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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吉林) 우라제(烏拉街),둥베이(東北)의 고도(古都)이자 만(滿)족의 발상지


2023-02-27      글|위안수(袁舒)

지린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고도다. 명나라 여진호륜부(女真扈倫部)의 ‘오랍국(烏拉國)’ 도읍이 이곳에 건설되었으며, 만족의 중요한 발상지 중 하나였다.


2018년 춘제(春節, 음력 설), 만주어 서예 선생님이 현장에서 만주어로 ‘복(福)’ 자를 직접 쓴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VCG


오래전 번화했던 도시

지린 시내에서 40km 떨어진 쑹화장(松花江) 동쪽 기슭에 우라제 고진(古鎮)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우라가 있었고 지린은 나중에 생겼다(先有烏拉, 後有吉林)”라는 옛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라제의 역사가 지린성(城)의 건설보다 이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다소 한적한 옛 거리에서 한때 상업과 무역의 도시였던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명나라 영락(永樂) 5년(1407년) 해서여진부(海西女真部)가 지린시 일대에 성을 쌓고 오랍국이라 칭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해서여진 4부 중 영토가 가장 넓고 세력이 강한 왕국으로 발전하였다. 명나라는 원나라의 넓은 동북지역을 인수한 뒤 헤이룽장(黑龍江) 유역의 넓은 지역에 식량과 포목 및 군수물자를 수송하고자 하여, 육로 수송 여건이 낙후되어 있어 수로로 눈을 돌렸다. 지린시는 쑹화장 상류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수역 면적이 넓어 큰 배가 항해하기에 적합했다. 명나라 조정은 수송용 배와 군사용 배를 만들기 위해 명나라 영락 18년(1420년)부터 세 차례나 지린에 군대를 보내 배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지린은 헤이룽장성 또는 그 너머로 가는 경유지가 되었고,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갈수록 위상이 높아져 ‘선창(船廠, 지린의 옛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나중에 도시의 기능이 확장됨에 따라 ‘선창’이라고만 부르는 것이 부적절해 ‘길림오랍(吉林烏拉, 지린우라)’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길림(지린)’으로 줄여 불렀다. ‘길림오랍’은 만주어다. ‘길림’은 ‘가깝다’, ‘오랍’은 ‘강’이라는 뜻이다. 즉 ‘길림오랍’은 ‘강가에 있는 도시’라는 의미이다. 


당시 지린은 쑹화장 강변의 수로와 육로가 발달한 부두였으며, 둥베이 지역에서 가장 번영한 성읍 중 하나였다. 겨울에 얼음과 눈에 강이 얼면 큰 강은 천연대로가 되었다. 각종 마차, 달구지, 썰매까지 강 길을 오가며 쑹화장 상류의 특산물을 지린으로 모아들였다. 현지의 만족 사람들은 강 얼음 위에 이색적인 객잔 ‘수이위안즈(水院子)’를 짓고 오가는 상인들을 접대했다. 이곳에 상인들이 모여들고 교역이 번성하며 거리를 따라 옛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청나라 말기 이후 도시는 점차 쇠퇴해 지금도 적지 않은 원주민들이 이곳에 살고 있지만, 과거의 시끌시끌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린 거리에서 빙탕후루를 사는 관광객 사진/VCG


고유의 독특한 미식

비록 성은 폐허가 되어 번화함은 사라졌지만, 당시의 번화함은 미식의 형태로 여전히 이 땅에 전해지고 있다. 길거리를 따라 아무 음식점이나 장터에 들어가보면 바이러우쉐창(白肉血腸), 쉐이더우사(雪衣豆沙), 사주차이(殺豬菜), 디궈둔(地鍋燉) 등 둥베이 지방 유명 요리들에 군침이 돌게 될 것이다.


우라고성(烏拉古城)에 오면 소문난 우라훠궈(烏拉火鍋)를 꼭 먹어봐야 한다. 우라훠궈는 지린성의 무형문화유산이다. 100년 전통의 구리 냄비, 벌겋게 달아오른 숯불, 끓어오르는 육수, 신선하고 부드러운 고기, 특별한 소스, 정성스러운 반찬……바깥에서 꽁꽁 언 코와 손 끝이 훠궈 증기에 서서히 ‘해동’되면 마음도 함께 맛있는 행복 속으로 녹아 내린다. 


우라훠궈 사진/지린시 펑만(豐滿)구 인민정부 홈페이지


‘싼타오완(三套碗)’은 가장 대표적인 만주 전통 연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한전석(滿漢全席)’이 바로 싼타오완에서 유래한 것이다. 싼타오완은 사슴고기 등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해 사오(燒, 기름으로 튀기거나 볶은 다음에 국물을 붓고 다시 볶거나 고는 조리법), 카오(烤, 구이), 먼(燜, 뚜껑을 꼭 닫고 약한 불에 고거나 익히는 조리법), 둔(燉, 찜), 류(熘, 녹말가루를 갠 것 등을 부어 다시 볶는 조리법), 차오(炒, 볶기) 등 15가지 조리법으로 완성된다. 총 20개가 넘는 메뉴에는 8개의 냉채, 3개의 메인요리, 12개의 볶음과 탕 요리 등이 포함된다.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난 뒤, 길거리에서 ‘빙탕후루(冰糖葫蘆)’를 하나 사먹으며 우라고성의 길거리를 따라 거닐면, 이곳의 느리고 평온한 생활리듬을 느끼며 석양 아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짓는 연기를 볼 수 있다. 이곳의 쾌적한 시골 경치와 농후한 둥베이의 향촌 정취는 방문객들에게 고향집에 온 듯한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글|위안수(袁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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