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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식이 있는 아름다운 밤


2022-10-14      글|위안징(袁婧)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후적벽부(後赤壁賦)>에서 ‘유객무주, 유주무효, 월백풍청, 여차량야하!(有客無酒, 有酒無肴, 月白風清, 如此良夜何!)’라고 탄식했다. ‘손님이 있는데 술이 없고, 술이 있는데 안주가 없으니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한데 이 좋은 밤을 어찌 보낼까’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밤에 벗과 함께 하면서 좋은 술을 몇 잔 따르고 안주 두세 접시를 곁들이면 술과 안주가 잘 어우러지고,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사람들끼리 화기애애하니 인생의 큰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예부터 지금까지 중국인의 식탁에는 좋은 술과 음식이 늘 함께 올라왔다. 괜찮은 안주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맛이 적당히 자극적이다. 조금 맵고 짜야 입맛을 돋우고 알코올의 쓴 맛을 누르기 때문이다. 또한 차가운 요리가 많다. 차가운 요리는 술잔이 몇 차례 돌아가도 맛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먹기가 조금 번거롭다는 점도 특징이다. ‘시간과 노력이 들면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이런 안주는 주객이 전도되지 않으면서 식객의 배를 채워주고 술 마시는 속도를 조절해주어 적절한 속도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

 

콩 안주, 마실수록 찾게 되는 맛

각종 콩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술안주 중 하나다. 콩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술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안주다. 루쉰(魯迅)은 자신의 단편소설 <공을기(孔乙己)>에서 뭘 좀 아는 사람은 셴헝주점(咸亨酒店)을 찾아 ‘따뜻한 술 두 잔에 후이샹더우(茴香豆)를 주문한다’고 했다. 이러한 간식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술안주 역할을 톡톡히 하니 정말 가성비가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후이샹더우는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 등지에서 유명한 전통 음식이다. 말린 누에콩에 회향, 계피, 소금 등을 넣고 천천히 익혀 부드럽지만 쫀득하고 짭짤하면서도 향이 진해 저절로 군침이 돈다.

 

장난(江南) 지역을 벗어나면 흔히 볼 수 있는 콩 요리는 땅콩으로 튀기거나 삶는 것이 많다. 볶은 땅콩은 조리가 간단해 보이지만 불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타거나 쓴맛이 나기 때문이다. 베테랑 요리사는 달군 팬에 기름을 둘러 땅콩 안팎이 고르게 열을 받게 한 다음 중불로 볶다가 노릇노릇해지면 꺼내 펼쳐 놓고 식힌 후에 소금을 살짝 뿌린다. 매 단계를 제대로 해야 바삭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함이 퍼지는 땅콩이 된다. 반면 찐 땅콩은 땅콩 본연의 아삭함과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소금물에 향료 몇 가지를 넣고 좋아하는 식감이 될 때까지 익힌 다음 불을 끄면 된다. 중국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풋콩과 함께 삶아 술안주로 내기도 한다. 맛이 다른 두 가지 콩을 함께 내면 조화로운 맛이 소박한 식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후이샹더우


푸짐한 고기와 술

생활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콩 같은 소소한 안주에 만족하지 않고 입맛을 돋운 뒤 차가운 고기 요리와 술을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어릴 적 읽은 <수호전(水滸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송(武松)이 산에 가는 길에 호랑이를 잡기 전 객잔에서 술을 마시며 고기를 먹는 대목이다. 무송이 객잔에 앉아 심부름꾼에게 “술 한 잔 따르고 소고기 두 근을 내와라”라고 외친 호방한 기세가 잊혀지지 않는다. 소고기를 간장에 삶은 장뉴러우(醬牛肉)는 지금도 인기가 많은 술안주다. 한다 하는 음식점에서는 씨육수에 소고기를 오랫동안 삶아 부드럽지만 쫄깃하고 향이 좋으며 지방이 적지만 질기지 않는 고기를 내온다. 식혀서 편으로 자르면 소고기의 결과 힘줄이 살아 있고 윤기가 흐르는 간장색이 식객의 입맛을 돋워 술자리가 한껏 무르익는다.

 

‘푸짐한 고기’ 외에 평소 요리에 잘 안 쓰는 자투리 고기를 양념 간장이나 소금물에 조린 것도 즐겨 먹는다. 이런 음식은 맛이 좋고 쫄깃해 씹는 맛이 있다. 고추 절임 닭발인 파오자오지좌(泡椒雞爪), 역시 닭발로 조리한 후피펑좌(虎皮鳳爪), 매운 오리 혀인 마라야서(麻辣鴨舌), 돼지머리 고기 무침인 량반주터우러우(涼拌豬頭肉), 고기묵인 러우피둥(肉皮凍), 심장과 간 무침인 신간허반(心肝合拌) 등이 있다. 저장성 취저우(衢州)의 풍미인 ‘삼두일장(三頭一掌)’이란 토끼 머리, 오리 머리, 생선 머리와 오리 발을 수십 가지 향료로 만든 소스에 재운 요리로 향기롭고 맛이 진하다. <시경(詩經)>에는 ‘유토사수, 번지적지. 군자유주, 작언작지(有兔斯首, 燔之炙之. 君子有酒, 酌言酢之)’라는 구절이 있다. 토끼가 있으니 그 머리를 불에 굽고 군자에게 술이 있으니 술을 따라 손님에게 권한다는 뜻으로 예전부터 토끼 머리를 술안주로 삼았던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술안주는 배가 부르지 않지만 이빨 사이에서 고기가 찢어지는 원시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어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은 해산물, 큰 맛

과거에는 해안 지역에서만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물류가 발달해 날마다 다양한 해산물이 중국 전국 각 도시의 시장으로 운송돼 사람들의 선택이 다양해졌다. 각종 조개, 번듯한 요리가 되기 어려운 자잘한 생선과 새우 같은 작은 해산물이 술안주에 적격이다. 바지락, 맛조개, 가막조개, 홍합, 소라, 다슬기와 조금 호화로워 보이는 가리비, 굴, 갯가재, 가재 등도 있다. 이런 식재료는 보통 갑각류다. 먹을 때 신선한 즙을 먹을 수 있고 동시에 껍질을 벗기는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술을 너무 빨리 마시지 않게 된다.

 

차가운 고기류가 간장 양념에 재우거나 차갑게 무치는 것이 많다면 작은 해산물은 조리법이 더 풍부하다. 신선한 해산물은 보통 삶거나 쪄내 해산물 본연의 신선하고 단맛을 최대한 잡아준다. 강한 맛을 좋아하는 식객은 작은 생선과 새우를 튀긴 자샤오위(炸小魚), 자허샤(炸河蝦) 등을 즐긴다. 이들은 노릇노릇하고 바삭해 뼈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술안주로 먹는 작은 해산물에 고추, 파, 생강, 부추, 마늘, 산초 소금, 소금, 십삼향 등 재료를 넣어 다양한 풍미를 내기도 한다. 특히 많은 지역에서 미주나 황주에 민물생선이나 해산물을 재우는데, 이런 조리법을 차오산(潮汕)에서는 ‘성옌(生腌)’이라고 하고 장난 지역에서는 ‘짜오쭈이(糟醉)’라고 한다. 이런 음식을 먹을 때 조금 취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그 느낌 때문인지 더 취하게 되기도 한다. 바람에 말려 만드는 요리도 있다. 말린 청어, 말린 오징어는 식용 기간을 늘려줄 뿐 아니라 바다의 짠맛을 농축시켜 씹을 수록 맛이 우러나온다. 이런 음식은 맥주와 잘 어울려 통풍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 접시를 다 먹는 주객이 있을 정도다. 충분히 먹고 마시고 난 뒤 상 위에 작은 산처럼 쌓인 빈 껍질을 보면 흡족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밖에 오이 무침인 파이황과(拍黃瓜), 피단(皮蛋, 삭힌 오리알)과 두부를 무친 피단더우푸(皮蛋豆腐), 호박에 양념을 뿌린 자오즈시후루(澆汁西葫蘆) 등 냉채도 술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상큼한 채소에 입맛이 확 돌고 기분이 전환돼 육식에 비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술안주와 알코올은 술상의 주인공이 아니다. 술 한 잔에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모임의 진정한 목적이다. 다양한 술안주와 술잔이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술 친구와 함께 보내는 아름다운 밤이야말로 혀 끝과 가슴을 감도는 진정한 맛이 된다.  

글|위안징(袁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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