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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전해지는 미주(米酒)의 향


2022-12-27      글|차이멍야오(蔡夢瑤)

각종 민간 설화 외에도 룽난(龍南)의 커자(客家)인들은 오랜 시간 웨이우(圍屋)에 모여 살며 독특한 풍속을 가지게 되었다. 원소절(元宵節, 정월대보름)이 되면 볏짚으로 만들어 향을 잔뜩 꽂은 ‘샹훠룽(香火龍)’을 빙빙 돌리며 새해의 좋은 날씨를 기원한다. 축제에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커자 청년이 맨발로 칼로 만든 ‘도산(刀山)’과 숯불로 만든 ‘화해(火海)’를 걸으며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기백을 보여준다. 또한 손님들에게는 나이차(奶茶)와 비슷한 모양의 음식을 대접한다. ‘펑옌전주(鳳眼珍珠)’라 불리는 이 음식은 전분으로 만든 완자를 육수에 넣어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 것으로 기를 보하고 열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커자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달달하고 향긋한 미주의 향이야말로 가장 명절을 대표하는 기억일 것이다.


음력 정월, 커자 청년이 웨이우 앞에서 샹훠룽 춤을 추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펑싱닝(馮幸寧)


커자 미주의 전통 양조법

룽난 양(楊)촌의 미주 양조법은 중원에서 비롯되었다. 룽난으로 이주한 조상이 가져온 양조법에 현지 풍속이 더해져 독특한 전통 공법으로 재탄생했다. 예부터 미주 양조는 커자 여성의 기본기로서 집집마다 직접 미주를 담궜다.


전통 양조법은 도구 세척, 찹쌀 불리기, 찌기, 술누룩 섞기, 발효, 술 거르기, 술 데우기, 보관 등 8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양촌 미주는 맑은 노란빛을 띄며, 향이 풍부하고, 맛이 진하면서도 깔끔하다.


양촌 미주 계승자 랴오왕디(廖旺娣)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미주를 담가왔다. 미주를 담근지도 어언 40여 년이 지났다. 워낙 기술이 좋아 매년 마을사람들이 그에게 미주를 부탁한다. 랴오왕디는 1960~1970년대에는 곡식이 부족해 명절에 손님용으로 소량만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1980년대에 가구 단위로 농촌 생산 책임제를 실시하여 자신의 토지를 소유하게 된 이후에는 농업 생산성이 올라가 먹거리가 풍부해져 집집마다 소량으로 담그던 미주가 수십 개 항아리까지 늘어났다고 회상했다. 미주를 담그면 이웃끼리 서로 맛보며 품평하고 기술을 교류했다고 한다. 그는 “미주가 충분하니 명절 분위기도 나고, 손님이 와도 술이 부족할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 잔 술에 담긴 문화의 전승

1990년대 말부터 룽난 사람들은 외지에 나가 일하기 시작했다. 젊은 남녀들은 평소 인근 도시에서 일하다가 섣달그믐날이 거의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미주를 담글 수 없게 되자 명절에는 어쩔 수 없이 외지의 바이주(白酒)로 대체했고, 집집마다 내려오던 미주 양조법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랴오왕디 같이 마을에 남은 소수의 여자들만 매해 변함없이 미주를 담그며 친지와 친구를 접대했다.


양촌 미주의 데우기 단계. 밀봉한 술 항아리를 불 붙인 볏짚으로 덮어 술이 끓어오르게 했다가 자연적으로 식히는 방식이다. 사진/리수란(李舒蘭)


2014년, ‘양촌 미주 양조법’이 성(省)급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자 랴오왕디의 아들이 조상 때부터 내려온 어머니의 기술을 물려받기로 했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그는 어엿한 전승자로 성장하여 어머니의 술보다 더 향긋한 미주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전통 양조법에 ‘항온 발효’ 등 기술을 접목하여 성공율을 높인 것이다. 전통에 혁신이 더해진 양촌 미주는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고 발전하는 중이다.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산 속에 묻혀 있으면 빛을 발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불편한 접근성 등 때문에 룽난의 우수한 민속문화 및 공예품은 산이라는 벽 안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룽난은 매해 ‘커자미주 축제’를 개최하여 관광객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작년 장시(江西)와 선전(深圳)을 잇는 ‘간선(贛深)’ 고속철도가 개통되어 룽난 문화가 더욱 멀리 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올해 7월 말에는 ‘룽난 웨이우 향촌음악축제’를 개최하여 깊은 역사를 가진 웨이우 앞에서 커자의 전통 가무와 현대 음악의 협업 무대를 선보였다. 산 속에만 존재하던 옛 고을 룽난은 이제 산에서 나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차이멍야오(蔡夢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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