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 사회·문화 >> 본문

마을 아이들의 영화 촬영


2022-09-01      

편집자주: 한때 탄광으로 번성했던 허난(河南)성 슈우(修武)현 다난포(大南坡) 마을은 자원이 고갈된 후 성(省)급 극빈촌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슈우현은 ‘미학 경제(美學經濟)’로 고품질 향촌 진흥을 선도한다는 이념을 제시하고 중국 내외 우수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을 다난포 마을로 초청하여 미학실천, 공공문화, 아동 예술교육, 건축개조, 게스트하우스 산업 등 발전을 위해 힘쓰며 향촌 진흥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의 저자이자 청년 감독인 황지는 2021년 10월 열린 다난포 초등학교 예술교육 여름캠프에 참가해 마을 아이들이 스스로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 과정과 소감을 기록했다.


아이가 직접 제작한 영화의 티켓을 관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사진/팡링샤오(方淩霄)

 

남쪽 고산마을에서 자란 나는 흔들리는 대나무숲,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개울, 메뚜기가 있는 시원한 논에서 정신없이 뛰어놀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휴대폰과 동영상이 없던 그때는 자연에 사로잡혀 추억을 쌓았고, 자유로움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리고 18살에 베이징영화학원(北京電影學院)에 합격하여 영화 감독이 됐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농촌에는 비바람, 구름과 햇살이 여전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한편 새로운 것들도 많이 생겼다. 기술의 도래가 가져온 휴대폰 속 숏 비디오는 시골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은 산과 논보다는 주로 휴대폰에 사로잡혀 있다.


영상은 매우 직접적이다. 우리가 책에서 ‘새’라는 글자를 본다면 각자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새와 새소리는 모두 다르겠지만, 영상 속의 새는 바로 보이는 그 새다. 영상은 주입의 성격이 매우 강한 매개체로, 어떤 면에서는 상상력을 파괴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만약 숏 비디오가 농촌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미 피할 수 없다면, 아이들이 직접 ‘영상 생산자’가 되어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농촌을 발견하게 하고, 나고 자란 땅을 새로 발견하게 하는 건 어떨까.


아이들이 선정한 주제

허난성 다난포의 초청으로 아이들을 위한 영상 교육 캠프를 열기 전, 나는 다난포라는 지역이 무척 궁금했다. 농촌 건설에 따라 미술관, 게스트하우스, 서점이 증축된 고향에 대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농촌 밖에서 시작되어 유입된 이러한 공간이나 떠들썩한 각종 문화 교류 활동은 그들과 연결고리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명사나 형용사를 알려주지도, 감정적 제한을 두거나 지도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것을 촬영하든 100% 아이들이 자유롭게 결정하게 한 것이다.


“너희는 다난포의 무엇에 관심이 있니?”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단순히 어른들이 정의하는 ‘좋음’이나 ‘우수함’을 충족시키는 것 만이 아니라, 농촌 아이들이 자신이 관심있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만지거나,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실체로 전환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시골에서는 교사와 학생 관계가 도시보다 더 긴밀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표현은 자신과 가까운 선생님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나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느꼈으며, 그것은 주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우수한 답을 기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었다.


“제가 어떤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지 추측하려 하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취미에는 좋고 나쁨의 차이가 없어요.”


“서점이요.” “서점의 커피향이요!” “왜 다들 다난포에 오려고 할까요?” 아이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하나씩 모두 적었다. 그러고 나서 칠판에 영화 제작 관련 직무를 썼다. “이제 모두 어떤 직무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런 다음 나와서 각자 선택하는 거예요. 알겠죠?”

어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했고, 어떤 아이들은 머리를 숙이고 깊이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여러분들은 모두 왜 그 일을 선택했는지 말해줘야 해요. 왜 감독, 촬영감독, 편집자가 되고 싶은지, 왜 그 일을 선택했는지 말이죠.”


놀랍게도 제일 먼저 앞으로 나온 건 6학년 학생이 아니라 4학년 여자아이였다.


사진은 영상교육캠프 모습이다. 사진/팡링샤오


초등교육에서의 규칙 및 질서 확립은 비교적 간단하고 직접적이다. 주로 학습 성적이나 교사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이미 매우 확고해졌다. 따라서 우리는 ‘학년’의 개념을 깨고 감독, 촬영, 인터뷰, 스틸과 같은 기존 업무에 따라 팀을 나눴다. 아이들은 각자의 직무를 선택하고 모두에게 자신이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설명하며 팀 파트너를 골랐다. 우리는 처음부터 비록 집단적인 교육 활동이지만 개인의 주체성에서 출발하여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단체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3일 만에 한 팀에서는 6학년 학생이 5학년 학생을 감독자리에서 끌어내려 촬영 주제를 바꾸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후에 뭔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다시 내부 투표를 통해 본래 감독과 촬영 주제로 되돌아 갔다.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가 이러한 일상의 질서를 깨려고 시도한 효과는 미약하겠지만, 적어도 이 3일 동안 아이들은 영화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실현하였고, 어른들은 무조건적으로 100% 아이들을 지지하며 아이들의 ‘수단’이 되어주었다. 특히 여자 아이들로만 구성된 그룹의 경우, 나는 그들이 더욱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고분고분한’ 행동을 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말 잘 듣는 아이라면, 한 평생 남의 말만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자기 안에서 나오는 호기심은 소중하고도 연약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행동하게 만드는 것, 조금씩 스스로 행동의 경계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지는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이는 공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일 속에서 각자의 ‘행동’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아이가 왜 모두들 다난포에 오는지에 관한 영화를 찍으려면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질문을 하는 과정은 사람과 교감하는 과정이며, 아이들은 사람마다 다른 태도와 다양한 답을 얻게 된다. 이렇게 익숙하거나 낯선 반응들의 결합으로 아이들은 ‘열림’을 체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카메라를 들고 멀찍이 서서 바라보거나, 잠깐 서서 ‘찰칵’하고 자리를 뜨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연결’의 중요성

영상 교육 캠프가 끝난 뒤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의 친근한 사물을 찍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다난포에서 자란 아이들은 외부의 사람이나 일, 사물에 더 호기심을 느끼는 듯 했다. 후에 들어선 건물이나 생활 방식은 이미 마을 생태계로 정착되어 다난포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 아이들이 사용권을 획득했음에도 이에 제대로 접촉해본 적이 없다고 느꼈다. 아이들과 토론하거나 그들을 데리고 눈앞에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하게 도와주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건축가의 생각이 실체로 바뀌고 나서, 아이들은 말 못하는 건물에서 무엇을 느낄까? 건축가와의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었다면 일상이나 주변으로부터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확실한 답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현지인들이 어떻게 주변 환경과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주변 환경을 지각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깊은 감정적 연결이 있어야만 진정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예술 마을의 성과가 진정하게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제 시작 전 아이들이 영화 포스터를 붙이고 영화 티켓을 배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영화를 찍는 행위로부터 출발하여 타인과 가깝게 연결을 맺기 위함이었다. 한 아이는 처음 영화티켓을 나눠줄 때는 온몸이 떨렸는데 두 번째에는 좀 나아졌다고 말했다. 모든 일은 다 연습이 필요하다. 영화라는 구체적인 해야 할 일이 있고, 이 일은 아이들 자신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모든 과정 내내 그들은 작은 ‘자아’를 가지고 타인, 다난포의 농촌 건설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영화제는 현지 아이들과 외부 관광객 사이에 ‘보고-보여지며’ 자연스럽게 감정을 교류하는 기회이자 영화 티켓을 ‘나눠주고-받는’ 행동을 통한 실질적인 연결이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 관계상 영화제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 관객과 아이들 간 소감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난포를 떠난 후, 선생님들은 내게 아이들의 소감을 전해줬다. “촬영이 너무 즐거웠어요. 나중에 크면 촬영감독이 되고 싶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영화 수업을 또 듣고 싶어요.”……


사랑스러운 아이들, 나도 너희와 함께 농촌에서 새로운 시대의 즐거움을 찾았단다. 나도 너희들과 함께 계속 영화 수업을 하고 싶구나.  


글|황지(黃驥), 시나리오•연출•편집 지도자, 중국영화연구원(中國電影研究院) 특별초빙 전문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상•베를린국제영화제 신세대 부문 심사위원상 수상, 전세계 30개국에서 작품을 상영, 베이징영화학원 문학과 금자상(金字獎), 마카오문화국 시나리오 심화계획, 산이(山一)여성영화제, 시후(西湖)다큐전 등 시나리오 및 영상 교육의 지도교수, ‘내 주변의 영상 발견’ 및 ‘아이들의 영화제’ 영상 교육 시리즈 발기인

240

< >
微信图片_20120726014049.jpg

‘3감(減)·3건(健)’의 각오

어느 덧 불혹(不惑)을 바라보는 필자는 건강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베이징(北京)에 파견 온 이후로는 더더욱 그렇다. 때마침 중국에서도 웰빙 건강 식품이 인기몰이 중이라 하니 더 관심이 갔다.

읽기 원문>>

건강은 음식에서 시작한다...한국의 건강식 트렌드

얼마 전, 필자는 서울에서 택시를 탔다가 기사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필자가 외국인인 걸 안 기사는 한국 음식이 입에 맞는지 물어왔다.

읽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