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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장(醬)


2022-05-16      글|위안징(袁婧)

아주 오래 전부터 ‘장’을 만들어 먹는 습관이 중국에서 전해내려왔다. <주례(周禮)>와 <예기(禮記)> 등에 기록된 자료에 따르면 진(秦)나라 이전부터 이미 수백 종의 장이 존재했고 왕과 귀족들은 장과 음식 간의 조화를 매우 중시했는데, 이를 통해 역사 초기 맛에 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장(醬)은 해(醢)로, 고기(肉)와 술(酒)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고대에 ‘장’을 담그려면 반드시 고기와 술이 있어야 했고, 술에 절인 뒤 발효를 통해 만드는 저민 고기가 바로 장의 표준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漢)나라 때에도 사람들은 육장의 제조법을 이어 받아 콩, 밀가루 등을 발효시켜 풀처럼 끈적한 조미료를 만들었다. <제민요술(齊民要術)>에는 콩장을 만드는 공법이 잘 나와 있다. 그때의 장은 이미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제품이 되어 일반 백성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갔다.


<현대한어사전>에서 ‘장’자의 첫 번째 뜻은 바로 ‘발효된 콩, 보리 등에 소금을 넣어 만든’ 조미료다. 하지만 콩 제품의 보급과 더불어 음식의 맛과 재미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장’의 함의가 확대되었고, 지금은 ‘장과 같은 풀 형태의 음식’을 포괄한다. 한국 음식에서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중국의 식탁에서도 장류가 빠질 수 없다. 북쪽에서 남쪽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주방에 가면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류는 고유의 지방 특색이 담긴 맛의 향연을 선사한다.


베이징, 짭짤하고 달콤한 마장(麻醬)

베이징(北京) 사람들이 먹는 ‘마장’은 맵고 얼얼한 ‘마라(麻辣)’ 맛의 장이 아니라 볶은 참깨를 갈아 만든 참깨장이다. 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기름의 향이 번진다. 막 만들어진 마장은 보통 진득진득한 고체 형태다. 사용 전 물을 적당량 나누어 넣고 고루 섞어 묽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번에 물을 너무 많이 넣어도 너무 적게 넣어도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덩어리지기 쉬워 최상의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없다.


베이징 음식에서 마장이 빠질 수 없는 음식은 바로 겨울에 먹는 퉁궈 솬러우(铜鍋涮肉, 동으로 만든 솥에 고기를 데쳐 먹는 샤브샤브 요리)이다. 베이징에서는 보통 맑은 육수에 양고기와 배추 등 고기나 야채 재료를 데쳐 익힌 뒤 소스를 찍어 먹는데, 마장이 바로 가장 대표적인 소스다. 참깨 본연의 쓴맛을 중화하기 위해 땅콩소스를 일정 비율 섞어 ‘이팔장(二八醬, 마장과 땅콩소스를 2:8의 비율로 섞어 만든 소스)’을 만들고, 개인 입맛에 따라 부추꽃, 발효두부 등을 넣어 간을 조절한다. 파, 고수, 고추기름, 식초 등을 배합하여 풍부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요리를 먹으러 온 손님은 연분홍색으로 익은 양고기를 솥에서 건져 소스 그릇에 넣고 고기에 진한 마장소스를 입힌다. 마장은 양고기의 누린내를 잡고 고소한 고기 본연의 맛에 진한 짠맛을 더하는, 이름하여 솬러우의 ‘진미’라 할 수 있다.


베이징 마장으로는 짠맛이 나는 훠궈(火鍋) 소스, 마장 량피(凉皮), 몐차(面茶) 뿐 아니라 단맛의 디저트도 만들 수 있다. 참깨소스에 흑설탕을 섞은 마장은 각종 밀가루 음식의 소로 쓰인다. 가장 흔한 것으로는 찐 탕화쥐안(糖花卷), 탕훠사오(糖火燒)와 튀긴 탕유빙(糖油餅),기름에 구워 만드는 마장탕빙(麻醬糖餅) 등이 있다. 중국인들은 달지만 질리지 않는 맛을 선호한다. 단 음식이라도 지나치게 달면 안 된다. 마장과 흑설탕이 만나면 단맛이 떨어지는데, 이에 견과류의 고소함을 더해 만든 음식들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쓰촨, 얼얼하고 맵고 신선하고 향기로운 복합적인 맛

기후가 습한 남방 지역의 많은 성시(省市)에서는 고추를 즐겨 먹음으로써 습기를 제거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입맛을 돋운다. 보존과 운반이 용이하도록 생고추는 장으로 만들어진다. 여러가지 맛의 고추장 중에도 특히 쓰촨(四川)의 훙유(紅油) 더우반장(豆瓣醬)은 맵고 얼얼하며 신선하고 향기로운 복합적인 맛이라는 독특한 특색이 있으며 활용 범위도 넓다. 맥도날드에서도 더우반장의 맛을 응용하여 맥너겟에 곁들이는 ‘쓰촨 고추소스’를 출시하였는데 많은 미국인들의 인기를 얻은 바가 있다.


현재 시중에서 많은 브랜드의 더우반장을 살 수 있음에도 많은 쓰촨 사람들은 더 맛있고 안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더우반장을 직접 만든다. 더우반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신선하고 굵은 고추를 골라야 한다. 고추의 꼭지를 제거하고 꼼꼼히 씻어 물기를 뺀 뒤 변신의 주재료인 ‘더우반 효소(잠두, 황두와 밀가루를 발효하여 만든 것)’를 넣고 모든 재료를 섞고 빻은 후, 소금을 고루 뿌려 간을 맞춘다. 이를 깨끗이 씻어 말린 항아리에 넣은 뒤 백주를 부어 살균하고 뚜껑이 덮이는 부분을 물로 잘 막아 공기를 차단한 뒤, 수시로 저어 주거나 말리면서 숙성시키면 완성된다.


더우반장은 ‘쓰촨 요리의 혼(魂)’으로 불린다. 특급 요리사가 더우반장으로 가장 고급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고, 요리 초보 역시 더우반장만 있으면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쓰촨 요리 중, 마파더우푸(麻婆豆腐)는 분명 더우반장 요리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다. 비록 소박한 식재료인 두부를 주재료로 하지만 소스와의 조합과 불의 세기와 시간 조절로 완성된 마파더우푸는 기타 많은 뛰어난 요리를 능가한다. 어떤 이들은 마파더우푸를 ‘얼얼함, 매움, 뜨거움, 향기로움, 바삭함, 부드러움, 신선함, 생생함’이라는 여덟 가지 단어로 정리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이 요리는 ‘중화요리’의 대표로 꼽힌다. 이미 여러 일본 만화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더우반장의 힘을 보여줬다.


그 외에도 후난(湖南)과 구이저우(貴州) 등지에서는 신선한 고추와 마늘을 다진 뒤 소금을 절여 만들어진 단맛, 매운맛, 짠맛을 모두 가진 둬자오장(剁椒醬)을 먹는다. 조미료로 쓰거나(둬자오 생선머리 요리는 둬자오장으로 간을해 만든 대표 요리다) 쌀국수 등 주식의 소스로 사용될 수 있는데, 어떻게 먹어도 군침이 절로 돌고 먹기 시작하면 젓가락을 내려놓기 힘들게 만든다.


북송(北宋)시대 도곡(陶谷)은 <청이록(淸異錄)>에 중국 고대 사회 생활에 관련된 많은 세부 사항을 기록했는데, 그중 ‘찬수문(饌羞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장은 팔진(八珍)의 주인이다’라고 적었다. 그만큼 장은 예로부터 중국의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장이 탄생한 이래로 각 지역에서 사람들은 지역의 사정에 맞게 장류를 만들고 먹어왔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대표적인 장과 함께 중국 다른 지역의 장 역시 훌륭하다. 동북 3성은 된장으로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튀긴 계란장을 만들고, 산둥(山東) 사람들은 대파에 콩장을 찍어 젠빙(煎饼)과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하며, 윈난(雲南) 사람들은 생화를 달여 달콤한 장미꽃장을 만든다. 음식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광둥(廣東) 사람들 역시 소 내장에 사차장(沙茶醬)을, 구운 거위 요리에 매실장을 각각 곁들이는 등 장을 통해 강하거나 느끼한 음식을 중화시키고, 음식의 맛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장은 음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선명한 색채를 만들어 낸다. 재료와의 연주에서 ‘색과 향의 공존’이라는 최고의 기준을 달성하는 장은 중국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글|위안징(袁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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