 후 복직과 재교육을 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마마강’ 운영에 따른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고, 더 많은 기업이 여성의 직업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관련 일자리 수를 늘리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장려 등 역할도 중요하다. 상하이시는 조건에 부합하는 고용 기업에 대해 취업 교육 보조금 정책을 잘 이행하도록 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사회적 영향력이 좋은 기업에 대해 정책 보조 지원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2023년 11월 중산시에서 발표한 <‘마마강’취업 모델 확대 시행에 관한 여러 조치(關於進一步推行‘媽媽崗’就業模式的若干措施)>에서도 정책 보조금 지원 관련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조건에 부합하는 ‘마마강’을 신청한 고용 기업에 대해 매월 1인당 400위안의 사회보험 보조금 지원하고 기업당 연간 최대 20만 위안까지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마마강’ 유연 근무 신청자에 대해서도 매월 1인당 300위안의 사회보험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는 고용 기업의 현실적 어려움과 이익을 함께 고려했다는 것을 뜻한다. 출산 친화적 고용 환경을 조성하려면 고용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 친화적 기업 문화를 확산하려면 직업 훈련 보조금, 취업 서비스 관리, 세수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 모든 관련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류쉐윈(劉雪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